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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은 타인을 판단하지 않는 것에서 시작된다

by 아마토르

'아이참, 왜 저런 것도 못하지?'

누군가의 행동을 보며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이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이유는 첫째, 그것은 정말 나에게는 쉬운 일이기 때문이고, 둘째, 나도 해 본 적은 없지만 '저 사람보다는 낫게 하겠지'라는 생각 때문이 아닐까?



어느 날이었다. 아내가 엑셀로 뭔가 작업을 하는데 한참을 끙끙대고 있었다. 보는 내가 더 답답해질 지경이었다. 그러다 한마디 거들었다.
"이렇게 이렇게 하려는 거 아냐?"
"응, 맞아."
"아니, 그걸 왜 이렇게 해?"
"(썩을 놈이란 눈빛 발사) 안 도와줄 거면 신경 꺼!"

욕을 먹은 후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나는 여러 번 비슷한 일을 해 본 경험이 있으니 '쉬운 일'이었지만, 오랜 기간 쉬었다 일하는 아내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었을 수도 있었다. 나는 아내가 직장 생활 경험도 있는데 어느 정도 다루겠지라고 어림짐작한 것이다.

직장 생활 동안 반복된 경험을 통해 엑셀을 익혔다. 주니어 때 사수에게 듣던 단골 레퍼토리는 "너 뭐 하냐?"였다. 그 과정은 싹 지워버리고 지금의 결과로만 판단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자존심 많이 상했는데, 그 짓을 아내에게 내가 했다.


또 어느 날이었다. 직장 후배가 뭔가를 조립하고 있었다. 후배는 애쓰고 있는데 모양이 안 맞는다. 나는 한 번도 안 해봤지만 속으로는 이렇게 생각했다.
'내가 하면 저것보단 낫게 하겠지.'

이건 조금 더 교묘한 자기기만이다. 왜 이런 확신이 생길까? 내 머릿속에는 성공 시뮬레이션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이거 착, 저거 착, 이렇게 딱...' 실행은 안 해 봤지만, 머릿속으로는 이미 몇 번이고 해 봤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구상과 구현은 다른 영역이다. 그래서 실제로 해보면 허둥지둥하게 되고, 이내 내가 비웃었던 그 사람의 행동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무안해지면 이렇게 말한다.
"이렇게 하면 돼야 하는 건데, 이상하네? 이거 불량 아니야?"

"왜 저 사람은 그것도 못 할까?"라는 말은 "나는 저 정도는 한다"라는 자존심의 표현이기도 하다. 적어도 과거의 나를 보면 그랬던 적이 많다.



이렇게 우리는 자기도 모르게 상대를 판단하고 있다. 그리고 그 판단의 뿌리는, 생각보다 깊다.

변화와 성장, 나다움 같은 내면세계에 더 관심을 갖은 후부터는 알게 되었다. 성장은 타인을 판단하지 않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어떤 사람이 그 일을 힘들어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익숙하지 않아서일 수도, 긴장해서일 수도, 어쩌면 그 순간 무거운 감정을 안고 있을 수도 있다. 우리는 '결과'만 보고 판단하지만, 그 사람에겐 나름의 '과정'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 다른 사람을 판단하는 마음이 들 때마다, 이렇게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이 사람은 지금 얼마나 애쓰고 있을까?'

타인을 비웃는 대신, 스스로에게 더 정직해지는 법을 배우고 있다. 성숙한 삶의 첫걸음을 떼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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