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얻어지는 것은 없다
찬바람 불어와
마지막 잎새도 져버린 채
오롯이 맨몸으로
추운 겨울을 견뎠습니다.
흰 눈 소복이 내리던 날
눈꽃 피우고
봄바람 따스한 날
꽃을 피웠습니다.
매서운 겨울을
맨몸으로 견뎌내고서야
꽃이 피었습니다.
벌과 나비 찿아들던
향기로운 꽃은
영원히 지속하고 싶은 마음과 달리
봄바람에 날려 흩날리고
꽃잎진 자리에
작은 열매를 맺었습니다.
뜨거운 태양과
거센 비바람 몰아친
여름을 견디지 못한 열매는
떨어져 나갔고
시련에 단단해진 열매는
단내를 탐내는
새들과 벌레들을 물리치고야
탐스런 열매가 되었습니다.
가을바람 시원한 날
열매는 무르익었습니다.
꽃은 그냥 피지도
열매는 그냥 익지도 않았습니다.
# 진급을 앞두고 심란한 시기에 꽃과 열매에 대한 생각을 했습니다.
긴 겨울을 보내고 잎이 져버린 나무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꽃망울이 달리고, 이윽고 꽃을 활짝 피울겁니다.
매화, 목련, 벚꽃, 개나리, 진달래 너무도 많은 나무들이 저마다 꽃을 피우겠죠. 아마 그 나무들은 긴 겨울을 오래도록 준비하며 기다렸을 겁니다. 다시 꽃을 피우기 위해 견뎌내고 있었던 거죠. 세상 쉬운 일이 없듯이 그 나무들도 그랬을 겁니다.
꽃이 진자리에 열매가 맺히겠지만 열매가 무르익기까지에는 숫한 장애물이 있습니다. 비바람도 있고, 폭염도 있고, 단내를 노리는 벌레와 새들도 있습니다. 세상 공짜가 없듯이 그것들을 견뎌내야 열매가 될 수 있었을 겁니다.
이 글은 (지금은 초조함을 많이 내려놓았지만) 진급이 될지 안될지 걱정하던 시기에 초조함을 내려앉히고, "기대한 결과가 아니더라도 실망하지는 말자."는 나를 위로하는 글이었습니다.
지금이 아니더라도 나의 꽃과 나의 열매를 맺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