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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글 Oct 15. 2019

이 책이 나를 선택하였다

내 마음의 소용돌이를 잠재울 책

가을은 복기의 계절이다. 복기는 바둑의 판국을 평가하기 위해 두었던 것 그대로 다시 돌을 놓아보는 행위이다. 나는 이맘 때가 되면, 복기의 계절이 왔구나 생각하며 판을 회고한다. 그러면 앞으로 두지 말아야 할 수를 헤아리게 된다. 그렇게 나를 옭아매던 고민으로부터 스스로를 해방시킨다. 가을부턴 해가 늦게 뜨고 일찍 진다. 사람이 해를 맞이할 수 있는 시간이 짧아진다. 그러나 오늘 하루 내가 쏟아야 할 에너지와 시간 공간은 변하지 않는다. 다만, 오늘 하루의 데드라인이 성급히 온다는 것이 가을의 우울과 고독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나는 특히 이 시기가 시급하지만, 가장 탁월한 자기 통찰의 시간이 아닐까 생각한다. <정적>은 그야말로 자기 통찰의 가장 완벽한 정도를 걷는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수많은 격언과 언어로 내 마음의 소용돌이를 잠재우고, 추운 계절에 제 생살을 뚫고 나온 나뭇가지와 낙엽을 덜어내는 나무의 업보처럼 자연스럽다면 자연스러울 정도로 내 마음의 평정을 쥐어보는 것이다. 그렇게 덜어내고 덜어내면 가장 확실하고, 근원적인 내가 있어 다시 올바른 수를 다시 둘 수 있는 시간을 만끽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내 짧은 인생에 이렇다 할 바이블은 없지만, 그럼에도 바이블이 될 몇몇의 후보를 꼽자면, 배철현의 <정적>이야말로 가장 가까운 바이블이 되지 않을까. 모든 인생에서 한번쯤 만나보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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