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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서운함을 느끼는 이유》

서운 섭섭 마귀가 창궐할 때

by 울림과 떨림

마귀계의 삼대장이 있다. '음란 마귀, 서운(섭섭) 마귀, 삐짐 마귀' 이 녀석들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농락하는데 최정상급 실력을 자랑한다. 중에서도 서운(섭섭) 마귀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 반응과 마주할 때 찾아와서 괴롭힌다. 내가 이만큼 수고했는데 알아주지 않나, 내가 이만큼 희생했는데 별다른 리액션이 없 때 서운한 마음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기브 앤 테이크'는 누구게나 있는 기본적인 본성이 때문에, 호의를 베푼 후에 좋은 반응을 기대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떤 사람은 착한 일을 하고 서 기대감을 갖는 걸 나쁘다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꼭 나쁘게 볼 요는 없는 것 같다. 우리의 마음과 손발은 기대감으로 시동이 걸리고 움직일 때가 많기 때문이다. 살면서 좋을 일 하고 욕먹을 때가 있다. 아마도 그때가 제일 서운하고 섭섭할 때가 아닐까 싶다. 좋은 일하고 욕먹으면 울하고 분한 마음이 들면서 한동안 괴롭다. 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잠을 청할 수도 없다. 이때 무언가 하고자 하는 의욕도 땅으로 곤두박질친다. 이럴 때 우리는 '내가 다시는 도와주나 봐라!'는 생각이 들면서, 착한 일 하기를 포기하고 싶은 유혹을 받는다.


좋은 일을 하고 나서 그 결과로 좋은 반응을 기대하는 건 당연하지만, 문제는 그 기대의 대부분이 나 혼자 꿈꾸고 상상한 반응이라는데 있다. '내가 이렇게 했으니까, 그 사람도 나에게 이렇게 해 주겠지?' 이런 나만의 기대감 설정은 곧잘 서운하고 섭섭한 감정로 이어진다. 우리는 상대가 항상 내가 원하는 타이밍에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반응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그 기대가 충족되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일을 하고도 낙심하지 않으려면, 처음부터 호의를 베푼 상대에게 기대하는 걸 포기하는 게 좋다. 그 대신 '뜻밖의 반응'을 기대하 다. 이따금씩 내가 호의를 베푼 사람은 A인데, 나중에 나에게 호의를 베푼 사람은 A도 B도 아닌 잘 알지도 못한 뜻밖의 C일 때가 있다. 이때 반응이 없는 A만 계속 바라보고 그에게 기대하면, 서운하고 섭섭한 감정으로 서로 관계의 골만 깊어진다. 그러나 생각지도 못한 C를 통해서 보답을 받았다고 생각하면 외로 덜 서운하고 덜 섭섭하다. 게다가 기대감을 가지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속해서 호의를 베풀 수 있다. 나는 이것을 '쓰리 쿠션의 응답 혹은 랜덤의 답'이라고 부른다.


런 응답과 보답을 맛보고 경험하면, 실망보다는 전혀 다른 차원의 기대감을 가지고 살 수 있다. 그러니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호의를 베풀었다면 그것으로 만족하자. 우리는 모르지만, 그분은 늘 때가 되면 이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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