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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취업하고 제일 좋은 것은 OO이다

by Lisa

서른넷 아이를 키우겠다며 회사를 그만두고

마흔둘 돈을 벌겠다며 다시 재취업하며 느끼는


재취업해서 좋은 건


월급

공짜 커피

구내식당 밥

명절 선물

내 이름의 주식계좌 연금 계좌 그리고 비자금

회사 동호회에서 구입해 주는 소설책

가끔 마음 맞는 직장 동료

내 이름으로 된 신용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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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취업해서 슬픈 건


월급 (과 맞바꾸는 하루 8시간)

(노동자의 음료) 공짜 (믹스) 커피

(메뉴 안 바뀌는) 구내식당 밥

명절 선물(참치통조림. 스팸)

(별 볼 일 없는) 주식계좌 연금 계좌 그리고 비자금

회사 동호회에서 구입해 주는 소설책(구입 후 지출결의)

(가끔만) 마음 맞는 직장 동료

내 이름으로 된 신용카드(명세서)


여기에 추가로 왜 해야 하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잡무 /잘 나가는 예전 회사 동료들 (월급도 잘 나가겠지?)/근손실과 어깨통증/십여 년 전과 같은 내 월급 (쉬었잖아. 양심이 있어야지). 그리고 회식(이놈의 회식은 변하는게 없어?)


그러므로


재취업해서 좋은 건

재취업해서 슬픈 건 (남의 돈)


그리고...


재취업해서 그리운 건


가에 앉아 마시던 핸드드립 커피

운동 후 먹던 닭가슴살

등교시킨 후 거실로 들어오는 햇살

도서관에서 빌려 읽던 소설책

한낮의 산책

글을 쓰던 시간들

그리고 이 모든 것의 소중함을 모르던 조금은 더 젊고 조금은 더 철없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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