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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림과 떨림 Nov 11. 2021

《만의 하나라는 생각 버리기》

오늘을 살아내려는 태도면 족하다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으면 걱정이 없겠네.      


이 말은 티베트의 유명한 속담이다. 늘 걱정을 밥 먹듯 하면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풍자한 말이다. 주변에 보면 뭐든지 ‘만의 하나’라는 생각으로 항상 걱정 속에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은 늘 ‘만의 하나’를 염두하기 때문에, 신경 쓸 것들이 산더미처럼 많다. 신경도 예민해서 작은 것 하나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렇다고 ‘만의 하나’를 얘기하는 사람의 말이 허무맹랑한 것만은 아니다. 나름으로 일리가 있다. 그러나 대부분 실제로는 일어날 가능성이 극히 희박한 것들이다. 정말 ‘만의 하나’의 확률로 발생할까 말까 하는 일들인데, 이 정도면 그냥 무시하고 살아야 한다. 무시해야 할 것에 무지하면 괜스레 피로만 쌓인다.      


그러면 이렇게 오만가지 생각으로 걱정하는 사람이 남들보다 더 나은 삶을 사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니다. ‘만의 하나’로 발생할지 모르는 수많은 문제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문제 해결보다 걱정하는 더 많은 시간을 쏟은 까닭이다. 이렇게 '걱정도 팔자?'인 사람은, 그 끝을 알 수 없는 경우의 수만 생각하다가 정작 준비하는 일에는 소홀해서 어려움을 겪는다. 또 이런 사람이 다른 사람들에게 시시콜콜 ‘감 놔라 배 놔라!’ 하면서 참견하기를 좋아한다. 지금까지의 경험상, ‘프로 참견러’치고 자기 일부터 잘하는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다.     


이와는 반대로 늘 자신감에 차 있어서 아무 걱정이 없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에게는 자랑거리가 차고 넘친다. 하지만 성경은 섣불리 자랑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나는 그중에서도 절대 자랑하지 말아야 할 세 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자식 자랑, 건강 자랑, 예측 자랑. 그토록 자식을 자랑했는데 지금은 말을 꺼내지 못할 정도로 부모의 걱정거리가 된 자식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어디 그뿐인가? 그토록 건강 자랑했는데 갑자기 찾아온 병 때문에 오늘내일하는 사람도 많고, 그토록 자기 예측을 자랑했는데 결정적인 순간에 실패해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도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자신만만하게 자랑하는 사람의 마음에는 한 가지 확신이 깊이 박혀 있는 것 같다. 나의 힘과 능력 정도면 자식과 건강, 심지어 미래까지도 얼마든지 컨트롤할 수 있다는 확신 말이다. 이 세 가지는 우리의 수고와 노력과 경험을 필요로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더 많이 발생하는 영역이기도 하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돌발 변수 앞에 어떻게 할 줄 모르고 꼼짝달싹할 수 없을 때, 그때 주님의 은혜를 전적으로 의지한다.


너희 가운데서 누가, 걱정을 해서, 자기 수명을 한 순간인들 늘일 수 있느냐?(마6:27, 새번역)     

내일 일을 자랑하지 말아라. 하루 사이에 무슨 일이 생길지 알 수 없다(잠27:1, 새번역)     


문제는 걱정한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 변수도 자신감에 차 있다고 해서 비껴가지 않는다. 그렇기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만의 하나’를 걱정하면서 사는 일도 아니고, 모든 것을 나의 힘과 능력으로 컨트롤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 일도 아니다. 주님과 하루하루 동행하면서 오늘을 살아내려는 태도야말로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1차 사명이다. 그러니 이제 그만 걱정으로 배를 불리고, 이제 그만 자랑으로 낭패 보면 어떨까?


우리 모두 오늘이라는 일상을 망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진: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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