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사람의 마음속에 있다
맹자의 성선설은 고등학교에서 공식처럼 배워왔습니다. 그러나 다시 읽은 《맹자》에서는 그렇게 단순한 뜻은 아니었습니다.
"자신의 마음을 남김없이 실현하는 자는 자신의 본성을 이해하게 된다. 자신의 본성을 이해하면 하늘을 이해하게 된다. 자신의 마음을 간직하고 자신의 본성을 기르는 것은 하늘을 섬기는 방법이다." 《맹자》 <진심>
결국 맹자는 선한 본성의 실마리를 찾는 일, 그리고 그 실마리를 귀하게 여기는 것을 요구했습니다. 쉽게 말해서 수신하라는 것. 즉, 자기를 돌아보며 허물을 살피고, 시비를 따지며 양심을 들여다보는 수행을 하라고 합니다. 그 수행 과정에서 마주하게 되는 자신의 양심이 ‘하늘’이라고 명명했습니다.
고대의 철학자라고 다 같은 관념론자는 아닙니다. 그 중 맹자는 철저한 현실주의자입니다. 철기 사회로 진입하고, 주나라가 몰락하면서 종법 질서는 해체되고 있었습니다. 종법 질서의 해체로 자연스레 따라온 것은 천자, 즉 하늘의 자식이라 불리는 왕의 존재근거에 대한 의문이었습니다. 주나라까지만 해도 하늘의 뜻인 ‘도’는 하늘이 점지해 줍니다. 그러나 주나라 몰락, 춘추시대에 이르러서는 ‘도’는 ‘덕’있는 사람에게 간다는 것입니다. 하늘이 점지해 주던 때는 인간은 수동적 위치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춘추시대 인간은 능동적으로 하늘의 ‘도’를 부르게 됩니다. ‘덕’을 갖추면 됩니다.
종법 질서는 하늘이 점지해준 천자와 천자의 친족들이 땅을 나누어 다스리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 종법 질서의 해체는 철기 사회 진입으로 새롭게 부상한 계급들이 왕의 행세를 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춘추시대까지는 과도기, 전국시대는 완전한 교체로 이전 천자의 혈통은 유명무실해졌습니다. 전국 7웅은 군사력과 경제력을 바탕으로 천하를 호령했습니다.
그러니 하늘의 ‘도’에 대한 정의가 달라져야 했습니다. 공저가 시작했고, 제자 백가들이 풍부히 발전시켰고, 백가쟁명으로 서로 논쟁하며 상호 발전했습니다. 전국시대 맹자에 이르러, 덕의 완전한 독립성, 주체성을 확립했습니다.
다시 맹자로 돌아와서, 맹자는 스스로를 돌아보는 수신을 강조했습니다.
"자신을 반성하여서 진실하게 되는 데는 방법이 있으니, 선에 대해 밝게 알지 못하면 자신을 진실하게 할 수 없다. 진실함 자체는 하늘의 도이고, 진실함을 추구하는 것은 사람의 도이다. 지극히 진실한데도 남을 감동시키지 못하는 경우는 없고, 진실하지 않은데도 남을 감동시키는 경우는 없다." 《맹자》 <이루上>
그 과정에 마주하게 되는 양심 그 자체가 하늘이라는 것입니다. 고대 관념의 하늘이 외재적이고, 독립적으로 우주에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것입니다. 경이롭습니다. 이천 년 전에 철저한 현실주의 정치학이 맹자에게서 비롯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맹자》의 줄기는 왕도정치가 됩니다. 왕이 스스로 잘하면, 백성이 따르고, 그러면 국력이 강해지고, 그러면 다른 나라가 침범하지 못하고, 그러면 천하를 호령한다는 것입니다. 스스로 잘하는즉, ‘덕’을 갖추는 것을 말합니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수신하여 양심을 마주하고 양심이 가리키는 데로 하면 됩니다. 그 양심이 가리키는 것은 인의예지의 실마리 측은지심惻隱之心, 수오지심羞惡之心, 사양지심辭讓之心, 시비지심是非之心이라 부릅니다.
맹자는 한발 더 나아갑니다. 누구나 덕을 갖출 수 있다고 합니다. 바로 얼마 전 주나라까지 하늘이 주던 ‘도’를 받아 ‘덕’을 갖추는 사람은 천자 한 사람이었습니다. 이것이 맹자에 이르러 모두가 할 수 있도록 공유된 것입니다. 덕을 갖추는 바탕인 사단(측은지심惻隱之心, 수오지심羞惡之心, 사양지심辭讓之心, 시비지심是非之心)은 사람이면 누구나 가지고 있으니 그 실마리를 잘 찾아 기르면 ‘덕’을 갖춘 성인이 될 수 있습니다. 완전한 평등입니다. 사상의 공유입니다. 지배계급의 전유물이 아닌 것입니다. 백성들이 교화의 대상으로 객체가 아닌, 스스로 존재하는 주체가 되는 것입니다.
맹자의 철학은 철저하게 주체적이고, 평등적입니다. 관념적인 하늘의 존재를 사람의 양심으로 대체했고, 천하의 주인이 되는 길을 수신에서 찾았고, ‘덕’의 위치를 사람이면 모두가 갖출 가능성이 있도록 공유했습니다. 공자가 세상의 근본을 인으로 찾은 것이 혁명적이지만, 맹자가 공자의 사상을 철저하게 독립적이고, 날카롭게 만든 것 또한 혁명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