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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는 정말로 새끼를 절벽에서 떨어뜨릴까?

나 자신 극복해야 할까 사랑해야 할까?

by Lisa

남편은 나와 아이들을 묶어서 해병대 캠프에 꼭 보내보고 싶다고 농담을 한다.

(물론 농담이다. 말만 그렇고. 집에서 힘든 일은 본인이 알아서 한다.)

육체와 머리를 둘 다 쓰는 직업을 갖고 있는 그는 정신력 하나는 가히 수준급이다.

토할 때까지 운동을 해봤고. 육체를 넘어 정신력으로 만 버텨봤다는 그.

수영을 할 때도 온몸에서 땀이 흐르는 게 느껴질 때까지 해야 한다는 그는 정신력 갑이다.


고3 때부터 20년을 알아왔지만. 그를 힘들게 하는 것은 내가 유일했다.

한 번도 일 때문에, 사람 때문에 힘들다고 툴툴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생각해 보면, 그에게 있어서 해병대 캠프는 바로 '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여하튼. 코로나로 인해 남편이 염원하는 해병대 캠프는 멀어져만 가겠지만,

뭐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결코 해병대 캠프에 가고 싶지도 않고 아이들을 보내고 싶지도 않다.

그에게 자신은 정신력으로 극복해야 할 대상이다.

하지만 나는 항상 이야기한다.

나 자신은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사랑해야 할 대상이라고.


아이들에게도 힘든 걸 극복하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너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해야 하는 것이라고 한다.


사실. 한 꺼풀 벗겨보면 똑같은 말이다.

극복하거나 사랑하거나 해야 할 일은 하라는 말이니까.

하지만 인생이란 '아'다르고 '어'다른 것이 아니었는가.


고사성어 중에 '조삼모사'가 있다.

송나라에 원숭이를 좋아하여 키우는 저공이란 인물의 이야기이다. 잔 술수를 이용해 상대방을 현혹시키는 모습을 의미하거나. 어리석음을 비웃을 때 쓰는 표현이라고 한다.

하지만 과연 그것은 잔 술수에 불과한가?

제한된 재화를 이용해 고객의 만족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저공 그는 진정한 마케터가 아닌가?

부모는 가끔 기민하고 센스 있는 마케터가 되어야 한다.

"너를 극복해!"

보다는

"너 자신을 사랑한다면 조금 더 노력해보자"가 맞지 않을까?


어릴 때 아빠는 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갑자기 엄격해졌다.

아빠의 이론은 호랑이는 자기 새끼를 벼랑에서 떨어뜨려 살아남는 새끼만을 인정한다는 말이었다.

아빠는 호랑이가 아니고 나도 새끼 호랑이도 아닌데 왜 벼랑에서 떨어뜨린단 말인가.

세월이 흐르고 한참 지나 아빠한테 여쭤봤다. 도대체 호랑이 새끼를 벼랑에서 떨어뜨린다는 이야기는 어디서 읽으신 거냐고. 아빠는 그러게? 그걸 어디서 들었지?라고 고개를 갸웃거리셨다.

그냥 그때는 모든 아빠들의 격언 같은 것이었다고 한다.


과연 호랑이는 벼랑에서 새끼를 떨어뜨릴까? 유튜브에서 찾아봤다.

"호랑이 새끼 절벽"

호랑이는 찾을 수 없었지만 비슷한 고양잇과 동물 사자는 찾을 수 있었다.

새끼 사자가 절벽으로 떨어지자, 이를 본 어미 사자는..ㅠ

그렇다! 사자는 절벽에 떨어진 새끼를 구했다!

고양잇과 동물은 모성이 강하기로 유명하다는 것은 우리가 다 아는 사실이다. 게다가 한 번에 새끼를 한두 마리 낳는 호랑이가 왜! 귀한 자식을 절벽에서 떨어뜨린다는 말인가.


너무나 힘든 세상이다.

내가 밀지 않아도 가끔은 아이들이 아슬아슬하게 벼랑 끝에 발을 붙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아이들이 자신을 극복하는 것 전에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으면 좋겠다.

나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면 어느 누구도 사랑할 수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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