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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림과 떨림 Sep 16. 2021

《비교는 감사 도둑》

감사가 줄줄 새고 있다면

먹을 때, 우리 집 세 아들은 극도로 예민해진다. 아빠 엄마가 과연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똑같이 나누어 주는지 혹시 형이나 동생에게 더 큰 쪽을 주는 건 아닌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본다. 그래도 부모 마음이 어디 그렇던가? 부모의 사랑은 물리적으로 똑같은 양을 나눠주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유독 마음이 쓰이는 자식에게 조금이라도 더 얹어주고 챙겨주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이다. 그래서 부모의 사랑은 자식들에게 획일적이지 않고, 그때그때 형편과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적용되는 것이다.     


둘째는 유독 먹는 걸 좋아하고 또 많이 먹는다. 게다가 중간에 낀 것이 안쓰러울 때가 많아서, 티 나지 않게 조금이라도 더 챙겨주려고 신경을 쓰고 있다. 그런데 이 녀석은 자기에게 더 많이 준 것은 생각하지도 않고, 매번 형과 동생에게 준 것을 보면서 자기는 왜 이렇게 적게 주느냐고 곧잘 불평한다. '그럼 바꿔!'라고 얘기하면 그건 또 싫어한다. 아무리 공평하게 똑같이 나누어준다고 해도, 받는 처지에서는 내 것은 작게 보이고 네 것은 더 크게 보이는 모양이다.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현상이다.     


먹는 것 앞에서 일촉즉발의 상황을 극복하고 화평을 도모하기 위한 좋은 방법이 하나 있다. 세 아들 가운데 하나가 세 조각으로 나누면, 나눈 녀석이 맨 마지막에 남은 걸 먹는 방법이다. 그러면 자기가 맨 마지막에 남은 걸 먹어야 하는 탓에, 한치에 오차도 없이 세 조각으로 나눈다. 허튼수작을 부렸다간 그 대가를 자기가 맛봐야 하므로 얼마나 정확하게 나누는지 모른다.     


죄성을 가진 우리 인간은 같은 것도 감사보다 불평에 더 쉽게 반응한다. 특히 다른 사람과의 비교는 감사는 축소하고 불평은 확대한다. 아무리 내게 감사할 게 차고 넘쳐도, 나보다 다른 사람에게 감사할 게 더 많으면, 감사는 쏙 들어가고 그 대신 불평이 쑥 튀어나온다.     


다른 사람에게 시선을 돌려서, 내게 없는 것을 그에게서 찾는 사람들이 있다. 시선을 다른 사람에게 두면, 감사하는 일이 쉽지 않다. 감사하더라도 비교 우위를 통한 우월감에 도취하여 감사하게 된다. (이 세리와도 같지 아니함을 감사하나이다...눅18:11) 비교는 감사라는 주머니에 구멍을 내는 바늘과 같아서, 알게 모르게 감사를 줄줄 흘리며 살게 한다.      


누가복음에 보면 열 명의 나병 환자들이 나온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열 명의 나병 환자들은 예외 없이 전부 고침을 받았다. 그러나 다시 돌아와 예수님 앞에 엎드려 감사한 사람은 사마리아인 한 사람뿐이었다. 왜 그랬을까? 평소같이 멀쩡했다면, 유대인과 사마리아인은 서로 상종하지 못할 물과 기름 같은 사람들이었다. 당시 유대인과 사마리아인이 한자리에 있는 조합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그림이었다. 그런데 나병이 이 경계를 허물고 하나로 묶는 역할을 한다.     


그랬던 이들이 나병에서 고침을 받는다. 고침을 받자, 유대인 아홉 명의 눈에는 다시 이방인의 피가 섞인 사마리아인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이에 순수 혈통을 자랑하던 자기들과 잡종으로 여기던 사마리아인 사이에 다시 38선이 그어진다. 비교의 눈으로 바라보자, 아홉 명의 유대인들은 사마리아인과 함께 고침을 받았다는 사실에 불쾌한 심정을 드러낸다. 비교하는 시선으로 사마리아인을 주목했을 때, 감사는 삽시간에 분노와 상대적 박탈감으로 뒤바뀌어 버렸다.     


간장게장이 밥도둑이라면 비교는 감사 도둑이다. 그래서 비교는 감사를 도둑질하도록 나 스스로가 허락하는 일이나 다름이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있는 감사의 제목은 잘도 찾아내면서, 이미 내게 있는 감사의 제목에는 눈이 먼 채 살아가고 있다. 주변만 살피면 '왜 내게는 이것밖에 주지 않으셨을까?'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렇지만 나를 천천히 살피다 보면 '내가 누구이기에 이런 은혜를 주셨을까?'라고 고백할만한 것들도 꽤 많다. 감사하고 싶다면 쓸데없이 다른 사람과 저울질하는 일부터 멈춰야 한다. 그동안 도둑질당한 감사만 해도 산더미이니까.


<사진: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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