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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r ming Nov 27. 2022

포트 와인을 드셔 보셨나요?

2022년 10월 24일


8시에 조식을 먹었는데 갑자기 옆자리 투숙객 한 분이 우리에게 창 밖을 가리키셨다.

좀처럼 보기 힘든 무지개였다. Y와 둘이서 감탄을 연신 내뱉으며 사진을 마구 찍는데 새로운 무지개가 점점 선명해지며 쌍무지개가 형성되었다.


쌍무지개


오늘 재수가 좋으려나? 어제까지만 해도 변덕스러운 날씨에 실망했었지만, 우기 덕분에 이렇게 멋진 경관을 볼 수 있었다. 포르투의 마지막 날, 시작이 좋다!


렐루 서점


마지막 날인만큼 자유여행을 하기로 결정했다. Y의 몸 컨디션이 좋지 않아 나 혼자 시내로 나가보았다. 제일 먼저 향한 곳은 '렐루 서점'. 사실은 이곳은 어제 방문하려고 했었으나 너무나도 긴 대기줄을 보고, 포기했었다. 개인적으로 포르투에서 가장 가보고 싶었던 곳이라 오늘만큼은 줄이 길어도 들어가리라 다짐하면서 길거리에서 인터넷 예약을 했다. 가격은 5유로로 조금 비싼 편이다. (책 구매를 하면 책 가격에서 입장료를 제외시켜 준다.) 예약한 시간 10분 전쯤에 줄을 기다리면 예상 시간에 맞춰서 들어갈 수 있다.

 


렐루 서점은 해리포터의 작가 '조엔 k 롤링'이 자주 들렸던 서점으로 유명해졌다. 이 서점의 트레이드 마크는 바로 마법학교에 나올 것만 같은 엔틱한 계단이다. 해리포터보다 조엔 k 롤링을 더 좋아하는 나로선 철저히 작가의 입장에서 서점을 바라보게 되었는데 그녀가 어떻게 여기서 해리포터의 영감을 얻었는지 단숨이 이해될 정도로 서점은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가졌다.


듄과 2층에서 본 계단


서점은 해리포터 책을 포함한 최신 작품들도 판매했는데 포르투의 경관이 담긴 엽서나 일러스트도 제법 인기가 많았다. 2층에서 책을 구경하던 중 한 스웨덴 여성분이 사진을 찍어달라고 요청하셨고, 나도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할 심산으로 찍어드렸다. 그런데 찍어드린 사진이 마음에 안 들어하시는 느낌..! 눈치를 읽은 난 계단 바로 앞 가까이서 여성분의 사진을 더 찍어드렸다. 언젠가 한 여행 책에서 동양과 서양의 사진 철학에 대해 읽은 적이 있었는데 동양은 배경과 조화의 가치를 중요시 여겨 사진에서 배경과 사람을 조화롭게 찍는 반면 서양은 개인, 그 자체의 본질에 초점을 둬서 인물이 배경보다 크게 나오는 것을 선호한다는 내용이었다. 꽤 흥미로운 이야기였는데 실제로 겪으니 더 와닿았다. 한국에 온 적이 있는 그 여성분과 스몰톡을 나누며 렐루에 좋은 경험을 남길 수 있었다.

 


카르모 성당


서점을 나와 바로 옆 카르모 성당을 갔다. 성당 외부의 아줄레주가 이 성당의 특징이었는데 내부를 무료 개방해서 안에도 구경이 가능하다. 규모가 꽤 커서 내부도 볼 만한 편이다.



Amorino 젤라또


Amorino. 젤라또를 파는 가게로 체인점이라 지나가다 자주 만날 수 있다. (스페인에도 있다.) 이 가게의 특징은 3가지 맛을 선택하면 그 맛들로 장미꽃을 만들어준다는 것. 레몬과 멜론 티라미수의 조합이 제법 조화롭고 맛있었다.



포르투 대성당 올라가는 길


여행을 준비하면서 도시의 대성당은 꼭 가보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도시를 대표하는 성당인 만큼 도시마다의 특유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았고, 도시 간의 대성당을 비교하는 재미도 쏠쏠할 것 같다는 이유였다.  


2022년 10월 24일 기준 공사 중인 대성당


아쉽게도 성당은 우기 시즌을 맞아 공사 중이라 들어갈 수 없었다. 대신 성당 바로 앞의 전망대는 탁 트인 포르투 시내를 보여주기 충분했는데 도우르 강이 보이는 포르투의 야경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포르투 대성당 전망대


성당 앞의 뱀 기둥 계단에 앉아서 한참을 멍하니 뷰를 바라보았다. 아무도 나를 신경 쓰지 않고, 강요하지 않는, 그저 사람과 풍경을 구경하는 3인칭 시점이 되어보니 자유라는 단어가 무심코 떠올랐다. ‘나 지금 자유롭구나!’


산타 카탈리나 거리


구글 지도를 펼쳐보니 근처에 그 유명한 볼량 시장과 산투 알폰소 성당이 위치한 산타 카탈리나 거리가 있었다. 그렇게 직접 걸어본 산타 카탈리나 거리는 히베리아 거리와 플로레스 거리와는 달리 모던한 느낌이 강했다.


볼량 시장


볼량 시장은 최근 대규모 현대화 프로젝트 공사를 마치고, 새로 리모델링되어 개장되었다.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세련되고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어서 놀랐다.

