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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광진 Jan 30. 2019

맹자, 하늘의 도를 땅으로 끌어내리다(2)

맹자, 현실적인 정치철학으로 해석하다

중국은 고대의 임금인 요와 순을 '덕'이 있는 왕으로 기립니다. 그래서 유가들은 요순시대라고 명명하며, 이상향으로 삼습니다. 요와 순의 행적을 근거로 유가 이론을 설명합니다.


덕을 갖춘 요와 순의 또 다른 큰 특징은 ‘선양(禪讓)’입니다. 왕위에 대한 장자 세습이 기본인 봉건사회의 틀을 깨고, 친족이 아닌 사람이 왕에 오른 것입니다. 그리고 순 또한 우에게 '선양(禪讓)'합니다. 그러나 우 이후에는 우의 장자 세습이 이어집니다. 그러면 요와 순은 어떻게 장자 세습을 포기하고 선양할 수 있었을까요? 그리고 우는 왜 '선양'(禪讓)을 버리고, 장자에게 세습했을까요?


공자는 순과 우가 '덕'을 갖춘 성인이라는 점 외에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지만 맹자는 상당히 구체적으로 풀이했습니다. 맹자는 천자는 하늘에 천자가 될 사람은 추천할 수 있지만, 그가 천자가 되는 것은 하늘의 뜻이라고 했습니다. 땅에 사는 가장 존귀한 천자는 고작 추천만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요임금은 순을 어떻게 추천했을까요?


"요임금이 돌아가시자 삼년상을 마치고 나서 순은 요임금의 아들을 피해 남하의 남쪽으로 피해 있었다, 천하의 제후로서 조근 하려는 사람들은 요임금의 아들에게 가지 않고 순에게로 갔다. 소송을 하려는 사람들은 요임금의 아들에게 가지 않고  순에게로 갔다. 노래를 불러 천자를 찬양하는 사람들은 요임금의 아들을 찬양하지 않고 순을 찬양하였다. 그래서 '하늘의 뜻이다'라고 한 것이다. 그렇게 된 후에야 순이 도읍으로 가서 천자의 지위에 올랐다. 만약 그렇지 않고 요임금의 궁궐에 머물면서 요임금의 아들을 핍박하여 몰아냈다면, 그것은 천하를 찬탈한 것이지 하늘이 준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맹자》 <만장>


순은 당시에 시골에서 농사짓는 평범한 사람이었습니다. 요임금은 그가 덕을 갖춘 것을 보고, 그를 재상으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순은 조정에 나가 요임금을 보좌하며 나라를 다스렸습니다. 그 공이 커서 많은 백성이 은혜를 입었다고 합니다. 요임금이 죽자, 삼년상을 마친 후 순은 요임금의 아들을 피해 남쪽 지방으로 도망갔습니다. 권력의 승계가 요임금의 아들에게 가야 하는데, 자신이 있으면  걸림돌이 되기 때문에 스스로 피한 것입니다. 여기까지만 봐도 나서고 물러날 때를 아는 성인입니다.


반전은 그다음부터입니다. 백성들이 송사가 있거나, 중대한 문제를 결정해야 할 때 요임금의 아들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남쪽의 순을 찾아가는 것입니다. 그렇게 요임금의 아들 또한 순을 찾아가 임금이 될 것으로 권유하고, 그는 조정으로 나아가 임금이 되었습니다.


순임금은 우를 재상으로 두었습니다. 우는 치수사업을 벌인 역사적 인물입니다. 중국의 황하가 매번 범람하고 홍수를 일으켜 백성들의 농사 피해가 상당했습니다. 이에 우는 치수사업을 벌여 물줄기를 양쯔강으로 틀고, 동해로 빠지게 했습니다. 우는 치수사업을 벌이며 집  앞을 3번이나 지나쳤지만 들리지 안 있다고 합니다.


당시는 씨족사회라서 집이라면 가족만 있는 게 아니라, 친족이 모두 모여 있었을 것입니다. 나라의 재상이면 상당한 명예와 권력이 있을 테고, 금의환향이 따로 없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그냥 지나치다니,  ‘덕’이란 어떤 것인지 보여줍니다.


그렇게 우는 재상 노릇을 잘해서, 순임금이 죽자 삼년상을 마친 후 순과 같은 방식으로 선양됩니다. 백성들이 우를 찾는 것입니다. 맹자가 말하고자 하는 하늘의 뜻이 무엇인지 분명해집니다. 그건 백성들의 마음, 민심입니다. 천자는 하늘에 추천한다는 것은 재상으로 삼아 백성에게 보인다는 것입니다. 거기서 스스로 행적을 보여, 백성으로부터 천자가 되는 것입니다. 이쯤에서 보면 맹자는 철저하게 현실적 정치철학으로 해석합니다.




우리가 흔히 배워왔던 처음부터 선했다는 성선설, 하늘의 뜻을 따르는 '덕'의 개념은 독립적이고, 관념적인 하늘이 존재한다고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당시의 고대사회의 의식 수준에서 하늘은 경외의 존재, 두려움의 대상이었습니다.


공자가 인을 통해 사람을 하늘과 다른 독립적 개체로 분류해냈다면, 맹자는 여기에 더 나아가 덕의 개념을 통해 사람의 지위를 격상시켰습니다. 즉, 맹자는 하늘의 전유물이었던 도를 땅으로 끌어내려 모든 사람의 것으로 만들었습니다


다시 우임금 이후 익이 재상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익은 7년만 보좌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임금이 죽고, 삼년상을 치르자 백성들은 우임 금의 장자에게 송사와 중대사를 물으러 찾아갔습니다. 그렇게 우임금 이후로 장자 세습이 안착되었습니다.


익의 경우는 재상으로서 자신의 '덕'을 보여줄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아서 백성들로부터 천자로 추대되지 못한 것입니다. 장자가 세습하든, 선양으로 전혀 다른 사람이 하든 공통점은 하나입니다. 백성들이 따를만한 능력을 갖추었는가? 그리고 그 능력은 재상으로 지내면서 수십 년간 검증받습니다. 이쯤 되면 완벽한 민주주의 아닙니까?


"주공이 천하를 차지하지 못한 것은 하왕조에 있어서 익의 경우나 은왕조에 있어서 이윤의 경우와 같았다. 그래서 공자는 '요임금과 순임금은  어진 사람들에게 왕위를 선양했고 이후 하은주 삼대는 세습을 하였지만, 그 취지는 같다'라고 했던 것이다"《맹자》 <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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