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절 한강 ⑦] 가까이의 한강

석촌호수

by 배은빈

서울 송파구 잠실에는 총면적 285,757㎡, 담수량은 636만톤에 달하는 석촌호수가 있다. 평균 수심은 4.5m, 호수 둘레의 길이는 2.5km로 결코 작지 않은 호수가 잠실에 위치해 있는 것을 보면 조금 의아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부지를 어떻게 호수로 조성할 수 있었을까. 내가 이런 생각을 한 것은 석촌호수가 당연히 인공호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석촌호수는 땅을 파내어 조성한 인공호수가 아니고 원래 한강의 물줄기였다. 예전에는 한강이 현재의 한강 본류와 석촌호수 방향으로 물줄기가 나뉘어졌다가 다시 합쳐지는 형태로 흘렀고, 그 사이에 잠실은 섬으로 존재했다. 1971년 잠실개발로 석촌호수 방향의 송파강을 메우면서 잠실은 육지로 변했고 현재의 석촌호수 지역은 수심이 깊어 매립하지 못해 호수로 남게 되었다. 즉 석촌호수는 원래는 한강의 일부였고 한강을 매립하는 과정에서 생성된 인공호수인 것이다. 흐르던 강이 호수로 정체하게 되면 나타나는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수질악화일 것이다. 실제로 석촌호수가 처음 조성되었을 때는 이러한 문제로 악취까지 심하게 났었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는 수질개선을 통해 이러한 부분은 거의 사라졌고 호수 주변에 녹지까지 조성되어 한강공원 못지않게 서울시민의 사랑을 받는 곳이 되었다.

석촌호수는 지하철 잠실역이나 석촌역을 이용하면 쉽게 다다를 수 있다. 석촌호수가 한강공원에 비해 더 나은 점이 있다면 바로 접근성일 것이다. 석촌호수는 석촌호수교를 중심으로 서호와 동호로 나뉜다. 그리고 호수의 북쪽인 잠실역 근방으로 대기업의 쇼핑몰과 호텔 등이 위치하고, 남쪽으로는 호수단길과 송리단길이라 불리는 아기자기하고 특색 있는 상점들이 들어서 있는 거리가 존재한다. 호수를 중심으로 편리성과 실험성이 대칭을 이루는 인상도 주어서 신기하고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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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촌호수는 석촌호수교를 중심으로 서호와 동호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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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공원이 중앙에 자리하고 있는 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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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에 위치한 동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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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주변에 위치한 롯데월드타워


짧은 계단을 따라 내려가 석촌호수 주변을 거닐어 본다.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 주어 쾌적하게 걸을 수 있다. 느리게 한 시간 정도를 걸으니 호수를 한 바퀴 둘러볼 수 있었다. 호숫가의 한 벤치에 자리를 잡았다. 눈앞에 호수와 푸른 하늘이 있고, 유월의 햇살은 따갑지만 나무가 그늘을 드리우고 바람은 시원하게 불어와 주니 너무나 기분 좋게 초여름을 만끽한다.














이 정도의 계단만 내려오면

바로 호수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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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 주어 쾌적하게 호수를 산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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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유물론을 어느 정도 신봉하는 편이다. 유물론은 물질적인 기반 위에 정신적인 것, 그리고 사회적으로는 정치나 문화 등이 성립할 수 있다고 보는 견해이다. 사실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는 어떻게 보면 상식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다(철학적으로는 당연한 이야기는 아니다. 유물론과 대비되는 유심론, 관념론 등의 입장도 존재한다.). 그래서 물리적으로 가까이 존재하면 마음도 그만큼 가까워질 수 있다고도 믿는 편이다. 물론 물리적인 부분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저 ‘토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어떠한 것이 존재하거나 일어날 수 있는 기반이라는 것은 중요한 요소이다. 그래서 내가 보기에 일상에서 가까이 도달할 수 있는 석촌호수의 물리적 접근성은 매우 큰 강점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해 볼 수 있다. 물리적으로 가까우면 마음도 가까워진다(가까워질 가능성이 커진다). 그렇다면 물리적으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질까(멀어질 가능성이 커질까). 왠지 우리의 경험상으로는 그럴듯해 보인다. 하지만 두 명제를 논리학적으로 분석한다면 꼭 그렇다고 할 수는 없다(‘A이면 B이다.’라는 명제에서 ‘A가 아니면 B가 아니다.’라는 명제를 논리적으로 참이라고 이끌어낼 수 없다. 즉 A가 아니라도 B일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나는 왠지 오히려 물리적으로 멀어지면 더 가까워지는 것도 있을 것만 같다. 오히려 더 깊어지거나 선명해지는 것도 있을 수 있지 않을까. 마음이란 그런 것 아닐까. 그렇게, 확신하거나 단정 지을 수는 없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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