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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필리아 Oct 09. 2021

텀블러와 다회용 빨대 사용하는 건 어때요?

일회용 보증금 컵 제도 실시한다 하지만 그냥 우리 텀블러 들고 다녀요!

텀블러를 가지고 다닌 지 약 2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이전에 내게 텀블러는 그저 다이어트 셰이크를 먹을 때 흔들어 먹는 정도로 사용을 해왔다. 그리고 지금처럼 이렇게 커피를 테이크 아웃하는 문화가 많이 없었다. 커피를 포장해서 먹어야 한다는 생각도 안 했고 커피숍도 주로 매장에서 먹었던 터라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내 젊은 날의 기억 속에 텀블러는 없었고, 일회용기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어떠한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못했다.


지금은 내게 텀블러는 꼭 챙겨야 할 소지품 중 하나이다. 가방이 점점 무거워지는 걸 느낀다. 절대 작은 가방은 들고 다닐 수 없다. 가방 안에는 물티슈를 대신할 손수건, 대나무 칫솔, 텀블로와 다회용 빨대, 장바구니를 챙긴다. 그마저도 잊어버릴 때는 쓰레기가 될 수 있는 것은 포장 가능하면 구매하지 않는다. 자꾸 늘어만 가는 짐에 때론 아이까지 함께 챙기며 버겁기도 하지만 나는 지금의 행동을 포기하기 싫다.


쓰레기가 내 눈앞에서 사라진다고 끝이 나는 게 아니라 전지 구상 어딘가에 썩지 못한 채 떠돌아다니는 걸 알고 나서는 쓰레기를 만드는 것이 죄책감으로 다가왔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었다. 일회용을 당연히 써야 한다는 것은 없는데 어쩌다 우리는 이렇게 많은 일회용에 익숙해져 버린 것일까?

플라스틱은 죄가 없다. 인간이 과잉 사용하며 나타나는 문제들로 인해 환경적인 피해를 많이 보고 있다. 플라스틱은 우리에게 더 편하고 더 쉽게 버리게 해 주었다. 하지만 썩지 않는 플라스틱은 잘게 쪼개져 미세 플라스틱을 만들고 환경을 오염시키고, 작은 미생물과 물고기 등이 섭취하여 결국 먹이사슬에 의해 우리에게 돌아온다.


눈만 뜨면 보이는 광고와 정보의 홍수 속에 우리는 올바른 판단을 하기 힘들며 기업의 마케팅에 쉽게 현혹된다. 가격 때문에, 브랜드 때문에, 실용성 때문에 , 편의성 때문에 어떤 이유로든 그 물건을 살 이유가 생기게 만든다. 그리고 마케팅에서 보다 더욱 발전한 것은 사람의 심리를 이용한 마케팅 전략이라는 것이다.


"5분 남았어요! 이제 시간이 얼마 없어요", "딱 선착순 3분에게 지금부터 할인해드립니다." "지금 구입하면 1+1 제품입니다." 등 이번이 아니면 살 수 없다는 마음, 지금 사면 더 싸게 샀다는 마음 등이 합쳐져 집에는 충동적으로 구입한 물건들이 금방 쌓인다.

바로 이 일회용도 기업에서 생산을 더욱 많이 해서 기업을 성장시키는 전략이다. 쉽게 버리고 다시 사게 만드는 마케팅에 속아 넘어가는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편안하고 실용적인 것을 원한다. 그러니 자연히 텀블러를 당연시 들고 다녔던 분위기도, 손수건을 당연히 사용했던 분위기도 곧 전환된다. 누군가 일회용 테이크아웃 컵을 들고 다니다 쉽게 버리는 것을 홍보한다면, 누군가는 더 편리하게 닦고 버리는 물티슈를 홍보한다면 우리는 넘어갈 수밖에 없다.


이전보다 외출도 많고 여행도 많은 지금의 시대, 그리고 현대사회는 자본주의 사회다. 먹고사는 게 바빠 하루하루 일에 치이다 보면 다른 쪽에서라도 편리한 것을 더 원한다.  


편리한 것은 좋다. 하지만 그 편리함 때문에 제대로 재활용되지 못하고 쌓인 일회용 컵만 하루에 백만 개라면?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에 거북이 코가 꽂힌 동영상은 매우 인상 깊다. 거북이는 코에 박힌 빨대에 고통스러워한다. 내가 쉽게 쓰고 버린 그 빨대가 다른 생명에게는 위협적인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에 소름이 돋는다.


내가 해치고 싶어서 해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나의 사용만으로 어디에선가 다른 동물이 피해를 입는다고 생각한다면 잠시라도 일회용 빨대를 사용하는 것을 멈칫할 것이다.

2022년부터는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가 실시된다. 그리고 일회용 컵의 재질도 PET로 단일화시켜 좀 더 재활용되기 쉽게 한다. 이 제도 자체가 얼마나 시민들이 지켜줄지는 모르지만 결국은 약간의 보상을 내놓는 방법으 그나마 반응을 빨리 오게 하지 않을까 싶다.


사실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를 도입해서 이곳저곳 반납된 일회용 컵에 대한 보증금을 돌려받는 것보다 텀블러 하나 쓰게 되면 불편함이 없다. 어떻게 보면 더 편리함을 경험할 수 있다.


내 용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잘 씻겼는지 망설이지 않아도 되고, 먹다가 어디다 버려야 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다 먹고 그렇게 내 텀블러를 가방에 쏙 챙기면 그만이다.


더 이상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가 시행된다는 것에 궁시렁 될 필요 없다. 깔끔하게 우리 텀블러랑 다회용 빨대 사용하자. 이것이 생활습관으로 자리 잡히려면 딱 3개월 마음먹고 가방 안에 항상 텀블러를 들고 다니자. (어떤 습관이 자리잡기까지는 3개월이 걸린다고 함) 그럼 나도 모르게 가방 안에 텀블러가 있는지 확인하는 습관부터 가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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