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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sa Mar 13. 2024

주말부부. 두 아이를 각각 한 명씩 키우고 있습니다

올초부터 우리 부부는 주말 부부를 시작했습니다.  남편이 서울로 발령 났거든요. 남편과 떨어지기 싫어서 대기업에 사표를 던졌던 저인데, 사십이 넘어 재 취업한 회사를 다니기 위해 주말 부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고등학교에 들어가는 큰아이는 제가 강원도에서 키우고, 중학교에 들어간 둘째는 남편이 서울에서 키우기로 했습니다. 보통은 엄마가 아이를 키우는 것이 당연시되는 문화라서 인지 남편에게 사람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많이들 물어본다고 합니다.


"정말 혼자 키워? 아빠가?"


그러면 남편은 말합니다.


"키우긴요. 스스로 크는 거죠."


그런데 왜 둘을 하나씩 키우게 되었냐고요? 안정을 추구하는 큰애는 고등학교는 이곳에서 끝내고 싶다고 하고, 서울시민이 되는 게 버킷리스트에 있다는 둘째는 꼭! 서울에서 중학교를 다니고 싶다고 했거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런 선택을 하게 되었습니다.


예전의 저라면 당장 사표를 던지고 짐 싸들고 서울로 갔겠지만. 인생에서 퇴사라는 결심을 하고 호되게 후회를 해본 저는 이번엔 신중하게 접근하기로 합니다. 그리하여 두 집 살림이 시작됩니다.


엄마가 아이를 안 키우면 세상이 두쪽날 것 같아서 사표 던지고 집에서 아이들을 키웠던 저인데. 세상에... 둘째는 생각보다 잘 지내고 있습니다.


물론 사건사고도 있었죠. 둘째는 서울에서 지하철로 다섯 정거장 떨어진 동네의 학원에 다니고 있는데, 반대편 지하철을 타버렸거든요. 15분이면 가는 학원을 한시간을 돌아 갔습니다. 먼~ 도시에서 아이가 지하철을 잘못탔다는 말을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당장 사표 던지고 서울로 운전할 뻔 했습니다. 엄마가 같이 있었으면 학교앞에서 태워 학원까지 태워다 줬을텐데 내가 여기서 뭐하고 있나 생각도 들었고요.  서울 시내를 헤매이고 있다는 말에 너무 놀라 떨리는 목소리로 당황하자 둘째가 저에게 말합니다.


"엄마, 엄마가 너무 그렇게 놀라면 내가 너무 깜짝놀라니까 침착해. 나 잘 찾아갈 수 있어."

결국 아이는 돌아 돌아 헤매다 퇴근시간에 겹쳐져서 지옥철을 맞봤지만 결국은 잘 찾아서 갔습니다. 생각해보니, 일도 아닙니다. 엄마가 밀착동행해서 한번의 실수도 없이 아이를 공부시키는게 중요한 것은 아닌 같습니다. 역시도 인생에서 가장 깨닮음은 언제나 실수를 통해 배웠으니까요. 땅까지 곤두박칠 쳤다가 튀어오르며 저는 성장했으니까요...


돌이켜보면 퇴사를 결심할 때쯤 저는 '까봐' 병에 걸려있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아이를 맡기면 아이가 TV만 볼까 봐. 뒤쳐질까 봐. 엄마를 보고 싶어 할 까봐. 여섯 시 반까지 어린이집에 맡긴다고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닌데, 반일반에서 친구들이 가고 혼자 남으면 슬플까 봐 제 커리어를 포기했습니다. 제가 키우면 공부 잘하고 영어 잘하는 성공적인 아이로 키울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자신감도 있었고요.  


하지만 그런 식으로 제 인생의 결정하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식으로 아이를 키워서도 안되는 것이었습니다.

전업맘을 선택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회사를 그만둬야 한다면 그 이유는 내가 주체가 돼야 합니다. 아이를 키워야 해서가 아니라 내가 아이와 집에 있는 것이 훨씬 더 가치 있고 행복하기 때문이라는 확신이 서야 합니다. 그게 아니라 상황이 안돼서, 애를 위해, 남편을 위해서가 이유가 된다면 언젠가는 그 쓰나미가 몰려올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쓰나미 냐고요?  내가 이러려고. 내가 이랬는데. 내가 이렇게 희생했는데. 같은 '내가'쓰나미가 몰려옵니다.   


내가 행동과 결심의 주체가 되지 않으면 '내가 쓰나미'를 맞이할 수밖에 없으니 꼭! 유의하세요. 만약 내가 아니라 상황에 몰려 선택한다면 후폭풍은 겁나 세게 몰려옵니다. (바로 제가 그랬거든요)


사실 언제까지 이런 두 집 살림을 지속할지 자신은 없습니다. 하지만 만약 이번에 다시 퇴사라는 결심을 한다면 이번엔 내가 결심의 중심에 서려합니다. 그리고 이번엔 일말의 후회 없는 퇴사를 해볼까 합니다. 아이를 위해서가 아니라 이번엔 나를 위한 퇴사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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