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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영어, 혼자서도 재밌있네 1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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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크리스안 Jan 14. 2023

영어를 미니멀하게 배우는 작은 습관 3가지

영어 이야기 EP18

미니멀리즘(Minimalism)이 전 세계를 강타하기 전부터 이미 많은 것들을 덜어내는 연습을 해왔다. 도대체 왜 덜어내기에 집중했을까? 이유는 바로 우리의 뇌는 모든 것들을 이해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더 많은 것들을 공부하고, 배우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엄청나게 많은 시간과 노력, 그리고 에너지를 사용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매번 간단한 핵심을 파고들기 전에 화려한 주변을 이해하는 것에 지쳐버린다.

대학생 시절, 베개만큼 두꺼운 전자 공학 해외 원서를 구입하는 것을 즐겼다. 원하는 지식과 정보를 얻기 위한 목적보다는, 그저 수업과 자기만족의 목적으로 그 두껍고 비싼 전공 원서들을 구입했다. 그렇게 사물함 속과 책상 위에 점점 더 많은 전공 원서들이 빼곡히 쌓이고 있었다. 심지어 기숙사 침대 위에 까지 전공 원서들이 침범하면서 구석에서 잠을 자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사물함, 책상 위, 그리고 침대 위까지 수많은 책들로 쌓여가고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지저분해 보일 수도 있었지만, 그 지저분함 속에서도 나름 규칙과 순서가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책 위에는 수북한 먼지들이 쌓여가고 있었다. 심지어 읽지도 않고, 펼쳐보지도 않은 책들을 버리지 않고 계속 가지고 있었던 이유는 그저 자기만족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책을 소유하는 것만으로 그 책의 지식과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멍청한 생각의 늪에 너무 깊숙이 빠져있었다.

A messy desk

미국 대학원 입학 준비를 하면서 토플과 GRE 영어 자격시험을 공부했다. 이전과 같이 여러 권의 시험 교재를 구입하였다. 구입한 교재를 여러 번 공부할 욕심으로 책 속의 문제들은 다른 노트에 풀면서 책을 깨끗이 사용했다. 여러 종류의 시험 교재에서 말하는 다양하고 많은 문제 풀이 방법을 이해하려고 공부하고 또 공부했다. 그렇게 혼자서 나름 열심히 공부했기 때문에 결과도 좋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토플과 GRE 첫 시험 후에 성적표를 받고 너무 놀랐다. 상상 이상으로 낮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럼, 도대체 그동안 무엇을 공부한 것일까?" 자연스럽게 스스로에게 질문이 생겼다. 여러 권의 교재 노트 속은 이미 까맣고 빽빽하게 필기되어 있었고, 영어 단어 노트는 수 천만, 수백만 개의 단어들이 필기되어 있었다. "역시, 나는 영어를 못하는구나.." 그렇게 자연스럽게 스스로를 탓하고 비하하는 방향으로 생각이 흘러갔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

문제는 바로 핵심을 파고들지 못했던 것이다. 다양한 문제 풀이 방법과 화려한 템플릿에 너무 의존하여 공부한 나머지 최대한 많이 읽고, 많이 듣고 정확하게 내용을 이해하는 간단한 핵심을 공부하기도 전에 이미 지쳐버린 것이다. 스스로는 이것저것 열심히 공부했다고 자신했지만, 결국 진정으로 중요한 핵심 근처에는 가보지도 못했던 것이다.

토플과 GRE 시험에 수 차례 실패하면서 "과연 이게 내 길이 맞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수 백번, 수 천 번 했었다. 매번 이 길이 내 길이라는 확신은 없었지만, 기필코 해내리라는 쓸데없는 고집은 강했다. 계속 똑같은 방식으로 할 수는 없었다. 완전히 달라야 했다!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덜어내기 시작했다.

다양한 문제 풀이 방법과 화려한 템플릿을 과감하게 쓰레기통에 버렸다. 더 이상 내게는 수많은 문제 풀이 스킬도 빈칸만 채우면 완성되는 화려한 템플릿도 없었다. 혼자 공부할 때도 마치 아무것도 없이 시험장에서 시험을 치르는 것과 같이 공부했다.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들으면서 내용을 빠르고 정확하게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벌거벗은 느낌으로 조금은 두렵고 겁이 났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더 가볍고 간단한 핵심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렇게 원하던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A minimal desk

영어를 잘하는 방법은 수없이 많다. 또한, 사람마다 선호하는 방식, 취향, 목표 등이 다르기 때문에 하나의 정답은 없다. 물론, 그동안 영어 공부를 하지 않아서 단순히 영어에 흥미와 재미를 느끼기 위한 목적이라면 이것저것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것은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영어 지식이 있는 상태에서 영어를 더 잘하고 싶다는 열정과 욕심으로 이것저것 시도해 보는 것은 때로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덜어내 보자! 주변에 이것저것을 덜어내고, 간단한 핵심에만 집중해 보자.

