장면 1
[ 2부 ]
# 소연이네 집 1
//무슨 애가 이렇게 밤늦도록 쏘다니니? 으이구, 얼른 들어가!
//죄송!
//이 술 냄새 좀 봐. 다 큰 애가...
소연이는 눈을 찡긋 하며 거실로 들어갔다.
//할머니, 아직도 안 주무셨어요?
//원래, 늙은이는 잠이 없는 법이야. 밥은 먹었니, 내 이쁜 손주?
//예, 그럼요. 할머니는요?
//이 할미 걱정은 말아요. 네 에미가 워낙 성가시게 하는 바람에 하루 세끼는 꼭 먹지 않니? 허허허.
//아이구, 어머님도 참. 제가 뭘...
//너도 결혼해서 네 에미만큼만 해라. 네 시에미가 널 업고 다닐 게야. 허허허.
//정말? 할머니!
소연이는 할머니의 가슴에 안겼다. 은은한 할머니의 체취에 소연이는 코를 적셨다.
//그런데 넌 왜 멀쩡하게 생긴 남자 하나 데려오지 않는 게냐? 아직도 없는 게야?
//할머니두, 참. 제가 왜 없겠어요. 고르는 거지 뭐. 정말 피곤하다니깐!
//쟤 좀 봐. 말하는 것 하고는.
어머니는 소연이를 째려보며 소연이가 집어던진 가방을 주워 들었다.
//네 애비만큼만 되면 내 더 이상 아무 말 않으마.
//맞아! 우리 아버지 정말 잘생겼었어. 그렇지, 엄마?
//얼른 들어가 자. 할머니 힘들게 하지 말고.
//아니다, 얘야. 우리 손녀딸 얼굴 보기도 힘들잖니.
//어머님도 주무셔야죠. 피곤하실 텐데.
//됐다. 너나 얼른 들어가 자라. 애들 가르치기도 힘들 텐데.
//아니에요, 어머님. 괜찮아요, 저는.
//무심한 사람. 왜 저렇게 고운 사람을 놔두고 그렇게 일찍 먼저 갔누. 쯧쯧...
어머니는 할머니의 말씀이 채 떨어지기 전에 고개를 숙이고 방으로 들어갔다.
//할머니는 또 그런다. 그럼 우리 엄마 마음 아프잖아.
//그래, 니 말이 맞다. 할머니가 실언을 한 게야. 그래도 네 에미는 곱지 않니?
//그건 그래. 할머니 오늘 할머니랑 같이 잘래. 괜찮지? 응?
//그러려무나. 우리 이쁜 손주.
그날 밤, 소연이는 아버지를 생각하면서 잠이 들었다. 이젠 사진들만이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대신할 수 있었다. 알아볼 수 없게 타 버린 아버지의 얼굴. 그녀는 그런 아버지의 임종 직전의 얼굴을 제대로 바라볼 수 없었다. 사진 속에 그런 얼굴은 없었다.
집 근처에서 서성거리는 그림자. 거실에 불이 꺼지자, 그제서야 돌이키는 발걸음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