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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sa Feb 28. 2024

직장맘은 퇴사를 꿈꾸고, 전업맘은 회사를 꿈꾼다.

서른넷 퇴사 후 칠 년 만인 마흔 하나에 재취업 성공, 일 년 칠 개월째 회사에 다니고 있는 (전) 경력단절 여성이자, (현) 직장맘 리사입니다. 이번 연재를 통해 직장맘과 전업맘 경단녀 그리고 재취업 모두를 경험한 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왜냐고요? 잘 나가는 커리어 직장맘임에도 성공적 육아를 위해 퇴사를 고민하고 있거나, 사랑하는 아이들과 온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전업맘임에도 세상에서 나만 멈춰있는 것 같아 회사를 꿈꾸는 엄마들이 제 이야기를 통해 힘을 얻었으면 해서요.

서른넷 퇴직 당시 첫째는 일곱 살, 둘째는 네 살이었습니다. 육아휴직이 끝나가고 있었고, 내가 직접돌보지 않으면 아이들을 성공적으로 키우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그 당시는 좀 독한 육아가 유행하던 시기였습니다. 하루에 몇 시간씩 책을 읽히는 다독육아라던지, 집을 미국처럼 영어환경에 노출시키는 영어교육법이 유행하던 시기였습니다. 이렇게 아이를 키우려면 엄마가 무엇보다 중요한 역할을 차지합니다.


엄마표 간식에 엄마표 독서, 엄마표 영어를 시키려면 절대로 엄마는 집 밖을 나서면 안 되는 일종의 매니저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착각했던 것 같습니다. 마치 신처럼, 내가 누군가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버릴 수 있다는 생각말입니다.


저의 이십 대는 사실 꽤나 괜찮았습니다. (무척 세속적 기준에서 말입니다.) 사 학년 일 학기 때 대기업 취업이 확정되었고, 이 학기 때는 연봉이 훨씬 높은 더 좋은 대기업에 합격했습니다. 신입사원 중에 단 네 명만이 본사에 배정되었는데, 그중 하나가 저였습니다. 그래서 착각했습니다. 내가 잘하면 (그리고 잘나면) 내가 원하는 대로 세상은 돌아간다고 말입니다. 그래서 공부할 때처럼, 취업을 준비할 때처럼, 회사생활을 할 때처럼 1등급 엄마가 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아이들과 손을 잡고 시장에서 사 온 유기농 로컬 푸드로 간식을 만들고, 영어로 노래하고, 책을 읽어주는 엄마.


허겁지겁 직장에서 돌아와 햇반을 돌리는 엄마는 결코 할 수 없는 광경이잖아요. 그래서 그만뒀습니다. 

1등급 학생이 되려면 공부만 해야 하듯, 1등급 엄마가 되려면 육아만 해야 하니까요.

그래서 어떻게 되었냐고요?

처음엔 좋았죠. 뭔가 하는 기분이었고, 착착 계획대로 진행되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며 알게 되었어요. 재미로 하는 게임에도 도끼눈을 뜨고 달려드는 경쟁만능주의 엄마와는 달리 저희 아이들은 다른 사람의 성공에 쌍따봉을 날리는 마음 착한 심성을 가진 아이들이라는 것을요.


단 1mm의 착오도 견디지 못하던 그 당시의 저는 공황장애와 우울을 얻었습니다. 정말 전형적이긴 한데, 나만 도태되는 것 같고, 이 엄마가 얼마나 잘 나가던 사람이었는데 저희 잘 키워보자고 그만뒀는데...  같은 생각들이 저를 괴롭혔어요. 게다가 돈문제는 어떻고요. 남편은 내가 맘 편하게 걱정 없이 돈을 쓴다고 생각했지만 실상 친구를 만나도 누가 돈을 내야 하나로 고민했습니다. 커피 한잔도 고민해서 마시는 제가 너무나 초라했습니다. 내 이름으로 된 카드 한 장 없으니 뭘 사도 남편에게 가는 문자에 눈치 보였습니다. 마흔이 다 돼 가는 성인 통장 잔고에 몇만 원이 전부인 것도 자존심 상했습니다.


서른네 살 퇴직 후 정신없이 아이들을 키우다 서른여덟 우울을 얻고 서른아홉 공기업, 시간제 공무원 등 취업에 도전했으나 죄다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이 년간 어린이집에서 하루에 세 시간씩 아이들 영어를 가르치며 용돈벌이를 했고, 우울에 빠져있는 저를 치유하고자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마추어 글쓰기 대회는 80%의 승률로 상을 받을 만큼 제법 실력이 늘었습니다. 브런치에서도 작은 상을 하나 받았고, 가장 큰 상금은 한편에 오백만 원짜리 대회에서도 상을 받게 됩니다. 그 뒤 조금 더 용기를 얻어 대학원에 진학합니다. 통장잔고에 몇만 원이 전부라며 어떻게 대학원에 진학했냐고요? 연구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학교에 진학했습니다.


그리고 대학원 수료가 있던 재작년 여름 저는 다시 재취업에 성공합니다. 예전 회사같이 화려한 대기업도 아니고, 직급도 예전처럼 과장인 데다 연봉도 멈춰있지만 어찌 되었건 저는 다시 직장인이라는 타이틀을 얻었습니다.  그 뒤로 벌써 일 년 칠 개월이 흘렀네요. 그 뒤로도 꽤 열심히 살았습니다. 회사를 다니면서 논문을 써서 대학원 졸업을 했고 이제 아마추어 글쓰기는 절필을 선언하고 작년에 단편소설을 써서...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지 차차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여하튼 서두에 말씀드렸듯 연재를 해볼까 합니다.

액자식 구성이 될 거고, 강남으로 출근하던 직장맘에서 강원에서 애를 키우는 엄마가 된 사연, 일단 끊어진 경력을 이어 붙이려면 눈물 없인 들을 수 없는 경력단절의 단절사연(이러니 다들 애를 안 낳지...) 그리고 막상 재 취업했지만, 나를 기다리는 고된 직장인의 삶을 이야기해보려고요. 취업을 하니 다시 퇴직을 꿈꾸는 나는 뭘까.. (결코 시간순으로 이야기가 이어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럼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


직장맘은 퇴사를 꿈꾸고, 전업맘은 회사를 꿈꾼다의 작가 리사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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