영어를 미니멀하게 배우는 작은 습관 3가지

1. 내가 좋아하고, 쉽고, 자주 볼 수 있는 콘텐츠 하나만 선택하기

Choose one content that you like, that's easy, and that you'll see often.

혼자서 또는 여럿이서 영어 공부를 할 때, 좋은 영어 콘텐츠를 선택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더욱이, 요즘에는 콘텐츠 종류도 다양하고, 콘텐츠 양도 방대하다. 따라서, 커다란 콘텐츠 바닷속에서 내가 좋아하고, 쉽고, 자주 볼 수 있는 콘텐츠를 선택하는 것은 영어를 깔끔하게 배울 수 있는 작은 습관이다.

여러 종류의 다양한 콘텐츠를 선택하기보다는 개인의 취향과 흥미가 듬뿍 담긴 콘텐츠를 선택해서 영어를 배워보자. 이것저것 다양한 콘텐츠를 넘나들기보다는, 하나의 콘텐츠에 집중해서 반복 학습을 하는 것이 사실 외국어 학습에 가장 중요한 습관이다. 물론, 하나의 콘텐츠에 금방 지겨워질 수도 있지만, 이러한 지겨움을 견디고 즐겨내야 비로소 원하던 영어 실력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

영어 리딩은 해외 도서 또는 블로그, 영어 리스닝은 유튜브 또는 팟캐스트, 영어 라이팅과 영어 스피킹은 선호하는 웹 또는 앱 서비스를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먼저, 내가 좋아하는 주제를 찾아보자. 그리고 쉽고 자주 볼 수 있는 방식의 콘텐츠를 찾아보자. 예를 들면, 글로벌 마케팅에 관심이 많다면 수많은 비싼 마케팅 강의를 매번 선택해서 듣기보다 휴대폰에 있는 마케팅 팟캐스트 채널을 아용해 보자. 전 세계 유명한 마케터들의 이야기를 매일 쉽고 생생하게 심지어 무료로 들을 수 있다.

One of my favorite podcast channels is The GaryVee Audio Experience.

2. 모르고 헷갈리는 모든 것을 찾지 말고, 몇 개만 찾아보기

Find a few things, rather than everything you don't know and are confused about.

해외 도서를 읽거나 팝송을 듣거나 해외 영화 또는 드라마를 볼 때, 모르는 영어 단어와 표현들이 많이 보인다. 물론, 모르는 영어 단어와 표현들을 모두 찾고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은 훌륭한 일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영어 단어와 표현들 몇 개만 찾아서 더 잘 이해하는 것이다. 너무 많이 모르고 헷갈리는 영어 단어와 표현들에 압도당해 금방 지쳐서 포기하지는 말자! 영어 단어와 표현들 몇 개만 찾아보고 이해하는 것이 영어를 깔끔하게 배울 수 있는 작은 습관이다.

모르고 헷갈리는 영어 단어와 표현들을 반드시 모두 찾아서 이해해야 직성이 풀리는 완벽주의는 영어 공부에 가장 커다란 방해 요소이다. 그 순간은 완벽하다고 스스로가 만족할 수도 있지만, 매번 엄청난 시간과 노력 그리고 에너지를 사용하기에는 영어 배움의 여정이 참 멀고 험난하다. 따라서, "모든 것을 이해하기란 불가능하다."라는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이자. 그리고 그 속에서 깔끔하게 몇 개만 찾고 이해하고 넘어가자. 지금 당장은 이게 제대로 하는 건지 확신이 들지 않을 수도 있지만, 영어 배움의 여정은 100m 스프린트가 아니라, 42.195km 마라톤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모르고 헷갈렸던 영어 단어와 표현 몇 개만 찾고 이해하는 과정을 절대로 무시하면 안 된다. 오히려 모든 것을 찾고 이해하려는 과정이 영어 공부를 더 빨리 포기하게 만든다. 오히려, 모르고 헷갈렸던 영어 단어와 표현 몇 개만 찾고 더 정확하게 이해하는 과정이 앞으로의 영어 공부를 더 오래 꾸준하게 지속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예를 들면, 해외 원서 또는 해외 블로그를 가볍게 독해할 때, 처음부터 모든 영어 단어와 표현들을 찾아서 정확하게 이해하려고 하기보다는 처음이기 때문에 모르거나 헷갈리는 영어 단어와 표현들만 몇 개 찾고 이해하고 넘어가자. 그리고 이후에 다시 돌아와서 이전에 찾았던 영어 단어와 표현은 제외하고 다른 것들을 찾아서 더 정확하게 이해해 보자. 이렇게 여러 차례 반복을 통해서 찾은 영어 단어와 표현은 훨씬 더 오래 기억에 남고 그 내용 또한 한번 읽고 넘어간 것에 비해서 훨씬 더 정확하고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다.

