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잔치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보기
첫째 때 돌잔치를 하지 않았다.
할 마음이 들지 않았다.
결혼식도... 굳이 결혼식이라는 걸 왜 해야 하나?
생각하고 있었던 터라, 돌잔치 역시
마찬가지 마음이었는지 모른다.
그렇게 나는 왜 돌잔치를 하지 않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고 적어보기로 했다.
글로 적어가다 보면
나의 신념과 생각이 정리되는 걸 볼 수 있다.
1. 남들이 다 하는 선택이 아닌 우리 아이를 위한 선택을 하고 싶었다.
결혼식을 왜 해야 할까?
돌잔치를 왜 해야 할까?
외동인 신랑과 외동인 내가 만나
결혼식을 왜 해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을 했다.
당연히 모두에게 알리고, 축하받는 자리라고
생각하면 결혼식이라는 건 기쁨을 나누는 자리
마찬가지로 돌잔치도 1년 동안 우리 아이가
잘 커줘서 고맙고, 돌잡이를 통해
앞으로 그 아이가 더 잘 살아라는 의미겠죠?
근데 식 자체보다... 거기에 따라오는
기본적인 관례와 형식이 싫었던 것 같아요.
동영상을 준비해야 하고, 사회자를 불러야 하고,
식당을 예약해야 하고, 돌 답례품을 찾아봐야 하고
당연시 따라오는 그 형식들...
왜 이렇게 해야 하나?
마치 그게 의무인 것처럼 되어버리고
돌 사진이라도 안 찍으면 안 찍는 게
이상한 사람처럼 되어버리는 게 싫었다.
그리고 좀 더 아이 돌을 맞아 의미 있는 선택은
무엇이 있을지 생각해 봤다.
2. 지인들 초대하는 돌잔치,부담이 될 수 있다.
요즘은 너무나 바쁜 시대에 살고 있고,
특히 친한 관계가 아닌 애매한 관계에서의
식.. 초대는 서로에게
부담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결혼식 때 정말 친하고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이라고
생각을 한 친구들만 불렀다.
그게 잠시 초대 안 해줘서 섭섭할지 몰라도
우린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관계 깊이에 대해서 알지 않은가?
게다가 돌잔치는 대부분 저녁에 많이 하고,
퇴근길에 오늘 그들의 발걸음에
정말로 부담을 주기 싫다.
3. 첫째는 해주고 둘째는 안 해준다 없이 깔끔하게 둘 다 안 해준다.
억지라면 억지고 합리화라면 합리화일 수 있다.
"엄마, 나는 왜 돌사진이 없어?"
"엄마 왜 형아만 돌잔치 했어?"
이런 식의 말을 들을 이유가 전혀 없게 되었다.
공평하게 둘 다 안 했기 때문에,
대신 이 소리는 듣겠지
"엄마 왜 우리는 돌잔치 안 했어?"
4. 아이가 돌잔치를 기억해 주는가?
그래서.. 해줬으면 너희 돌잔치 기억하니?
돌잔치라는 건 결국 엄마의 만족이다.
옛날에는 돌까지 살기가 힘들었기에
마을 사람들이 다 같이 모여 잔치를 벌였다 하지만
요즘 시대에 예방접종만 잘 맞추고
잘 먹이고 잘만 잔다면 무럭무럭 큰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돌잔치가
아이가 잘 살았고 건강하게 컸네라는
진정한 의미에서 보이는 것들로
변질되어 보인다.
돌잔치가 아닌 돈잔치로 보인다.
5. 돌잔치를 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많다.
돌잔치를 정확히 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돌잔치를 한번 하는데 4~500만 원의
비용이 든다고 한다.
돌 답례품 50만 원
사회자 30만 원
돌잔치 식당 예약 30만 원
돌 스냅 100만 원
돌잔치 헤어 메이크업 20만 원
돌잔치옷 대여 30만 원
.
.
.
대충 머릿속에 떠오르는 거 롤 감을 잡았을 때
비용이 이렇게 들어간다.
여기에 식당 뷔페 요즘은 40,000원은
잡아야 하는 시대 아닌가?
그럼 대략 4만 원*60명 정도 오면
240만 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이드 추가적인 비용까지 합하면
정말 4~500만 원 들어가는 게 맞다.
주고받기식 돈 주는 걸 하고,
준비하는 데 에너지를 쓰고
이제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
관계에 있어서도 두루두루 많은 사람을
알고 있으면 좋지만, 어차피 내 사람은
몇 사람 이내에서 모든 인간관계가 끝이 난다.
자본주의 시대에 진정한 돌잔치란
어떤 의미일까?
돌잔치라는 말도 영업의 하나
마케팅의 하나
마치 1년에 한번 인생에 한번뿐이라는
특별한 날을 만들기 때문에,
그것을 안 하면 마음에서 약간 불편한?
그 한 번뿐!이라는 단어는 유독
우리를 신경 쓰이게 만든다.
이럴 때 아니면 언제 돈 쓰니?
이럴 때아니면 언제 사진 찍니?
이럴 때 아니면 돈 언제 걷니?
이럴 때아니면 언제 또 드레스입니?
여러 가지 이유들을 대며,
돌잔치를 할 거리들을 만들지
첫째 때 우연히 동물 병원에 갔다가
간 날에 안락사 예정인 강아지를 보고
집으로 안 데리고 올 수가 없었다.
그렇게 그게 내 돌잔치 대신 강아지 임보
라는 타이틀로, 아이의 삶에도 영향을 끼치는 행동을 했다(라고생각한다)
너는 돌잔치를 한 게 아니라
강아지 임보를 함으로써 한 생명을 살렸다는?
끼워 맞추기라도 그렇게
그게 더 의미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첫째 때 강아지 임보를 했다 보니
사실... 지금 둘째 때 돌은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괜한 고민일 수 있는데 나도 모르게
"의미 있는 행동이 또 뭐가 있을까?
생각하게 된다.
어린이집에서 다행히 이렇게 돌사진을
찍어주시고, 옷까지 선물해 주셨다.
너무나 감사한데, 어떤 행위를 꼭 한다기보다
이렇게 내가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어린이집 덕분이고, 많은 도움을 받은
주변 사람들 덕분이니까 이번 둘째 돌은
내 주변 사람들에게 더욱 많이 베풀어야겠다.
그들이 없었으면 나는 이번 1년을
버틸 수 없었을 것 같다.
그리고 정말 눈 깜짝할 사이 1년이 지났다.
죽을 것 같았던 순간도
너무 힘들었던 순간도
다 지나간다.
그렇게 건강하게 이번 1년을
함께 나와 같이 지내온 우리 둘째에게
너무나 감사하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이 불편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육아에는 정답이 없어요.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사랑하는 첫째, 둘째
첫째 때는 매번 둘째 낳을까 말까
수도 없이 고민했지만, 이렇게 1년이 지나고
저 둘이 함께 있는 사진만 봐도 배가 부르고
함께 있는 그 존재 자체로 참 든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