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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by 실마리

퇴근 전 문자가 왔다

할 말이 있다고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연구소를 빠져나와

가파른 언덕길을 돌멩이처럼 내려오며

전화를 걸었다


할 말이 있단다

그동안 하지 못한 말이란다

그래서 미안하단다


퇴근 시간 지하철에 올랐다

대화는 호흡처럼 끊겼다 이어졌다를 반복했다

곧 시험을 본단다


나 만나기 이 년 전부터 준비했던 유학 시험이

얼마 뒤란다

날 만난 것은 이 주 전이다


나 시험 봐도 돼요

물었다

순간 6호선 객실이 텅 비었다


아득하게 달리는 지하철에서 나는 내게 물었다

괜찮겠냐고

평생 괜찮겠냐고


가지 마세요

...

고마워요


마음은 빛보다 더 빨리

서로에게 닿았다

우리는 이미 함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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