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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필리아 Mar 14. 2022

신랑이 퇴사를 하려고 한다. (feat. 불안한 하루)

어차피 나는 잘될거니까?


안전한 직장이라고 하면 공무원을 떠올린다. 안전하지 않은 직장은 지금 대다수의 직장이라는 생각도 든다. 100% 이 직장에 대한 보장된 것이 없으며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이 그 직업을 선택해도 오래 하지 못하고 다른 직업을 찾아 나서기도 하는 것 같다.

진짜 삼성, LG와 같은 큰 기업을 들어가도 요즘은 퇴사했다는 유튜브 영상을 자주 접하곤 한다. 그만큼 시대가 예전처럼 그저 한 회사에 들어가면 몇십 년 이상 일하기를 원치 않는 거일 수도 있겠다.

며칠 전 신랑이 한 말이 내 귀를 맴돈다.


"우리 빚도 많이 남았고, 지금 이 회사에서는 장기적으로 다니지 못할 것 같아.

화학공장이라 유해 물질도 너무 많이 다루고, 사람이 피폐해지는 것 같다.

그리고 관리자급으로 사람을 많이 둬야 일이 잘 돌아가는데, 지금 거의 혼자 하고 있으니 힘이 든다.

이 회사에 대해서 비전이 없고, 차라리 한 1년만 돈 많이 버는 곳에 가서 벌어가지고 우리 남아있는 빚 다 갚고 새롭게 사업을 시작하고 싶어."



평소 어떻게 일하는지 꾸준히 들어왔기 때문에 신랑이 힘들다는 것 그 누구보다 잘 안다. 거의 나 혼자 일한다 급으로 일정한 퇴근시간도 없이 일하는 남편이었기에 이런 이야기를 꺼낸다는 것이 결코 가볍게 꺼낸 이야기는 아니었을 터.


그렇다고 나는 무작정 응원을 하지 못했다.


이 이야기를 듣는 순간,

"그럼, 나 둘째 출산하고 나가는 돈 뻔한데, 그럼 그때는?"

"자기 사업하면 그거 실패하면 그때는?"

"100% 빚 다 갚을 정도의 많은 돈을 번다는 거 장담할 수 있냐고?"

"그럼 지금 회사 차로 출퇴근하는데 출퇴근은 어떻게 하고?"

머릿속에 온만 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신랑이 안정적으로 정기수입이 들어왔기 때문에 여유를 부릴 수 있었고

재정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 어차피 나야 스마트 스토어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불규칙하고

그럼에도 안심하고 운영할 수 있었던 것은 어찌 보면 신랑이 정기적으로 벌어오는 수익이 아니었을까 싶다.



근데 그 직장을 그만두려고 한다.

나도 정말 여보가 원하는 것을 해봐! 성공해 봐!라고 저 마음속 구석 어딘가에는 외치고 있는데,

외치고 있는데 이전에 생긴 빚, 다시 무너질 것 같은 불안감이 날 위 감싼다.

지금 신랑이 이렇게 하는 이유?

신랑도 나도 둘 다 대박 부자, 일억 천금을 노리고 무언가를 하자는 게 아니다.

정말 가정에서 여행 부담 없이 가고, 맛있는 거 돈에 구애받지 않고 사 먹는 것! 딱 그 정도?

사실 여행, 먹는 거에 있어 부담 없이 생활하려면 정말 많이 벌어야 할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 있어 이 행복은 신랑과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


가족이 함께 밥을 먹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그 자체에 삶에 즐거움이, 삶에 행복이 있다.

예전부터 나는 언제 행복한가?를 스스로 질문해 보면

'엄마, 아빠랑 함께 대화 나누고 아픈 엄마가 그나마 그날은 정신이 멀쩡할 때?'

그렇게 스스로 대답하곤 했었다.


물론 현실은 집안일 안 도와주나? 아이랑 안 놀아주나? 설거지는 왜 이렇게 많나?

집 밥도 귀찮다. 아이랑 계속 같이 있으니 힘들다는 여러 사정 남발하며 현실의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그 안에서 찾는 가족이라는 그 연대가 굉장히 좋다.


나 역시 안정된 직장?(작업치료사)를 때려치우고 안정되지 않은 직장(스마트 스토어)를 하고 나서

나는 솔직히 행복하다. 병원에서 일하면서 일에 대한 권태기, 이곳은 오래 있을 곳이 못된다며 직장에 다니면서도 갇혀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금은 집에서 매일 일하면서도 이 패턴을 잡아버리니 집은 나에게 최고의 휴식장소이자 일의 장소가 되었다. 


아이를 케어하며 일을 할 수 있다는 그 적절한 워 라벨을 즐기고 잇다는 생각이 내 삶을 행복하게 만든 것 같다. 매일 정기적으로 출근하여 200만 원 받는 친구보다 하루 1~2시간 일하며 버는 100만 원이 더 행복한?

여기에 신랑은 안정적으로 벌어다 주고, 내가 하는 것을 조금 도와주었기에 대출금을 추가로 더 갚아나가는 그런 순간들이 그래도 내게 지난 시간 희망을 주었다. 정해진 출퇴근 시간도 없지만 시간적인 자유가 있으며 아이를 케어하며 돈을 벌수 있다는 그 사실만으로 내게 큰 자부심이 생겼다.


어엿한 스토어 사장이고, 어엿한 부모로서, 어엿한 아내로써 그동안의 역할을 잘해온 것 만 같은?


그런데..... 울 신랑이 새로운 일을 도전한다는데,

왜 나는 응원을 못해주는가?


사주라도 보고 정말 저희 신랑 사업해도 괜찮을까요?

저희 신랑 직장 그만두어도 괜찮을까요?라고 물어보고 또 물어보고 싶은 마음.


이 삶에 정답이 없기 때문에, 어떤 결정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사실은 무섭기 때문에 지금의 겨우 안정되었던 삶에서 다시 도전해야 하는 그 삶이

내겐 좀 무서운 것 같다.


상대가 어떤 결정을 하든 응원해 주는 게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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