와인, 나타, 치즈, 과일, 올리브 등등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다양한 식품들이 즐비했으며, 관광객도 제법 많았다. 시장 한 구석에는 음식과 술을 마실 수 있는 장소가 마련되어 있어 시장의 활기를 더했다.



무언가 하나를 사고 싶었던 나는 열심히 두리번거리던 중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한 치즈가게를 발견했다. 치즈의 꼬린내가 물씬 풍겨오는 곳에서 5유로짜리 간식거리를 샀는데 치즈와 과일, 과자가 같이 들어있었다. 토마토가 들어간 치즈도 꽤 맛있었는데 먹자마자 와인이 생각나는 딱, 와인 안주였다!


산투 알폰소 성당


볼량 시장에서 조금 더 걸어가면 바로 옆에는 산투 알폰소 성당이 위치하고 있다. 이 성당 역시 포르투갈 특유의 아줄레주 문양이 성당 외관을 장식하고 있어 유명하다. 성당 내부도 무료 개방이라 살짝 들어가 보니 앞선 카르모 성당보다는 훨씬 작은 규모였다. 성당에 관심 있는 사람은 한 번쯤 들어가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산타 카탈리나 central 매장의 지하 1층


성당을 다 본 후 다시 산타 카탈리나 거리를 목적지 없이 걷기 시작했다. 그러다 시내 중심의 백화점 같은 큰 매장을 발견하고 호기심에 들어갔는데 다양한 spa 브랜드 옷을 판매하고 있었다. 매장 지하 1층에는 식료품점이 운영되고 있었다. 여행에서 그 도시의 마트에 가 다양한 제품의 물가를 확인하는 것은 또 다른 묘미다. 한국과 비교하며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제일 놀랐던 것은 와인 보틀의 가격. 식당에서 파는 물보다 훨씬 싸니 유럽이 와인을 사랑할 수밖에


메이아두지아 잼과 와인셀러


오늘의 자유여행을 마치고 Y와 합류해 포르투 기념품을 쇼핑하였다. 메이아두지아 잼은 Y 덕분에 처음 알게 되었는데 포르투에서 파는 대표적인 인기 잼이었다. 이 잼에는 특히나 포트 와인이 들어 있어 단 맛을 극대화시킨다. 맛의 종류도 다양하고, 잼의 용기가 수채화 물감처럼 디피 되어 있어 보는 재미도 있다. 나는 블루베리 잼을 샀는데 조금 더 사 올 걸 지금 와서 후회 중이다.


포트와인은 내가 사 올 기념품 리스트 1순위였다. 일반 매장보다 와인전문점에서 사는 것이 조금 싼 편이라 근처 와인셀러를 찾았다. 그런데 숙소의 와이너리 투어를 하지 않았던 탓에 어떤 와인을 사야 할지 감이 서지 않았다. 결국 나는 숙소였던 샌드맨 와이너리의 상품인 '샌드맨 파인 루비 포트 와인'을 골랐다. 현지에서는 7~8유로 정도 하는 듯하다. (한국에서 집 근처 마트에서는 3만원 정도에 판매하고 있다.)


새똥


유럽 여행하면서 날아오는 새에게 새똥을 맞을 확률은 몇 퍼센트일까? Y와 기념품을 사고 포르투 항구 쪽에 걸터앉아 있었는데 갑자기 갈매기, 그 비슷한 새가 날아와 내 바지에 똥을 쌌다. 처음에는 카라멜이 묻은 줄...... 원래도 싫어하는 동물이었건만, 새에 대한 악의가 더 늘어나게 되었다. 물티슈로도 해결이 안돼 급히 숙소로 돌아가 씻고, 옷을 갈아입었다. 바지는 그냥 버렸다. 유럽은 이런 새들의 행패에도 불구하고 새들을 너무 사랑한다.



도우루 레드 와인 2019년 산과 해물탕


저녁은 Y가  알아본 해물밥 맛집으로 갔다. 이미 맛집으로 유명한 곳이었는지 예약이 다 차있었는데 돌아서려던 찰나 테이블이 하나 비어서 앉게 되었다. 럭키! 한국인이 현지인보다 많은 걸 입증하듯 해물탕은 얼큰하고 짭짤해서 내 입맛에 딱 맞았다. (사실 어제 너무 느끼한 바칼라우 음식에 데어서 그런 것도 있다.) 와인은 Douro tinto 2019년 산을 먹었는데 달달하면서 술맛이 살짝 나는 게 정말 맛있었다.


포트와인의 탄생 배경은 꽤 흥미롭다. 옛날 포르투에서 영국으로 와인을 수송하는 시절 와인이 상하는 것을 막기 위해 블랜디를 첨가하면서 도수가 높고 달달한 포트 와인이 탄생하게 되었다. 그래서 맛있다고 홀짝홀짝 먹으면 한 번에 훅 갈 수도!


버스킹


살짝 취기가 돌면서 기분이 좋아질 때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한 버스킹 무대가 포르투 야경을 배경으로 펼쳐지고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H.E.R의 Best part. 몇 달 전 기타로 이 곡을 연습했었는데 포르투에서 들으니 소름이 끼쳤다. 포트와인에 취한 건지, 이 도시의 낭만적인 야경에 취한 건지 모를 영화 같은 포르투의 마지막 날이 이렇게 마무리되는 듯하다.



If life is a movie

(인생이 영화라면)


Oh you're the best part.

(네가 나의 최고의 순간이야)


[Best part - 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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