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울림과 떨림 Aug 14. 2022

거룩을 거북하게 여긴다면

물고기는 맑은 물에도 산다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할지어다(레11:45)' 과연 이 말씀 앞에 자신감 넘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거룩은 그리스도인에게 늘 거룩한? 부담감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거룩하게 살아야지!'라고 다짐을 하지만, 그와 함께 '내가 과연 거룩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빼면 시체'라는 말이 있듯이, 거룩을 빼면 하나님도 더 이상 하나님일 수 없다. 하나님께서 거룩하신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우상이 거룩하면 그건 웃긴 일이다. 왜냐하면 거룩이 하나님께만 허락된 전매특허 속성이기 때문이다. 거룩은 죄와는 거리가 먼 구별됨을 의미한다. 그런데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은 죄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과연 이런 환경에서 죄와 전혀 상관없는 하나님처럼, 우리도 구별된 삶을 살 수 있을까?

'맑은 물에서는 물고기가 살지 않는다.' 채근담에 나오는 말이다. 정말 맑은 물인 1급수에서는 물고기가 살지 않을까? 아니다. 맑은 물에서도 물고기가 산다. 그런데도 이 말이 상식처럼 통용되는 건 무슨 이유 때문일까? 채근담은 처세술에 관한 책이다. 이 책은 인간관계에서 적당히 정직하고 청렴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너무 정직하고 청렴하면 정적이 많이 생겨 성공에 이를 수 없다고 경고한다. 딱히 틀린 말은 아니다. 다니엘도 거룩을 추구하다 정적이 많이 생겼으니 말이다. 물론 탁월한 실력도 한몫했지만. 분명한 건 그리스도인이 거룩하게 살려고 하면 할수록, 없던 적들까지 생긴다는 것이다.

'맑은 물에서는 물고기가 살지 않는다.' 이 말이 우리의 생각에 깊이 뿌리박혀 있어서인지는 몰라도, 거룩도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생각하는 것 같다. 그리스도인조차 '너무 거룩하면 사람들이 가까이 오지 않는다.'라고 생각할 정도니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는 죄와는 거리가 먼 구별된 삶을 살도록 부름을 받았다. 하나님은 '내가 성공했으니 너희도 성공할지어다!'라고 말씀하지 않으셨다. 대신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할지어다!'라고 말씀하셨다. 우리는 성공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하나님은 우리의 거룩에 관심이 많다. 거룩만큼 하나님이 어떠한 분이신지 보여주는 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인의 능력은 거룩에서 비롯된다. 거룩을 잃어버린 그리스도인은 머리털이 밀린 삼손이나 마찬가지다. 그리스도인에게 거룩이 빠지면, 그건 살았으나 살았다고 할 수 없는 상태다. 거룩을 거북하게 여기는 태도는 성경적이지 않다. 만약 거룩을 생각할 때, 융통성이 없고 고리타분한 모습을 떠올린다면 교묘하게 속고 있는 것이다.

거룩을 거북하게 여기는 태도는 융통성이라는 명분 아래 본능에 충실하게 만든다. 이런 사람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말이 있다. '요즘 누가 그렇게 살아? 혼자만 고상한 신앙을 가진 것처럼 굴지 말어!' 그 옛날 노아도 지긋지긋하게 들었을 법한 말이 아닐까 싶다. 이런 부류의 말은 주로 같은 곳에 함께 몸담은 사람들의 입에서 나온다. 그리스도인이 그리스도인에게, 목사가 목사에게, 장로가 장로에게, 친구가 친구에게, 직장 동료가 직장 동료에게.

이런 태도를 가진 사람의 마음에는, 자기 수준을 위로 끌어올릴 수 없으니 남의 수준을 아래로 끌어내리려는 심리가 깔려있다. 우리는 위로 올라가는 수고는 하지 않으면서, 아래로 끌어내리는 수고는 마다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나와 비슷한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안심이 되기 때문이다. 함께 죄를 지으면, 하나님 앞에 덜 부끄럽고 창피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불편하고 껄끄러운 마음으로 예배의 자리에 나가고 싶은 사람은 없다. 나는 거룩을 물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노아의 시대처럼, 오늘날에도 죄가 버젓이 상식인 것처럼 행세하고 있다. 죄가 상식인 시대에, 나 혼자 꿋꿋하게 구별된 삶을 사는 일은 전쟁 같은 일이다. 유행 풍조에 물들지 않으려면 다른 것에 물들어야 한다. 예수님을 따르면서 닮는 일은 그분으로 물드는 일이다. 거룩은 그런 사람에게 주시는 일종의 선물과도 같다.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할지어다.' 나는 이 말씀을 이렇게 받아들인다. '나의 거룩으로 너희도 거룩할지어다.'

작가의 이전글 실력은 요만큼인데 인정은 이만큼 받고 싶을 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