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개인적인 생각
나는 지독한 일중독자(워커홀릭)이다. 일을 통해서 다채로운 감각을 느끼고, 일을 통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일을 통해서 인생을 배운다. 일에 대한 목표와 계획들을 하나씩 하나씩 성공적으로 달성할 때마다 엄청나게 중독성 강한 성취감을 느낀다. 나의 능력을 필요로 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 마치 슈퍼맨이 된 것 같이 엄청난 책임감을 가지고 불가능한 일들을 결국 가능하게 만든다. 그리고 가끔은 예상치 못 한 실수와 문제들이 발생했을 때는 그것들을 대처하는 방법을 배우면서 나름 스스로 인생의 교훈을 얻기도 한다.
물론 최근에는 워라벨(Work-Life Balance) 개념이 등장하면서 일과 라이프의 균형을 강조하고 있지만, 워낙 일벌레로 살아온 나는 일과 라이프의 분리가 오히려 더 어색하다. 아침에 샤워를 하면서 일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낮에 커피를 마시면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생각하고, 저녁에 러닝을 하면서 새로운 계획을 구상하는 일이 훨씬 더 즐겁다. 즉, 워라밸이 아닌, 일과 라이프의 조화 개념의 워라블(Work-Life Blending)을 추구한다.
워라밸과 워라블 모두 장단점은 있다. 특히, 워라블을 추구하는 경우 보통 워커홀릭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언제나 업무가 우선순위이다. 심지어 일을 하지 않을 때가 오히려 더 어색하고 긴장되는 자신을 가끔 만나기도 한다. 또한, 휴가에 대해서 인색하고 오히려 휴가를 업무의 연장선으로 생각할 만큼 휴가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나 또한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휴가에 대한 진정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언제나 "빨리 끝내고 쉬자" 생각만 하고 쉬지 않고 일을 해왔지만, 결국 빨리 끝내면 또 다른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온전히 나만을 위한 여름휴가를 결심했다. 단순히 휴양을 즐기는 휴가가 아닌, 나를 챙기는 휴가를 계획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업무에서 벗어나 몸을 챙기고, 앞으로의 목표와 계획을 생각하면서 마음을 챙기는 휴식이 필요했다. 혼자이기 때문에 남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이 새로운 환경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기로 했다.
첫 번째, 장소는 인천 송도, 기간은 2주를 계획했다. 물론 해외도 좋지만 아직 코로나 상황도 있고, 바닷가 근처를 좋아하기 때문에 동해는 이전에 살아본 경험이 있어서 이번에는 서해를 선택했다. 비행기를 타고 매번 인천 국제공항에 올 때마다 들렸던 인천 송도에서 2주 동안 온전히 나만을 위한 여름휴가를 보내기로 했다.
두 번째, 에어비앤비를 통해서 뷰가 좋은 숙소를 선택했다. 주변에 공원도 많고, 맛집과 카페도 많기 때문에 더 좋았다. 이전에도 송도가 참 깨끗하고 세련된 곳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거주하면서 이곳저곳 다녀보면서 정말 살기 좋은 곳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세 번째, 역시 나만을 위한 시간은 너무 빠르게 지나간다. 그동안 밀려있던 책, 드라마, 영화를 보고 나니 어느새 3일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물론 해오던 일들을 잠시 손에서 놓으니 약간은 어색했지만, 앞으로의 연간, 월간 목표와 계획을 생각하면서 훨씬 더 큰 영감, 자극 그리고 동기부여를 스스로 받을 수 있었다.
디지털 노매드 문화와 원격 근무가 일반화되면서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일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또한, 여전히 코로나 영향으로 해외여행에는 큰 위험이 있다. 하지만,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환경에서 나 스스로를 챙기면서 업무를 이어나가고 싶다면 국내에서 짧은 기간 동안의 여름휴가도 너무 훌륭하다!
온전히 나만을 위한 여름휴가를 보내고 느낀 점 3가지
My vacation made me take better care of my body and mind.
여행 일정을 빡빡하게 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이번 온전히 나만을 위한 여름휴가의 일정은 무계획이었다. 새로운 동네를 걸어 다니면서 보이는 맛집과 분위기 좋은 카페를 방문하면서 스스로 행복감을 많이 느낄 수 있었다.
