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나는 열 살 때 내가 겪었던 사소한사건이 떠오른다.
나는 여덟 살까지는 외동딸이었기에, 모든 사람이 내 비위를 맞춰주곤 했다. 나는 하얀 타이즈를 신고 검정 원피스를 입고 학교에 다니는 아이였다. 남자아이들과도 친하게 지낼 수 있는 멋진 두 발 자전거와 게임보이가 있었고, 생일이면 반 친구들을 모두 초대해서 생일파티를 하곤 했기에 아이들에게 제법 인기가 좋았다.
학교 일에 최선을 다하는 엄마 덕에 반에서는 모범생이었고, 가족들은 모두 내 뜻을 맞춰줬기에, 그때의 나는 천상천하 유아독존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외갓집에 갔었는데, 내가 아무리 삐져도 달래주고 내가 하자는 대로 해줬던 세 살 터울의 막내 이모가 나에게 화를 냈다.
이유는 잘 기억나지 않는데, 아마도 내가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렸던 것 같다. 이모는 나에게 소리쳤다.
“ 그렇게 네 멋대로 하면 아무도 너를 좋아해 주지 않을 거야.”
열 살의 나는 평소처럼 화를 내며 방에 삐져있으면 이모가 몇 분 후 달래줄 거라고 믿었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이모는 방에 들어오지 않았고, 나는 그제야 내가 크게 잘못했다는 걸 알았다. 나는 마당에 나가서 처음으로 이모에게 제멋대로 굴으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아무래도 이 사건은 내 인생에 큰 획이었던 것 같다. 그때 나는 내 멋대로 살았다가는 아무하고도 놀 수 없다는 큰 인생의 진리를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또 내 멋대로 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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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건이 내가 기억하고 있는 다른 사람에 대한 첫 번째 이해이다. 내가 생각할 때 심리학의 근원은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는 시도이다. 나와 다른 저 사람은 왜 힘들까, 나는 왜 힘이 들까, 나는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지난 시간 이상심리 수업에서 배운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의 행동' 특성은 아래와 같다.
자신을 바르게 인지하는 능력
타인과 올바른 관계를 유지하는 능력
현실 환경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적응하는 능력
사회적 기능 수행 능력
정서와 감정 통제 능력
유머 감각
나는 지금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일까? 열 살의 나보다 마흔 살의 나는 더 나아졌을까?
나는 타인을 잘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 정서와 감정을 잘 통제하고 있는 것일까?
잘 모르겠다.
확실한 것은 그때의 나보다 지금의 나는 좀 더 나를 잘 숨길 수 있다는 것뿐이다.
그래서 치과에서 무서움을 감추기 위해 손톱으로 반대편 손목을 자국이 남을 만큼 꾹 누른다거나, 이해가 전혀 되지 않는 사람을 다 이해한다는 눈빛으로 쳐다본다거나, 정치적으로 종교적으로 나와 다른 견해를 갖은 사람도 포용할 줄 아는 척을 한다거나, 그런 것들.
그래서 비정상적인 나를 정상처럼 보이게 하며 살아가는 것.
그리고 세상에서 제일 모르겠는. 그래서 이해가 안 되는 나를 꼭 끌어안을 수 있는 용기를 감히 내보는 것 정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