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상황에 놓여본 이들은 이해할 것이다. 잠드는 것이 가장 두려운 순간임을. 눈을 감고 편히 자려고 애써보아도 밀려드는 걱정과 막막함에 잠들 수 없는 그 외로움을.
안정감을 비로소 되찾았을 때 그저 무탈한 일상이 다시 눈앞에 놓인 현실이 믿기지 않게 느껴질 것이다. 또다시 언제든 나는 불안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 안정감 속에서 마음을 아주 푹 놓지는 못할 것이다.
이 두 가지가 반복되면 무엇인가 의지할 곳을 찾게 된다. 아주 분명하고 확실한 실체가 있는 것 혹은 종교.
운동을 하거나 숙련이 필요한 뭔가에 몰두한다. 아니면 신을 찾아가 경배하고 그저 마음을 그 곳에 놓아둔다.
불완전한 인간은 영원이나 안녕, 행복과 평안을 추구하지만 이내 매순간 허탈하게 깨닫고야 만다. 영속성을 추구하는 것은 현실에 없다는 것을. 시간 앞에서 인간은 무력하고, 현실에 발을 붙이고 살아가려는 그 노력이야말로 가장 인간다운 선택임을.
그 후에 마음 속에서 피어나는 부차적인 바램들, 영원한 안정이라던가 헤어지지 않는 관계라던가, 죽을 때까지 건강한 삶 같은 것들은 인간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고차원의 바램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래서 매일 해야할 것들을 하고 매순간 느끼는 감정들을 온전히 느끼는 일상이야말로 스스로를 구원하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