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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광진 Feb 02. 2019

묵자, 차별 없는 사랑

겸애(兼愛)를 실천하는 공동체

제자백가 사상은 공자로부터 시작합니다. 공자의 인(仁)의 사상을 비판하면서 각자의 사상으로 정립했기 때문입니다. 공자의 인(仁)의 사상은 가치지향적입니다. 인(仁)이라고 고유의 가치를 실천해야 합니다. 그래서 노자는 공자의 가치 지향성이, 인(仁)이 아닌 것들에 대해서 차별하게 되고, 차별이 생기면 억압하게 되고, 억압이 생기면 폭력이 따른다고 경고했습니다. 노자는 무위(無爲)를 주장합니다. 모든 인위적인 것들이 없는, 인위적이지 않은 것을 원리로 삼습니다. 공자의 인(仁)이라고 인위적인 가치지향이 가진 위험성을 경고한 것이죠.


묵자는 좀 다릅니다. 공자의 인(仁)이라는 것이 정명 사상과 결부 지어 사람을 구분하고 차별한다는 것입니다. 군주, 신하, 부모, 자식 간의 도리가 따로 규정되어 있는 차별, 이 차별이 문제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주장하는 겸애(兼愛)입니다. 즉, 차별 없는 사랑입니다. 이런 면에서 봤을 때, 노자의 무위(無爲)는 소극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자가 인위적인 가치 인(仁)을 주장하자, 인위적인 것을 거부하며 무위(無爲)를 원리로 삼았습니다. 그러나 묵자는 공자의 인(仁)의 가치에 대항하여 적극적입니다. 겸애(兼愛)라는 다른 가치를 통해서 차별과 폭력성을 경계한 것입니다.


그러나 그 겸애(兼愛)라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차별 없이 모두를 사랑하는 것, 생각해보십시오.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장자는 말은 좋으나, 세상 사람들이 감당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견해는 겸애(兼愛)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됩니다. 즉, 남을 사랑하는 것과 자신을 사랑하는 것을 대립시켜서 보면 겸애는 쉽지 않습니다.


"사람을 사랑하는 일에 자기 자신이 배제되는 것이 아니며, 자신 또한 사랑하는 대상 가운데에 포함된다. 자신이 사랑하는 대상 가운데 있으면 사랑이 자기에게 더해진다. 자신을 사랑하는 것과 함께 나란히 있는 것이 곧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 《묵자》 <대취>


묵자의 이런 견해는 장자의 비판을 의식한듯한 언급입니다. 장자는 세상 사람들이 감당할 수 없다고 했지만, 그 겸애(兼愛)의 사상은 지구 반대편에서 2,000년을 이어온 종교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감당했다는 증명이기도 합니다. 묵자는 더 자세하게 겸애(兼愛)에 대해 비유하여 설명합니다.


"한 사람은 별을 견지고 다른 한 사람은 겸을 견지한다고 가정해보자. 먼저 별이 "내가 어찌 친구 위하기를 제 몸 위하듯 하고, 친구 부모 위하기를 제 부모 위하듯 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래서 친구가 굶는 것을 보고도 먹을 것을 주지 않고 추위에 떠는 데도 옷을 입혀주지 않으며, 병을 앓더라도 돌봐주지 않고 죽었는데도 묻어주지 않는다. 다음으로 겸은 "내가 듣기로 천하에 이름 높은 선비가 되려면 반드시 친구 위하기를 제 몸 위하듯 하고, 친구 부모 위하기를 제 부모 위한듯한 뒤에야 천하에 이름 높은 선비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친구가 굶으면 먹여주고 추위에 떨며 입혀주며, 병을 앓으면 돌봐주고 죽으면 묻어주었다. 이처럼 두 사람의 말과 행동은 서로 완전히 달랐다. 그렇다면 생사를 알 수 없는 전쟁에 참여하거나 귀환을 보장할 수 없는 외국에 사신으로 갈 경우, 어느 쪽에게 처자의 부양을 맡기겠는가? 내 생각으로는 천하의 어리석은 필부나 '겸'에 반대하는 자일지라도 반드시 '겸'을 주장하는 사람에게 처자의 부양을 부탁할 것이다." 《묵자》 <겸애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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