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실마리 Oct 18. 2023

3. 두 손이 마주쳐야 기호

질문하는 언어학

[교수] 방금 우리는 기호의 형식이란 무엇인가를 살펴보았습니다. 이제 그것에 이어지는 다음 문제를 풀 차례죠. 3조 문제 읽고 답해 주세요. 


[학생4] 예, 3조 ‘바로 그거죠’입니다. 문제는 ‘기호의 내용이란 무엇인가?’입니다. 저희들이 찾은 답은, 기호의 내용이란, 기호가 전달하는 메시지입니다. 


[교수] 맞습니다. 기호의 내용이란, 기호가 전달하는 메시지, 기호에 담겨 있는 의미를 가리키죠. 운이 좋은 편이네요. 앞서 살펴본 기호의 형식 때는 장황한 설명이 필요했는데, 기호의 내용은 그게 다입니다. 결코 가벼운 내용은 아니지만 일단 질문에 대한 답은 간단하네요. 여기까지 우리는 기호의 형식과 내용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그런데 정작 기호가 무엇인지 아직 모르고 있죠? 그에 관해 묻는 것이 다음 질문입니다. 4조! 풀어 주세요. 


[학생5] 예, 4조 ‘언어는 소중하죠’입니다. 먼저 문제는 ‘기호의 정의는 무엇인가?’입니다. 책에 나와 있는 것을 말씀드리면, 기호란 일정한 형식에 일정한 내용이 결합되어 있는 것입니다. 


[교수] 좋습니다. 일정한 형식에 일정한 내용이 결합되어 있는 것이 기호라고 하였는데, 그걸 좀 더 풀어 줄 수 있나요? 


[학생5] 예? 어떻게 풀어 달라는 말씀이신지 잘...


[교수] 아, 예. 방금 우리는 기호의 형식이 무엇이고 내용이 무엇인지 확인했잖아요. 그걸 넣어서 기호의 정의를 풀어 달라는 얘깁니다. 그렇게 하면 기호의 정의가 좀 길어지겠네요. 한번 해 보세요. 


[학생5] 예. 어... 그러니까, 기호의 형식은 사람이 가진 다섯 가지 감각기관을 통해 감지할 수 있는 것이고 기호의 내용은 기호에 담긴 의미니까... 그러니까... 어... 기호란...


[교수] 사실, 교재에 이미 나와 있죠! 학생이 긴장을 해서 잠깐 잊은 것 같은데. 그 부분 찾아서 읽어 주세요. 너무 어렵게 생각하진 마시고! 


[학생5] 예. 어... 음.... 그니까... 아! 예. 이거... 사람이 다섯 가지 감각기관을 통해 감지할 수 있는 것 가운데 일정한 메시지를 지니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기호의 정의가. 


[교수] 잘했습니다. 기호란, 일정한 형식에 일정한 내용이 결합되어 있는 것인데, 이때 일정한 형식이란, 사람이 가진 다섯 가지 감각기관을 통해 감지할 수 있는 것이고, 일정한 내용이란, 그러한 형식에 담겨 있는 메시지죠. 앞서 우리가 배운 기호의 형식과 기호의 내용이 이 대목에서 요긴하게 쓰이는 걸 볼 수 있습니다. 기호란, 간단히 말해 일정한 형식과 일정한 내용의 결합입니다. 또 그걸 자세히 말하면, 방금 정리한 대로, 사람이 가진 다섯 가지 감각기관을 통해 감지할 수 있는 것 가운데 일정한 메시지를 지니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기호에 대한 간략한 정의와 상세한 정의입니다. 우리는 어떤 것에 대해 짧게 정의할 수도, 길게 정의할 수도 있습니다. 정의가 짧아지면 간단하지만 이해하기는 어려워지고, 정의가 길어지면 복잡하지만 이해하기는 더 쉬워집니다. 필요에 따라 어떤 것을 짧게도, 길게도 정의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다시 기호로 돌아가서 꼭 기억할 것은, 형식만 가지고 있다고 해서 기호가 되는 게 아니고, 또 내용만 가지고 있다고 해서 기호가 되는 게 아니란 겁니다. 반드시 어떤 형식에 어떤 내용이 결부되어 있어야 기호라 불릴 수 있는 거죠. 


이전 03화 2. 오감 사용 설명서: 기호의 형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