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자

by 실마리



아내가 아들 데리고 외국 나가는 그 새벽에

부엌에서 마지막으로 한 일은

주전자에 물을 넣고 끓이는 것이었다.


먼길 떠나기 전 이것저것 챙길 일이

무척이나 많았을텐데

그때 주전자를 올리고 있었다.


지금 물 끓일 때냐고 묻고 싶었지만,

소리를 내는 주전자를 부엌 베란다로 조심스레 옮기는 그 손길은

그것이 나를 위한 마지막 배려임을 문득 알게 했다.


집 떠나는 새벽의 마지막에,

나와 꽤 오랫동안 떨어져 있어야 하는 상황에서

나를 위한 아내의 마음이었다.


사랑은 말로도 하는 것이지만

아내의 그 행동 하나가

내게 가슴 깊이 고인다.


공항에 아내와 아들을 내려주고 집에 혼자 돌아와

미지근해진 주전자의 물을 따라 마시면서

눈물을 삼켰다. 사랑을 마셨다.


사랑하는 이가 그 바쁜 새벽에 나를 위해 끓여 놓은,

차마 떨어지지 않는 손길로 내려놓은

주전자의 손잡이를 가만히 잡아 본다.


사랑은 그렇게

주전자를 통해

물 한 잔으로 내 마음을 적신다.

작가의 이전글내면 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