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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상에 바르는 특효약》

마상, 사람에게 덴 자국

by 울림과 떨림

불에 데면 몸에 화상이 남지만, 사람에게 데면 마음에 상처가 남는다. 주변에 보면 유난히 경계의 눈초리를 하고 쳐다보는 사람, 늘 남의 눈치를 보느라 신경이 곤두서 있는 사람, 무슨 말을 하든지 일단 의심부터 하고 보는 사람 등등 평범한 범위에서 조금 벗어난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저마다의 성격과 기질 탓도 있겠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가까운 사람에게 덴 게 원인일 때도 많다.


지금까지 내가 만나 사람 중에는 부모님이 믿었던 사람에게 사기를 당한 걸 보고 자란 탓에 친구나 동료들을 쉽사리 믿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고, 믿고 마음을 열었다가 약점이 잡혀서 뒤통수 맞은 사람도 있었다. 요즘은 이럴 때 '마상을 입었다.'라고 말한다. 마디로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는 것이다. 사람에게 크게 데고 나면 마상을 입는데 그치지 않는다. 사람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염증을 느끼면서 결국에는 인간관계에 차단기까지 내려버린다. 대개 고립은 이때로부터 시작된다.


우리는 마상을 입은 사람을 보면, '하나님께 은혜를 구하라!'라고 그러면 금방 괜찮아질 거라고 쉽게 얘기한다. 사람은 믿을 게 못 되기 때문에, 하나님만 믿으라고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말들은 마음에 큰 상처를 입은 사람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더 깊은 상처만 주기 쉽다. 믿었던 사람에게 데서 마음이 아픈 것도 힘든데, 거기에 믿음 없는 사람으로 낙인찍히는 것 같아서 더 힘들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위로하신다. 그러나 직접 위로하실 때도 있지만, 많은 경우 사람을 통해서 위로하신다. 믿음 좋았던 다윗도 바울도 많은 사람들에게 데였지만 또 한편으로는 많은 사람들을 통해서 위로받았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 우리에게 다가와 덴 자국을 보여준다면 '기도하세요. 믿음으로 이겨내세요.'라고 말하기 전에, 혹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위로하라고 보낸 사람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런 생각을 해 보지도 않고 너무 쉽게 '하나님은 당신을 사랑하십니다. 하나님께 은혜를 구하세요.'라고 말하고 있다면, 위로할 책임까지 전부 하나님께 떠넘기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정말 괜찮은 사람을 만나서 위로받을 때, 우리는 그 사람을 통해 하나님의 손길을 경험하고 회복을 경험하곤 한다. 래서 나는 사람에게 덴 상처에 가장 좋은 특효약이 있다면 다름 아닌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에게 위로받으려고 매달리는 것만큼 안타깝고 안쓰러운 일도 없다. 그러나 나를 진정으로 위로해 주는 사람, 다시 살아갈 용기를 북돋아주는 사람, 그래도 살만한 세상이라는 생각을 품게 해 주는 사람. 살면서 이런 사람을 만난다는 건 행운 정도가 아니라 큰 복이다. 고기도 맛본 사람이 그 맛을 안다고, 위로도 맛본 사람이 그 맛을 아는 법이다. 하나님께 위로를 맛본 사람이, 다른 사람도 위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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