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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앞으로 치킨을 먹지 못하게 되었다

나는 더 이상 치킨을 먹지 못하게 되었다.


우리의 삶에서 하루하루 챙겨 먹는 한 끼는 정말 중요하다. 음식은 허기를 달래기 위해서 먹기도 하지만 스트레스를 받거나 기분이 좋지 않은 일이 있을 때 먹는 일종의 소울푸드가 되기도 한다. 나에게 그동안 소울푸드는 치킨이었다. 회사를 다닐 때, 여러 무례한 사람들로 인해 스트레스받을 때, 혼자서 맞이하는 생일에도 치킨이 옆에 있었다. 하지만 어느 날 치킨을 먹으면 배탈이 났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다시 치킨을 먹었으나 또다시 그러한 일이 일어났다. 장이 약해진 건가 싶었다.  


이후 시간이 흘러서 지난 3월에는 한 끼를 먹고 배탈이 난 배를 부여잡았다. 소중한 한 끼가 불안한 한 끼로 바뀌어버린 것이다. 나아지겠다 싶다가도 2주가 흘렀는데 배탈은 이어졌고 3~4kg 정도의 살이 빠졌다. 안 그래도 마른 편이었고 살이 빠지는 것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는 나에게 청천벽력 같은 것이었다.


걱정이 되어 병원을 찾았는데 과민성 대장증후군이라는 말을 의사가 건넸다. 아무렇지 않게 하는 말에 나는 뒤통수를 맞는 것처럼 놀랐다. 과민성 대장증후군에 대해서 자세히 찾아보니 기름진 음식, 자극적인 음식, 술, 커피 등을 먹으면 안 된다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게 이제 나의 허기와 마음을 달랬던 소울 푸드 치킨을 먹지 못하는 것이 확실시되었다.



일상적인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렇게 소울푸드를 먹지 못하면서 한 끼 한 끼 얼마나 소중하다는 것을 돌아보게 되었다. 회사를 다닐 때는 매 점심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던 시기가 있었고 퇴사를 한 뒤에는 점심, 저녁 무엇을 먹을지 행복한 고민을 하던 시기도 있었다. 그렇게 한 끼는 행복한 고민을 하게 만드는 소중한 것이라는 것을 다시 돌아보았다.


한편 과민성 대장증후군이 생긴 것에 대해서 돌아보았다. 돌이켜보니 스무 살 때부터 자취를 하면서 라면이나 삼각 김밥으로 끼니를 때우기도 했고 시간이 없을 때는 커피 한 잔으로 넘어가기도 했었다. 한 끼를 대충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몸에 좋지 않은 기름진 음식, 인스턴트 음식도 꽤 자주 먹었다. 돈을 아낀다는 이유로,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그렇게 나는 내 건강을 꾸준히 훼손하고 있었다.


이제는 과민성 대장증후군 약을 먹고 2~3달 정도 지나면서 건강한 식단으로 바꾸었고 다시 돌아오지 않을 나의 소중한 건강을 아끼고 식습관을 개선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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