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촌한강공원
출퇴근길 한강철교를 건널 때 한강 하류방향을 바라보고 있으면 한강의 북단 둔치에 한강과는 어울리지 않는 무엇인가가 눈에 들어온다. 둔치에 있을 법한 초록초록한 색이 아닌, 인공적인 것이 분명한 핫핑크핑크한 색이 갑자기 눈에 띄게 된다. 처음에는 정체를 몰라 저게 뭐지, 했다. 이 핑크핑크의 정체는 바로 펭귄들이다.
이촌한강공원 곳곳에는 한강예술공원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설치된 예술 작품들이 존재한다. 사실 핑크펭귄도 이 예술작품들 중의 하나이다.
4월에 막 들어선 햇살이 따사로운 날, 이촌한강공원 조망대에 줄지어 늘어선 핑크펭귄들을 방문하였다. 다들 나란히 서서 차렷 자세로 한강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 중 한 펭귄 곁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발을 나란히 맞추고 펭귄을 올려다보았다. 앙 다문 입이 조금은 무뚝뚝해 보이기도 한다. 아니, 다시 보니 올곧고 당차고 심지 굳은 모습으로 보였다. 그래서 슬그머니 말을 붙여볼 생각이 들었다. 안녕, 핑크펭귄아. 여기 앉아 있으니까 햇살이 꽤 따갑게 내리쬔다. 여름에는 많이 덥겠어. 옆의 동료펭귄들이랑은 잘 지내? (펭귄: ...) 근데 있잖아, 만약 네 옆의 동료펭귄이 아프면 넌 어떨 것 같아? 아마 아무렇지도 않을 수는 없겠지. 동료펭귄만큼은 아니더라도 너도 조금은 아프지 않을까? (펭귄: ...) 근데 있잖아,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을 자주자주 아프게 해. 물론 실수로 그럴 때도 있어. 나도 내 생각이 미치지 못한 부분에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거든. 그래서 그러지 않으려고 계속해서 공부해야 하지. 그런데 다른 사람이 아플 걸 알면서도 자신의 힘을 함부로 휘두르는 사람도 있어. 오히려 아프라고 일부러 그러는 사람도 있지. 너는 어떻게 생각해? 그런 사람은 왜 존재할까? 그리고 만약에 네 옆의 동료펭귄이 그런 사람에게 다친다면 너는 어떻게 할 거야?
떠오르는 생각들을 마구 퍼붓고 다시 펭귄을 올려다보았지만 펭귄은 아무런 대답도, 움직임도 없이 우뚝 서서 한강만 바라볼 뿐이었다. 내 말을 듣고 있기나 한거야. 아무 대답도 없는 것이 야속해서 무심결에 매서운 눈초리의 시선을 따라가게 되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한강뿐만 아니라 그 너머에 여의도의 마천루들이 우뚝우뚝 솟아있었다. 그곳은 증권사 건물이 밀집한 곳이었다. 자본주의의 세계를 이끌고 움직이는 곳이었다. 돈이 흘러넘치고 돈을 좇고 돈에게 쫓기는 곳이었다. 나는 갑자기 흠칫했다. 그리고 펭귄을 다시 바라보았다가 별안간 등 뒤로 쏟아지는 햇살이 너무 따갑게 느껴져 그만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동료펭귄이 아프면 넌 어떨 것 같아?
이촌한강공원은 한강대교와 동작대교 사이 한강의 북단에 위치한 한강시민공원이다. 지하철을 이용하려면 4호선 이촌역을 이용하면 된다. 이촌역 4번 출구로 나와 아파트 단지 사이길을 따라 계속해서 직진한다. 횡단보도를 몇 번 건너고 굴다리 밑을 통과하면 이촌한강공원을 만날 수 있다. 핑크펭귄들을 보려면 공원 입구에서 한강 하류방향으로 가야 한다. 펭귄들을 만나고 온 나는 상류방향으로 이촌강변산책로를 걷기로 했다(강변을 산책할 때 모자나 양산을 챙기면 좋다. 자외선차단제는 필수이다. 강변의 햇살이 생각보다 따갑다. 그리고 이촌한강공원 입구에서 조금만 하류방향으로 걸으면 자전거대여점도 있으니 자전거를 이용해 강변을 달릴 수도 있다. 참고로 1인용 자전거의 1시간 대여가격은 3천원이다.).
아파트 단지 사이길을 따라 직진한 후 굴다리 밑을 통과하면 이촌한강공원을 만날 수 있다.
이촌강변산책로에는 키가 큰 미루나무들이 많다.
4월의 이촌강변산책로를 걸었다. 4월은 찬란하지만 아픈 달이기도 하다. 제주4.3사건, 4.16 세월호참사, 4.19혁명 때 희생된 사람들까지. 그 이후에도 때가 되면 봄이 왔고 4월이 되었다. 올 4월에도 강은 흘렀고 하늘은 푸르렀으며 꽃이 피고 새싹이 돋았다.
날이 참 좋았다.
펭귄아, 너는 아프지 않은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