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광진 Feb 06. 2019

한비, 유가와 묵가의 한계를 넘다

방법에서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다

그렇다면 작은 제후국들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가?


"국내의 다스림을 엄하게 하고 그 법을 분명히 하며, 반드시 상과 벌을 행하고 농업 생산력을 발휘하며, 축적을 많이 해서 백성들에게 사력을 다해 성을 굳게 지키도록 했다면, 천하가 그 영토를 얻어도 이익이 적었을 것이고, 그 나라를 공격해도 손해가 커서 만승의 나라일지라도 견고한 성 아래에서 좌절하고 강한 적이라고 그의 약점을 잡아 공격하도록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것이 절대 망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다." 《한비자》 <오두>


한비는 첫째, 백성들이 농업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한비자의 방법도 시대상황에 관련이 있습니다. 당시 유학이 성행하면서, 공부 열심히 했던 사람들이 나라에 등용되자 사람들이 농사를 안 짓고, 다들 공부만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한비는 유가를 비판하며, 과거에만 얽매여서 경전만 외운다고 나라가 경영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백성들이 농업에 힘쓰면서, 자신들의 부를 성실하게 축적할 것을 권합니다. 유학을 공부해서 등용되는 것은 일확천금입니다. 지금으로 보면 로또를 맞으려고 하는 것이죠. 그런 기대를 심어주지 말고 성실하게 농사짓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둘째, 용감한 군대를 만드는 것을 제시합니다. 용감한 군대는 협객이나, 자객 등 전문 군인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농민들이 상비군이 되는 것을 말합니다. 평소에는 열심히 농사를 짓다가 전쟁이 발생하면, 상비군으로 편성되어 전쟁에 나가 용감하게 싸우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나 당시의 군대는 지리멸렬했습니다. 한비는 그 이유를 상벌이 분명하지 않을 것으로 비판했습니다.

다시 말해 전쟁에서 공을 세워도 그에 대한 보상이 적절히 주어지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러면 왜 상벌이 분명하지 않았을까요. 그것을 한비는 관료 계급의 문제라고 보았습니다. 상벌에 대한 권한이 군주에게 있지 않고, 신하들에게 있어, 그들이 편애하는 사람들에게 상이 가고, 그들이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벌이 가는 것이었습니다. 상벌의 권한을 군주가 찾아오고, 상벌을 분명하게 하면 모든 백성이 나가 용감하게 싸우기 때문에 강대국으로부터 휘둘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한비는 중간의 관료들의 간사함 때문에 상벌을 포함한 국가 경영이 왜곡된다고 파악했습니다. 한비는 관료 계급을 가마솥에 비유했습니다.


"물이 불을 이길 수 있는 것과 같은 자명한 이치다. 그러나 가마솥을 그 중간에 두면, 물은 끓어올라 모두 위로 증발하지만 불은 솥 아래에서 기세 좋게 타올라 물이 불을 이길 능역을 상실하게 된다. 법률이 간사함을 제압할 수 있는 것은 물이 불을 이길 수 있는 것보다 더 명백하다. 그러나 법률을 집행하는 벼슬아치가 물과 불을 갈라놓는 가마솥의 행동을 한다면, 법률은 단지 군주의  마음속에서만 분명할 뿐이고, 간사함을 제압할 힘을 상실할 것이다."《한비자》 <비내>


그래서 법, 술, 세를 통해서 강력한 권력으로 관료 계급을 통제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보았습니다. 우리는 흔히 한비의 법가사상을 백성들에게 가혹한 사상이라고 오해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사실 진나라의 가혹한 통치로부터 씐 오해입니다. 한비의 법가사상의 법의 가혹함의 대상은 백성들이 아니라 관료 계급들입니다.


"나는 벼슬아치가 나라를 혼란스럽게 할지라도 착한 백성이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백성들이 혼란을 일으키는데 나라를 다스릴 수 있는  벼슬아치가 있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그러므로 현명한 군주는 벼슬아치를 다스리지 백성을 다스리지 않는다."  《한비자》 <외저설우下>


즉, 군주는 관료 계급을 적절하게 통치함으로써 백성들을 편안하게 하고, 나라를 강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합니다. 전국시대의 약육강식의 실태에 대해서 정확하게 이해하고, 그 타개책을 제시한 한비. 유가와 묵가의 한계를 응시하고, 그 한계를 넘어서서, 법, 술, 세의 방법으로 이상 사회를 구현하고 했던 한비입니다. 한비는 자신의 저술 마지막에 이렇게 밝힙니다.


"옛날에 재물을 가볍게 여긴 것은 인자해서가 아니라 재물이 많았기 때문이며, 오늘날 다투어 빼앗는 것은 탐욕스러워서가 아니라 재물이 적기 때문이다. 천자의 자리를 쉽게 버린 것은 고상해서가 아니라 권세가 약했기 때문이고, 벼슬을 놓고 심하게 다투는 것은 비천해서가 아니라 그 직책의 권세가 무겁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인은 물자의 적고 많음, 얕음과 두터움을 논해 정치를 한다. 따라서 형벌이 가볍다고 해서 자애로운 것이 아니고, 형벌이 엄하다고 해서 잔혹한 것이 아니며, 그 사회의 습속에 따라 일을 처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일은 시대의 변화에 따르므로 대처하는 방책은 일에 맞춰야 한다." 《한비자》 <오두>


즉, 변화된 상황에 맞게 사상과 방법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한비, 현실에 적응한 정치철학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