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우리가 헤어져야만 했던 이유 (3)

이별이 우리에게 준 선물

by Sunny Choi 메덴코

나는 정도 많고, 눈물도 많고 여릴 땐 굉장히 여리다가도 한 번 결단을 내리면 피도 눈물도 없는 면을 가지고 있다. 이미 마음을 닫은 상태에서 그가 태국으로 나를 만나러 오겠다고 했을 때, 억장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어쩌다 보니 또 타이밍이 맞지 않아 우린 영영 함께 없을 거라 생각했고 우리는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먼저, 나는 왜 갑자기 길을 잃었다고 생각했을까? 왜 나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을까? 포르투갈에서도 태국에서도 걷고 걷고 또 명상하며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해답을 찾으려 했다.


여러 가지 원인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1. 나 답지 않은 선택들의 연속

2. 결혼만이 완벽한 행복을 줄 거라고 믿었던 것

3. 나 스스로를 보살필 수 없는 경제력


연애를 하면서 모든 선택이 나의 기준이 하나도 없었다. 함께 한 선택이라고 부를 수 없을 만큼 나는 상대방에게 맞춰, 상대방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기 시작했고 그게 곪기 시작했다.


늘 불안정하게 삶을 살아가는 내가 결혼만이 정서적으로 온전한 안정감과 행복을 줄 거라고 믿었기에, 결혼을 그런 이유에서 하고 싶었던 것.


준비 없이 유럽으로 떠나와 나 스스로 자립할 수 없는 능력이 나를 한 없이 작아지게 만들었던 것.


상대방도 같았다.

남자 친구도 본인이 누구인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왜 사는지 어디서 행복을 느끼는지 잃어버리고 사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우린 함께 길을 잃었던 것이다. 그래서 우린 먼저 스스로, 각자 행복해야 했고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먼저 익혀야 했다.


스스로를 먼저 사랑할 것
스스로를 먼저 알아갈 것


그는 결국 태국에 오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는 정말로 헤어지게 되었고 나는 한국에 가게 되었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가는 날 그는 내게 이렇게 연락을 해왔다.


"너의 시간을 가지고 너의 삶을 다시 멋지게 만들어봐. 나도 그래 볼게. 나도 내가 누구인지 나 스스로 서보는 연습을 해볼게"


그의 메시지를 받고, 결국 이 모든 시간이 추억이 되겠거니 생각했다. 세상에 아름다운 이별이 어디 있겠나, 헤어진 커플이 재회한다면 과연 가능성이 있는 걸까라는 마음으로 나는 기대조차 하지 않았고 한국에 돌아와 정말 온전히 나를 위한 나를 찾는 시간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그렇게 한국에 돌아온 지 거의 두 달 만에 나는 처음으로 프리랜서가 아닌 '회사원'이 되었는데, 내가 첫 출근 한 같은 날 그에게 연락이 왔다.


"잘 지내? 나 오늘 첫 직장 출근 첫날이야."


빨리 경제적으로 안정적이고 싶던 그도 취업 준비를 했었는데, 우연의 일치로 우리는 같은 날 취업을 했고, 서로를 축하해줬다. 그리고 안부를 물었고 종종 연락을 다시 시작했지만 일에 푹 빠져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사실 그 중간중간 그는 내게 지속적으로 사과를 했고 다시 함께 하기를 권유했었지만.. 그럴 의사가 당시엔 없었다)


나는 너무나도 행복했다. 그 짧은 시간 안에, 엄청난 노력으로 나는 성취감을 얻었고 다시 스스로에게 기회를, 한국에 돌아오는 도전을, 무서움을 깨고 내 발로 섰다는 것에 만족스러웠고 잊지 않은 한 가지를 매일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이 세상에서 나를 가장 사랑할 것.
연애를 하고 누군가와 결혼을 해도 나는 나를 가장 사랑하고 아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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