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나갔던 엉덩이가 돌아오다.
"회원님 엉덩이 좀 보세요 윗 엉덩이가 좀 올라간 것 같지 않나요?"
운동을 시작한 지 이제 막 2주가 지났다.
트레이너 선생님이 나에게 거울을 보며 엉덩이를 만져보라고 한다.
듣고 보니 윗 엉덩이가 조금 볼록해진 것 같기도 하다.
살면서 돼지고기 소고기 부위별 명칭과 특징에 대해서는 줄줄이 꿰고 있어도 내 몸뚱이 사용설명서에는 관심 없게 살기를 40년. 드디어 나도 우둔살. 살치살. 갈매깃살 말고 내 몸뚱이 근육을 찬찬히 뜯어보게 된다.
그러고 보니 정말 정말 푹 꺼져 있던 엉덩이 윗살이 통통하게 올랐다. 보톡스도 필러도 아니다. 정말 내 근육과 내 살이다. 신기해서 찬찬히 뜯어본다. 아.. 엉덩이란 게 원래 중력을 받아서 아래로 쳐지기만 하는 건 아니구나.
중력을 거스르고 삐뚤어지고 있는 엉덩이를 뒤로 한채 인바디에 몸을 맞긴다.
. 2주 만에 놀라운 변화를 경험한 남편은 나를 향해 물개 박수를 치며 이야기한다.
"도대체 지금까지 얼마나 운동을 안 한 거야 "
박수는 치고 있되. 입은 비웃고 있다. 그럼에도 나의 집나 갔던 윗 엉덩이 살의 컴백홈엔 무한한 축하를 보내준다. 사실 나도 안다 전교 2등이 1등 되긴 어렵지만. 전교 300등이 200등 되기는 덜 어렵다는 것을.
하지만 우린 숫자에 살고 숫자에 죽는 주입식 교육세대가 아닌가!
점수가 오른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체중이 증가하며 이렇게 기분 좋기는 또 처음이다.
목표를 53kg으로 잡고 있다. 물론 다 근육으로. 실룩실룩 입꼬리가 올라가며 너무 자랑을 하고 싶어 미치겠다.
자랑을 해도 비웃지 않고 항상 응원을 해주는 언니들에게 인바디 캡처 사진을 보낸다.
오랜만에 마음껏 아이들 말고 내 자랑질이다.
올해에는 마음을 살찌우고 철 좀 들기로 결심했는데.
철드는 김에 바벨도 좀 들어야겠다.
마음을 키우는 김에 근육도 좀 키우고.
건강한 마음과 함께 튼튼한 육체도 좀 만들어야겠다.
나 이러다가 막 왕자 복근 생기는 거 아니야?
혼자 실금실금 입꼬리가 올라간다
운동하기 딱 좋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