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넘사벽 같은 사람을 만날 때가 있다. 이런 사람을 만나면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특출 난 실력 때문에, 기가 죽고 '나는 이게 뭔가' 하는 자괴감이 들기 쉽다. 이럴 때 우리는 나와는 다른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났다고 생각하면서 스스로를 위로한다. 정말 태어날 때부터 '난 사람'도 있다. 그러나 우리의 눈에는 '난 사람'같은 사람도 알고 보면 과정 속에서 '된 사람'인 경우가 수두룩하다.
나의 실력을 천부적인 재능으로 평가하는 전문가들을 보면 화가 난다. 내가 이제 까지 쌓아온 피눈물 나는 노력이 아까워서다.
메이저리그의 강속구 투수였던 페드로 마리티네즈가 한 말이다. 나는 처음 마르티네즈가 한 말을 접했을 때,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그동안 겉으로 보이는 '결과'만 부러워했지, 보이지 않는 '과정'은 부러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 그런 과정이 있었는지에는 관심도 없었다.오로지 남이 쌓아 올린 결과만 대단하게 보였고 한없이 부러웠다.
학창 시절, 나는 사교육을 3개월 정도밖에 받지 못했다. 그래서 내게 어떤 재능이 있는지 발견할 기회가 많지 않았고, 그것을 계발할 시간도 없었다. 한번 마음먹은 것은 꾸준히 하는 것 밖에는, 내가 남들보다 특출나게 잘하는 것은 없었다. 부족함을 메우기 위해 미리미리 준비하는 것을 훈련하고 익히는 수밖에는 별다른 도리가 없었다.
낮과 밤으로 혹은 짬짬이 시간이 나는 대로 말씀 묵상과 독서와 글쓰기를 계속했다. 잘해서 시작한 것이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거라도 꼭 붙들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른 선택지가 없어서 포기할 수도 없었다. 이것을 지속하는 과정에서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실력은 꾸준하게 지속하는 사람에게 선물처럼 주어진다는 걸 말이다. 그래서 나는 실력을 남들보다 비범한 능력이 아니라 꾸준하게 지속하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믿음도 한방이 아닌 꾸준하게 지속하는 과정에서 형성된다.
갈수록 요행을 바라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너도 나도 다 부동산과 주식 투자에 몰리고 있다. 한 방을 노리거나 대박을 터뜨리고 싶은 마음에서다. 그렇게 뛰어든 사람들 가운데 로또에 당첨되거나 한방을 터뜨린 사람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쪽박을 차기 일쑤다. 신앙생활에 한방을 노리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일상의 자리에서는 대충 살다가 어느 날 은혜 한번 제대로 받거나 그분이 임하시면, 엄청난 믿음의 소유자로 거듭날 거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일상을 소홀하게 여기면 일탈을 꿈꾸고 요행만 바라게 된다.
한밤중 몰래 벌레는 달빛 아래 밤을 뚫는다
일본 하이쿠(5,7,5자로 된 시)의 장인 바쇼가 한 말이다. 지금도 누군가는 어디에선가 달빛 아래 밤을 뚫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기어코 밤을 뚫는다. 과정보다 결과를 더 부러워하면 스스로에게 분노하기 쉽지만, 결과보다 과정을 더 주목하고 부러워하면 스스로 분발하게 된다.우리는 '난 사람'이 아니라, 지난한 과정을 통과한 '된 사람'을 진짜 부러워하고 존경해야 한다.그럼에도 어디를 가나 자신의 꾸준하지 않음보다 자신의 재능 없음을 탓하는 사람이 몇 갑절은 더 많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