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운한 눈물
어렸을 때에는 울고 나면 슬펐다. 울면서도 슬펐지만, 울고난 후에 내 모습이 슬펐다.
나이가 들고부터 나는 울 일이 있을 때에만 울었다.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친구가 힘든 일을 당했을 때, 가족이 어려울 때 나는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그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힘겨워 하는 것이 힘들어서 흘리는 눈물이기도 했고, 나도 같이 힘들어서이기도 했다.
나는 요즘 자주 눈물이 흐른다. 왜 인지 모르겠는데, TV 드라마를 보다가도 음악이나 라디오를 듣다가 갑자기 가슴이 울컥하면서 마음이 내려앉고 눈물이 나는 것이다. 처음엔 당황스러웠다. 아, 뭔가 내가 마음이 약해졌나, 왜 자꾸 눈물이 나지. 걱정스럽기도 했다.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하루를 살아내느라 내 감정에 충실한 순간들이 몇 분 없다. 해야 하는 일들을 하느라, 감정을 돌볼 새가 없다. 그래서 감정을 건드리면 갑자기 눈물이 나는 것이다.
내 감정을 더 많이 돌아봐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열심히 달리고, 꾸준히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 감정을 내팽개쳐두는 것이야말로 바보같은 일이라는 것을, 왜 몰랐을까.
눈물을 흘리는 내가 조금 안쓰러워져서, 그래 그 동안 감정을 꾹꾹 눌러가면서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켜내느라 정말 수고 많았다고 오늘 밤은 조금 더 너그럽게 토닥여주고 싶다. 크리스마스의 정신으로 나 자신을 더 관대하고 너그럽게 미쁘게 봐주고 감정을 잘 살펴봐줘야지. 연말까지 나에게 그런 시간을 선물하고 싶다.
그러려면 자주 핸드폰을 내려놓고, 넷플릭스나 유튜브 영상 시청을 멈추고, 습관적으로 포털 사이트에 접속해서 주요 뉴스들을 읽는 것을 멈추는 편이 좋겠다.
나와의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곧 내 감정을 잘 바라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니까. 핸드폰, 넷플릭스, 유튜브, 웹서핑을 저기 먼 곳으로 내버려두자.
올해를 더 따뜻하고 차분하게 마무리하기 위해서 그렇게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