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2
# 국문과 사무실 2
//잘 잤냐?
//응, 그래. 일찍 나왔구나.
재석이가 멋쩍게 웃으며 우유 하나를 정수에게 던졌다.
//속 푸는 덴 우유가 최고지. 그냥 죽 들이키고 난 후 정확하게 10분 뒤에 화장실로 직행하면 되는 거야, 안 그래?
//난, 그런 취미 없다.
//자취생 7년에 그 정도 노하우도 없어서야, 원!
//인마, 네가 그렇게 가 버리면 남아 있는 사람들은 기분이 뭐가 되냐? 그리고 소연이는?
//소연이? 뭐가? 걔가 뭘. 난 원래 자유주의자야. 하고 싶은 대로 한다! 그게 내 소신이지.
//전화라도 해 줘라. 걱정하는 눈치였어.
//정말? 녀석. 사람 보는 눈 하나는 있어서! 히히.
//잠꼬대 같은 소리 집어치우고, 나가서 포스터나 붙이자.
//잉? 무슨 포스터?
//이 사람이! 다음 주 화요일에 있을 학회 포스터 말이야.
//오호라, 맞아. 어디 좀 보자. 그러니까 내용이.... 음.... 파니니문법과 한국어?
또로록 또로록.
//여보세요? 예? 어! 어! 그래. 뭐? 얘들이 왜 이래. 알았어. 에이 참. 정말. 그래, 알았어.
//뭔데 그래?
//너 같은 놈 또 하나 있다.
//누가?
//용재 말이야.
//그 녀석이 뭐가?
//북한산 꼭대기에 있댄다.
//걘 공학도가 될 애가 아니야. 나처럼 문학을 했어야지.
//동감이야. 야, 나 지금 가 봐야 할 것 같애.
//어딜?
//북한산에.
//뭐! 웬 북한산? 그럼 나도 같이 가.
//너는 남아서 포스터나 붙여. 어제 벌이야.
//그럼 넌 조교 땡땡이치고 가는 거야? 그럴 수 있니? 사람은 말이야 우선 자기 임무에 충실...
//나 간다. 오후에야 돌아올 수 있을 거야. 그동안 너 수도 없이 땡땡이친 거 참회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근무해라. 교수님한테서 전화 오면 얘기 잘해 주고.
국문과 사무실을 나서는 정수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그래, 녀석이 뭔가가 있는 거야. 오늘 꼭 녀석의 의중을 알아야만 하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