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치지 않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너에게

by 아마토르
인생의 의미를 잃어도, 누군가의 성공에 까무룩 자존감이 무너져도 꿋꿋이 일어나 제 자리로 향하는 너를 응원해. 도망치지 않는 것도 능력이야. 빌어먹을 인생에 정직하게 부딪히는 너도, 충분히 대단한 사람이야.
- 태수,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 중에서


친구가 단톡방에 남긴 글이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마음이 울컥했다. 도망치고 싶었나?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오랜만에 묵상의 기회를 얻었다.


1. 세상이 정해놓은 ‘성공’의 기준이라는 게 있다. 그 틀에 누군가 정확히 들어맞는 걸 보면 괜히 마음 한켠이 시리다.
‘저 사람은 저만큼 갔는데, 나는 뭐 하고 있나’
이런 생각, 안 하려고 해도 문득 방심한 순간에 불쑥 들이닥친다. 단련했다고 생각했지만 역시 아닐 때가 더 많다. 15년쯤 전, 대표에게 크게 혼나고 자존감이 바닥을 친 날이 있었다. 자리로 돌아온 뒤, 동갑내기 차장이 사장실로 들어가고 곧 들려오던 두 사람의 웃음소리. 그때까지 인생을 살며 버텨온 하루 가운데, 내 자신이 가장 초라하게 느껴졌던 순간이었다.
살다 보면 정말 뛰쳐나가고 싶을 때가 있다. 책상 앞에 앉아 있는 것조차 숨이 막힐 때도 있다. 그날 이후에도, 모든 걸 내려놓고 사라지고 싶었던 순간이 한두 번 더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우리는 다시 그 자리로 돌아온다. 힘들어도 다음 날 눈을 뜨고, 버겁지만 미팅에 나가고, “해봤자 뭐가 되겠어"라고 궁시렁거리며 또 메일을 보낸다. 그저 남의 돈 받고 일하는 사람으로서의 의무감일까? 아니다. 나는 그게 사실은 아주 고된 용기라고 생각한다.
비교는 숫자를 남기지만, 살아낸 시간은 흔적을 남긴다. 그 흔적이야말로 내 인생의 진짜 증거다.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내 하루를 살아냈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다.

2. 친구가 남긴 글에도 내가 쓰고 있는 이 글에도 나도 모르게 자주 붙이는 말 하나가 있다.

‘대단하다.’
이 말 뒤엔 흔히 눈에 보이는 성과가 따라붙는다. 성과, 이름값, 뷰 수, 연봉, 직함 같은 것들. 맞다, 거기까지 간 사람들은 확실히 멋지다. 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무너지지 않으려 애쓰는 사람, 불안해하면서도 하루를 견디는 사람. 의미를 잃었다가도 다시 찾으려 애쓰는 사람, 요즘 스레드 피드에서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자주 마주친다. 나는 그런 사람을 응원하고 싶다.
'대단하십니다!'

3. 솔직히 무언가를 하면서도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싶은 날이 있다. 그럴 땐 ‘의미’라는 말이 참 사치처럼 느껴진다. 심지어 평소에 작은 의미라도 찾으라고 말하는 내가 위선자처럼 느껴지는 날도 있다. 그런 날은 그냥 몸만 움직일 뿐, 마음은 나사가 하나 빠진 듯 삐걱댄다. 멍하니 하루가 지나고 어느새 또 하루가 온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렇게 견디다 보면 어느 날 ‘의미’가 돌아온다.

“움직이니까 의미가 생긴다.”
나는 이 말이 참 좋다. 마음이 먼저가 아니라, 몸이 앞서야 할 때가 있는 거다. 그러다 보면 마음도 천천히 따라온다.


✍️ 묵상을 마치고 그날의 나에게 짧은 편지를 남긴다.

어제도 네가 얼마나 애썼는지 알아. 누구에게 말 못 하고, 누가 괜히 툭 건드리기라도 하면 눈물이 터질 것 같은 그런 날이 있었지. 그런 날에도 ‘아무렇지 않은 척’ 살고 있는 너. 누군가는 그걸 그저 ‘사는 거’라 말하겠지만, 나는 그것이 ‘살아내는 거’라고 생각해. 그날, 화장실에 숨어 울음을 삼키던 너에게 이 말을 꼭 들려주고 싶다.
“도망치지 않고 맞서고 있는 너는, 지금 이대로도 충분히 대단한 사람이다.”



오늘도 溫데이즈~

이전 18화믿음은 내가 나에게 거는 주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