일의 무게를 낮추어 몸을 돌보고, 새로운 환경을 경험하면서 마음을 돌보는 것이 굉장히 중요했다. 평소에는 잘 보지 않는 하늘도 공원을 거닐면서 몇 번이고 쳐다보고, 평소에 먹어보지 않았던 음식도 경험해 보면서 스스로를 돌보았다.
자연스럽게 스트레스 레벨이 떨어지고, 만족감과 행복감이 올라가면서 마음이 편해졌다. 마음이 편해지니 일이 더 손에 잡히고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샘솟았다. 보통은 해외여행이나 긴 여행을 통해서만 느꼈던 감정들을 이런 방식으로 동일하게 느낄 수 있다는 것에 사실 조금 놀랐다.
My vacation made me more clear about my goals and plans.
이번 온전히 나만을 위한 여름 계획은 업무의 연장선이었다. 장소만 바뀌었을 뿐 업무는 그대로 진행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목표와 새로운 계획들을 생각하였다. 역시, 장소가 바뀌니 시각도 바뀌고, 시각이 바뀌니 새로운 아이디어도 많이 떠올랐다.
이러한 아이디어를 통해서 그동안의 목표와 계획들을 다시 한번 정리하고, 앞으로 미래에 대해서도 더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이를 통해서 사람들이 책을 쓰러 절에 들어가는 이유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목표와 계획을 구상하는 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중간에 업무가 무너지면 다시 실행할 수 있지만, 목표나 계획이 잘못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에는 어려움이 더 크다. 따라서, 이번 여름휴가를 통해서 더 안정되고 여유롭게 목표와 계획을 구상할 수 있었다.
My vacation made me love myself more.
이번 휴가를 계획한 이유는 사실 일상에 너무 지친 상태였기 때문에 탈출구가 필요했다. 보통은 해외여행 또는 몇 달 동안의 긴 여행을 생각하는 것이 훨씬 더 자연스럽다. 하지만, 업무를 계속해야만 했고, 동시에 나 스스로를 위한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짧은 기간 동안의 국내 여름휴가를 계획했다.
누군가와 함께 왁자지껄하게 유흥을 즐기는 휴가가 아닌, 조용하고 소소한 오롯이 나만을 위한 휴가이기 때문에 스스로를 더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가?", "이렇게 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가?", "이렇게 하면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들을 하면서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일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일 때는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기란 불가능하다. 스스로의 중심을 놓치는 순간에는 모든 것이 무너진다. 따라서, 이번 여름휴가를 통해서 스스로의 중심을 잡을 수 있었고, 스스로에게 작은 보상을 해주면서 떨어졌던 자신감과 자존감도 높일 수 있었다.
2022년 8월, 인생에서 첫 번째로 온전히 나만을 위한 휴가를 보냈다. 해외여행도 아닌 국내 여행, 긴 기간도 아닌 짧은 2주 동안의 이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여름휴가였다. 물론 이번 휴가를 계획하면서 국내라는 점도, 2주라는 점도 "과연 얼마나 큰 영향이 있을까?" 의심을 했던 것도 사실이다.
"어차피 국내인데.. 뭐.. 얼마나 다르겠어?", "2주? 뭐.. 얼마나 보내겠어?" 등의 의심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지만, 순간 용기 내어 이러한 의심들을 무시하고 실행에 옮겼다. 그리고 막상 직접 경험을 해보니, 결과는 정말 예상 밖으로 너무 좋았다.
물론 처음에는 새로운 곳이라서 또는 혼자라서 조금은 어색할 수 있지만, 역시나 사람은 적응의 동물인지라, 동네 한 바퀴만 천천히 거닐다 보면 동네가 훤히 보이면서 어느새 내 동네처럼 편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천천히 스스로의 몸과 마음을 돌보고, 스스로의 목표와 계획을 구상하면, 비로소 스스로를 더 사랑하게 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고 있는 당신에게 짧고 강력한 국내 여름휴가를 추천한다!
Go on vacation and find yourself.
휴가를 떠나서 스스로를 찾아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