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이 녀석아, 제발 물러가라!

2026년 1월 21일 수요일

by 지우진

인플루엔자(Influenza). 독감이라고도 하는 이 질환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 호흡기 질환이다. 일반 감기와 다르다. 발열과 근육통, 두통 등 전신 증상이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기침을 시작으로 목과 코가 매운 것처럼 따갑고, 무엇보다 고열이 사람을 힘들게 한다. 독감이라는 이름에서 나타나듯 지독한 감기다.


살면서 감기에 걸린 적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어렸을 때도 그랬고, 성인이 되어서는 두어 번뿐이다. 몸에 열이 많은 탓이라 여긴다. 여름에는 당연하고 겨울에도 집에서 반바지와 반팔을 입고 있다. 서울에서 자취할 때도 거의 난방을 틀지 않았다. 따뜻함보다 답답하다고 느낀다. 한파가 막 몰아치고 체감온도가 영하 20도라고 뉴스에서 떠들 때쯤 되면 긴바지를 꺼내 입지, 난방은 어지간하면 사양한다. 그래서 여름보다 겨울이 더 좋다. 덥지 않아서다. 겨울이 여름보다 훨씬 길었으면 싶을 정도로 춥고 차가운 공기가 좋다.





하지만 결혼하고서는 달라졌다. 우선, 겨울에 난방을 켤 수밖에 없다. 나의 체질이 바뀐 게 아니다. 아내는 여름을 압도적으로 좋아한다. 추위를 많이 타서 겨울은 싫다고 한다. 나는 더우면 아무리 옷을 얇게 입거나 심지어 벗고 있어도 더운 반면, 추울 때는 여러 겹 껴입으면 따뜻해지니까 추위를 이기는 게 더 쉽다고 생각한다. 아내는 반대다. 아무리 옷을 두껍게 입어도 추위는 계속 느껴진다고 말한다.


그래서 겨울이 되면 집에 온기가 가득하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아서 좀 답답했다. 그러나 결혼 초기에 A형 독감으로 엄청 고생한 아내를 보며 확 바뀌었다. 따뜻하게 있어도 감기에 걸리는 아내가 있는데, 내가 답답하고 덥다고 느끼는 게 뭐가 중요하랴. 더운 느낌은 내 느낌일 뿐이고, 또 그렇다고 해도 어디 병에 걸리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아이들이 태어나고는 집 안의 온도에 더욱 신경 썼다. 아이들이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하는 게 최우선이었다. 온도뿐만 아니라 습도 조절도 중요하다. 가습기를 자주 틀고, 그런 만큼 세척도 꼼꼼히 했다. 영아 때까지는 감기에 걸린 적이 거의 없었지만, 어린이집을 다니고부터는 상황이 변했다. 단체 생활을 하게 되면 아무리 모두가 조심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감기가 전파된다. 어른은 스스로 위생을 관리하고 불편해도 마스크를 쓰지만, 유아들은 어렵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감기와 전쟁이 시작되었다.


우리집은 아이가 둘이라서 한 명이 걸려서 나을 때쯤 되면 어김없이 다른 한 명에게 증상이 나타났다. 코로나도 그랬고, 독감도 그러했다. 아이들이 어리니 격리는 불가능했다.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 최소 일주일 이상은 각오해야 했다. 아이들이 아프면 옆에서 가장 많이 아이들을 돌보는 아내에게도 어느새 옮겨갔다. 다행인지 아닌지 그 와중에 나만 멀쩡했다. 코로나에도 독감에도 걸리지 않았던 나는 최대한 아내와 아이들이 더 심해지지 않게 최선을 다해 챙겼다.





아이들이 좀 더 크면 괜찮아지겠지 위로하며 이겨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오산이었다. 유치원에서의 마지막 겨울 방학을 끝내고 지난주에 등원을 한 둘째가 금요일부터 감기 증세를 보였다. 친하게 노는 친구들이 화요일부터 하나 둘 감기로 유치원에 오지 못한다고 할 때부터 불안감이 밀려왔었다. 둘째는 첫째보다 마스크를 잘 쓰고 손도 잘 씻으니 괜찮을 거라고, 아내와 나는 안심하려고 애썼다. A형 독감 예방 접종도 잘했고 해서 (물론 예방 접종한다고 안 걸리는 건 아니지만) 이번에는 무사히 지나가나 했지만, 애석하게도 감기는 찾아왔다.


늦겨울이나 봄철에 유행한다는 B형 독감이 지금 한겨울에 유행한다는 기사를 최근에 봤었는데, 그놈인 것 같다. 독감 검사를 해보니 맞았다. 이놈의 감기는 왜 이리 변형이 많은지, 반갑지도 않은데 겨울만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지, 차라리 내가 걸리고 싶다고 한탄했다.


기침과 코막힘을 시작으로 고열이 났다. 약 때문에 먹는 것만 아니면 계속 누워 있고 싶어 할 정도로 식욕도 없었다. 나와 아내는 둘째를 챙기면서 동시에 첫째까지 걸리면 안된다고 각별히 조심했다. 첫째는 피했지만 독감 이놈은 아내에게 옮겨갔다. 아내도 둘째와 비슷한 증상이 월요일(1월 19일)부터 시작되었다. 고열을 제외하고 나머지 증상은 같았다. 버티려고 했지만 오늘 새벽부터 심해져서 독감 검사를 받기 위해 오전에 병원으로 갔다. 그런데 열이 나지 않으니 독감 검사를 할 수 없다고 했다. 하루 이틀 지나고 열이 나면 그때 와서 검사를 받으라는 답변을 받았다. 답답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아내는 비타민 수액만 맞고, 감기에 관한 기본적인 처방만 받은 채 집으로 왔다.




현재 둘째는 감기로 여전히 고생 중이다. 해열제 효과는 약 5시간 정도다. 낮에는 그나마 괜찮지만 밤늦게부터 새벽 사이에 어김없이 고열이 난다. 열이 나니 깊이 못 자다가 아침이 되면 그제서야 한잠에 든다. 아내는 링거를 맞고서는 조금 나아졌다고 하지만, 숨을 크게 쉬거나 하면 곧바로 기침이 나온다. 코막힘과 목이 따가운 것도 계속 심하다.


첫째는 아직 독감으로 안전한 듯 보인다. 그런데 이번 주말에 태권도 유품 심사가 있다. 그래서 저녁마다 1시간 이상 태권도장에서 수련을 하는데, 하필 이번 주가 가장 춥다. 이 글을 쓰는 지금 부산은 영하 6도에 강풍이 어마어마하다. 지금처럼 독감에 걸리지 않고 무사히 심사까지 마치길 바란다. 아무리 피곤해도 싫은 소리를 내지 않고 평일은 저녁에, 토요일은 오전에 두시간 동안 정말 열심히 수련했다. 이 모든 과정을 옆에서 지켜봤기에 결실을 맺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독감 이 녀석아, 제발 우리에게서 물러가라!

20251226_190628.jpg 오늘도 첫째를 태권도장까지 데려다주고 집에 가는 갈. 아들아, 독감으로부터 꼭 지켜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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