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on knight Mar 03. 2019

이사, 2019

이번이 다섯 번째 이사다.

시간은 언제나 그렇듯 빨리 흘러갔고 어느새 집 계약 만료 시점이 다가왔다.

그동안은 집 자체에 큰 미련이 없었다. 어차피 2년 정도 살다가 옮겨야 하는 유목민 신세이며 집에 있는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내가 2년 사이에 생각이 바뀌었는데, 언제부터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는 정확하게 모르겠으나, 떠오르는 키워드들을 나열해보면 아래와 같은 것들이다.


작업(코딩/독서) 공간, 각 목적별로 공간 분리, 홈 바(bar), 맥주 < 와인, 커피 < 차, 요리


이에 맞춰 월세보다는 전세 쪽으로 집을 알아보기로 했다.


-

처음 집을 보러 간 곳은 거의 같은 동네에 있는 집이었다.

금액 부분은 조건에 맞았지만 공간이 아쉬웠다. 살던 집보다 조금 더 넓은 정도.

분명 가격 대비 조건은 괜찮은 집 같은데 마음 한편이 왠지 씁쓸했다.

좀 더 적나라하게 적어보면, 이 정도 가격에 이런 공간에 살 수밖에 없는 현실이 조금 서글펐다고나 할까.


-

우선 보류 상태로 다시 직방 사이트에 들어가 트랙패드로 애꿎은 지도를 이리저리 움직였다.

마치 새로운 터전을 찾아 나서는 원주민처럼 그렇게 아래쪽으로 내려가는데 갑자기 마음에 들어오는 집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뭐지 이곳은?!"


가격은 동네에서 본 그 집과 같은데 퀄리티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갖춰진 옵션도 아쉬울 게 없어 보였다.

하지만 역시 거리가 문제였다. 출퇴근 시간이 크게 차이 나는 건 아니었으나, 막상 닥치면 1분이 아쉬운 걸 아는 까닭이다. 고민만 하고 있을 수는 없어 일단 집을 보러 나섰고, 결국 계약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복잡 미묘한 감정이 흘렀다.

괜찮은 조건의 집, 하지만 서울에서 멀어지는 씁쓸함, 거래를 위해 신경 써야 할 남은 일들.. 등등


-

결국 나는 이곳으로 왔고, 원하는 공간을 얻었다.

수납공간이 많아서 생각보다 더 넓어 보여 좋다.

조만간 차를 살 계획이고, 계획이 실행되면 출퇴근 시간은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멀어지는 거리는 차로 보완한다는 말을 이제 실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외 사야 할 것이 참 많은데 올해는 소비하는 한 해가 되겠군


이곳에서 생각이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다.

다음 이사 때는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나이가 들수록 매년 생각이 바뀌는 속도가 빨라진다는 생각이 든다.

나를 위해 투자한 만큼 능력치가 더 올라가길 바랄 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꽤 오랫동안 산타를 믿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