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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Choi 메덴코 Feb 11. 2023

덴마크에서의 첫 퇴사를 준비하며 (1)

어느덧 시간이 흐르고 흘러 첫 덴마크 직장에서 5개월 차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며칠 전 퇴사를 확정했고 3월 31일까지 근무를 하기로 했다. 참으로 힘든 결정이었다. 인생이 계획대로 그리고 마음먹은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깨달았던 시간이었다. 여태 열심히 달려왔는데 그리고 행복했는데, 원하는 것을 모두 얻자마자 왜 나를 다시 시험대에 올려두는 것일까 하늘도 원망했던 시간이었다. 하지만 이것 또한 나의 인생임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나는 다시 앞으로 나아가기로 마음먹었다.


한 달 전 나는 먼저 내가 할 수 있는 것들부터 해보기로 했다. 태도를 바꾸고, 나를 돌아보고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는 것부터 시작했었다. 커리어에 대한 책을 읽었고 명상을 하며 나의 내면을 들여보는 연습을 했다. 확실히 더 나은 방면으로 나아가는 것 같았다. 한 독자께서 추천해 주신 도서 '일의 철학'을 읽으며 다양한 연습도 해보았다. 매일 새로운 무언가를 배웠는지,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었는지 그리고 어떤 것을 시도했는지를 작성해 나갔다. 그리고 팀원들과 주간 회의에 공유를 했다. 나는 매일 당신들에게 이런 것들을 배우고 있고, 요즘 내가 새로 배운 지식은 이런 것들이라고 말이다. 책에 대한 내용도 공유했고, 일에 대한 관점에 대해 함께 논의도 했다. 함께 근무하고 있는 팀원들은 열혈이 내게 호응해 주었다. 내가 얼마나 치열하게 그리고 열심히 지난 3개월을 노력해 왔는지 알았기 때문이다. 문제를 직시하고 해결하려는 모습이 인상적이라며 메시지를 보내왔고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었다.


주간 회의가 끝난 후 직속 캐나다인 상사와 면담이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아직 회사 생활과 직무에 익숙하지 않아서 힘들었다고. 여태 해온 업무가 아니라 마치 다시 신입사원이 된 것 같다고 말이다. 그래서 이런저런 노력들을 하며 더 잘하고 싶어서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상사는 내게 솔직하게 이야기해 주어 고맙다고 했다. 그리고 차주 다시 팔로우업을 하며 이야기하자고 했고 나는 당연히 더 모든것들이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악몽은 잠시 멈췄고, 활기차진 않아도 울지 않는 날들이 이어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차주 다시 상사와 면담을 했는데, 그녀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제가 생각을 해봤는데요. 저는 이 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제 팀원으로 두고 싶지 않아요. 저는 이 일을 정말 사랑하거든요. 아무리 써니가 노력을 해도 제 생각에 이건 지속 가능성이 없는 것 같아요. 노력한다고 괜찮아진다는 보장이 있나요? 그리고 제가 봤을 때 써니는 정치질을 즐기지 못하는 사람 같아서 여기선 버티기 힘들다고 생각해요. 이 조직은 정치질이 전부예요.

한국어로 쓰고 나니 뉘앙스가 좀 다르게 느껴지는데, 영어로 그녀는 정말 공격적이고 단호했다.

"I fucking love this job. But you don't." 정말로 저렇게 비속어를 쓰며 자기는 이 일을 너무 사랑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말을 이어갔다.


"조금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내부에는 현재 오픈된 포지션이 없는 것 같은데, 지금이라도 다른 일자리 찾아보는 게 어때요? 아 그렇다고 제가 당신을 내쫓는 건 아니고요. 오해 말아요. 당신의 정신건강을 위해 제안하는 거니까 주말 동안 생각해 보고 말해줘요."


몹시 당황스러웠고, 나는 다시 그녀에게 재차 말을 했다. 내가 당신에게 솔직하게 말한 건 당신의 나의 상사이기 때문이고 이제 막 수습 기간이 끝났고 더 잘해보겠다는 의미로 이야기한 것이라고. 내가 잘못 의사를 전달했다면 정정하고 싶다고. 그리고 나의 업무 퍼포먼스는 항상 좋은 피드백이 있었지 않냐고. 그녀는 무슨 말인지 안다고 그리고 업무는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하지만 본인만큼 이 일을 사랑하지 않는 팀원을 두고 싶지 않은 게 너무 강하다고만 반복했다. 그러면서 내게 혹시 이직 도움이 필요하면 이야기해 달라며 본인의 인맥으로 도와줄 수 있다고만 말하는 게 아닌가. 너무 황당해서 대답을 할 수 없었고 눈물까지 고였다. 그러자 그녀는 정말 소시오패스 같은 표정으로 내게 지금 머릿속에 무슨 생각이 드는지 이야기 하라며 나를 다그쳤다. 나는 마음을 다스리고 정 당신이 나와 일을 할 수 없으면 퇴사 대신 내부에서 팀 이동을 하는 방면으로 고려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제 막 4개월 차가 된 나에게 분명히 더 기회를 주는게 마땅하지 않냐고 말했다.


면담이 끝나고 눈물이 멈추질 않아서 화장실에서 30분간 갇혀 있었다. 그리고 그날부터 다시 악몽과, 수면장애가 생겼다. 주말 내내 마음이 혼란스러웠고, 월요일에 출근하는 것이 지옥과도 같았다.


아무쪼록 나는 바로 퇴사를 선택하기보단 사내 부서 이동을 하고자 마음을 먹고 다른 팀 오픈 포지션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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