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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sa Jun 10. 2020

필라테스 하는 남편과  근육을 키우는 아내

필라테스 하는 남편


남편을 만난게.. 그러니까 딱 20년 전이니까.

20년간 남편은 나에게 운동을 하라고 노래를 했다.


남편의 직업은. 머리와 몸을 둘다 쓰는 직업이기에.

평소에 운동을 많이 하는 편이다.

운동에 나름 자신이 있고 일가견이 있다고 생각하는 그는.

한번도 돈을 주고 운동을 배워본적 없다.


'걷기보다 읽기'를 좋아하는 나에게 남편은 항상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실 강조라기 보다, 잔소리에 가깝다.

몸이 아프다는 시어머니에게도 그것이 다 운동 부족 이라는 잔소리도 꼭꼭 빠지지 않는 그는

운동 예찬론자 이다.

그러던 남편의 몸이 망가졌다.

교통사고 후유증을 베이스로..

몸을 쓰는 직업이기도 하거니와. 평소 한쪽 근육을 많이 쓰는 테니스같은 구기 운동을 한 이유이기도 하고...

다른 이유 보다도 몸이 한번쯤 망가질 나이가 되었겠지.

남편은 통증을 호소하며 힘들어하다가

난생 처음. 돈을 주고 운동을 배우기 시작했다.

(남편은 골프. 탁구. 테니스를 모두 독학하는 스타일이다.)

그것도. 필라테스.

남편은 필라테스를 시작했다.


필라테스 하면. 쫙 달라붙는 요가복이 연상되어. 반드시 여자가 해야 하는 운동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필라테스의 기원은 이러하다


필라테스를 창시한 사람은 독일의 스포츠 연구가인 요제프 필라테스라는 사람이다.  제1차 세계대전 때 램커스터 포로수용소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면서 포로들의 건강을 위하여 다양한 운동 방법을 고안하였는데 이것이 필라테스의 원형이다  


한마디로 몸을 쓰는 직업을 하다가 몸이 망가진 남편에게 꼭 맞는 운동이란 말씀.

남편에게. 예쁜 필라테스 복을 하나 선물해 주고 싶어서 인터넷으로 검색했다

Y존 돌출 방지 패널


여기까지 읽고 그만뒀다.

지금 이런 선물까지 주면 남편은 운동을 그만둘지도 모른다.

Y존 돌출 방지 패널이 장착된 라이크라 레깅스는 올해 크리스마스 선물 정도로 해야겠다.

여튼. 남편의 필라테스 시작은 꽤나 성공적이다.

평소에 무리한 구기종목이나. 근육만 키우던 남성들에게. 유연함을 강조하는 운동이 어쩌면 딱인 것 같다.

이제 남편은 똑바로 서서 몸을 굽혀 바닥에 손바닥을 짚을 수 있는 나름  훌륭한 경지에 이르렀다.


근력운동 하는 아내

남편과 반대로.

나는 근력운동을 해보기로 결심했다.

솔직히 나는 날씬함을 타고났다.

글을 쓰는 나도 느껴질만큼 재수없게 들리지만. 163CM에 48KG 플러스 마이너스 1KG을 살면서 딱 두번빼고 벗어나 본적이 없다.

한번은 고3때. 한번은 임신했을때.


운동을 해봐야겠다고 하니. 주변 여자친구들은 니가 운동할께 뭐가 있냐고 한다.

하지만. 코로나를 핑계로 하고 싶은 근손실과. 힘없음. 저질체력. 빈혈.

살림으로 인한 오른쪽 팔 우량화.

나이살을 핑계대고 싶은 엉덩이살 처짐과 허벅지 비대화.

맥주로 인한 뱃살 증가.

이 모든것을 48KG 언저리인 나 역시도 피해갈 수는 없다

하.지.만.

사실 가장큰 이유는. 건강한 육체에서 건강한 정신이 나온나는 말을 거름삼아

비루한 몸뚱이에서 나오는 이 나약하고 비관론적 염세주의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이다.


현재 나의 골격근량은 19.7KG이다.

한마디로 표준이하.

트레이너 쌤과 주 2회 PT를 받고 나머지 요일은 자율운동을 하며 5개월 안에 골격근량을 3KG 늘리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나는 항상 시작도 하기전에 장비부터 구입하는 부류이기때문에.

생애 처음으로 닭가슴살과 단백질 보충제를 구입했다

냉동실을 채운 닭가슴살과 단백질 보충제만 보아도 왠지 골격근량이 1KG은 늘어난 기분이다.


PT 시작하며

내 체력이 얼마나 우스운 수준인지 깨달았다.

자전거 5분만 타도 헉헉 거리며 땀이 흐르고 얼굴이 시뻘게 진다.

젠장..내 지독한 염세주의와 타고난 줄 알았던 감성은 비루한 몸뚱아리에서 오는 것 이었다.

평소에도 나를 해병대 캠프에 보내고 싶어하는 남편은 이꽉깨물고 운동하라는 조언을 아낌없이 주고 있다.

젠장..이 꽉깨물고 운동을 하려면.. 기초 체력이라는게 있어야 해요.

나의 정신도 문제겠지만. 그전에 하드웨어가 받춰주지 않고 있답니다.


아무튼 이렇게 우리는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필라테스 하는 남편과 근력운동 하는 와이프.


과연.. 그는 유연함을 얻어 육체의 통증에서 해방되고..

과연 그녀는 3KG의 근육을 얻어 새로운 육체와 멘탈을 장착 할 것인가..

투비 컨티뉴이다.




*브런치 작품

https://brunch.co.kr/@cmosys#wor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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