Chat with OpenAI ChatGPT

3. 손으로 쓰고 머리로 외우려고 하지 말고, 실제로 사용하기

Use English in reality, rather than writing it down and trying to memorize it in your head.

영어 공부의 최종 목표는 바로 머릿속의 생각을 자유자재로 영어로 쓰고 영어로 말하는 것이다. 물론, 영어 공부를 함께 할 수 있는 훌륭한 영어 콘텐츠가 많다. 하지만, 결국에는 콘텐츠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가 편하고 자유롭게 영어를 쓰고, 영어를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영어를 손으로 쓰고, 머리로 외우려는 공부보다는 배우고 이해한 영어를 실제로 활용하는 것이 영어를 깔끔하게 배울 수 있는 작은 습관이다.

영어 실력을 높이기 위해서 영어를 손으로 쓰고, 머리로 외우기 시작하면 이것은 영어를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공부가 되어버린다. 어느 순간, 노트에 영어를 쓰고, 영어 대본을 암기하는 것에 익숙해져 버린 나머지 그날의 할당량을 마치고 난 이후에는 스스로가 보람을 느끼고 만족해 버린다. 물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훨씬 더 효과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바로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제 상황에서 배운 영어를 직접 활용하지 않는다면 그 영어는 절대 내 영어 실력이 될 수 없다.

다양한 방법을 이용해서 영어를 외우든 공부하든 익히든, 제일 중요한 마지막 단계는 바로 손으로 영어를 직접 써보고, 입으로 영어를 직접 말해보는 것이다. 처음에는 틀릴까 봐, 실수를 할까 봐 긴장도 되고 걱정도 된다. 절대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이러한 긴장과 걱정은 평소에 영어보다 한국어를 더 많이 사용하는 우리에게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따라서, 이러한 긴장과 걱정을 오히려 더 많이 경험하고 더 빠르게 익숙해져 보자.

"영어가 내 모국어도 아니고 제2외국어인데, 서투른 것은 당연한 거잖아?" 당당하고 자신 있게 더 많이 실수를 해보자! 수많은 실수를 통해서 영어를 새롭게 깨닫고, 마침내 영어가 편해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 순간에는 영어를 배우는 것은 더 이상 공부가 아니다. 배운 영어를 손으로 쓰고, 머리로 외울 필요도 없이 바로 실제 상황에서 활용해 볼 수 있는 자신감도 생긴다. "틀리면 어때? 다시 새롭게 알면 되지?" 이러한 깡다구 있는 태도로 더 이상 연습이 아닌 실전에서 영어를 즐겨보자.

Be freakin' confident!

물론 영어 공부를 이제 시작했다면 무엇보다 다양하고 많은 양의 콘텐츠를 통해서 영어에 노출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영어를 깔끔하게 배우든 더럽게 배우든 상관없이 그저 영어라는 언어 속에 파묻혀 작은 습관들을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후에 영어가 처음 배울 때 보다 훨씬 더 익숙해질 때 천천히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내가 이 모든 것들을 잘 이해할 수 있을까?

모든 것을 빠르게 잘 이해하는 실력을 가지고 있다면 너무 훌륭하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막무가내로 모든 것을 억지로 꾸겨서 이해하려 하기보다는 과감하게 덜어내자. 덜어내는 그 순간, 영어 공부가 조금은 가볍고 또 조금은 편해질 것이다. 모든 것을 정확하게 이해해야 하려는 압박감과 부담감에서 자유로워지고, 영어라는 그 자체에 흥미가 생기고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가끔 덜어내는 그 순간에 남들보다 뒤처지는 것은 아닌가, 내 실력이 이것밖에 안되나 등의 부정적인 생각들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을 가진다는 것은 이미 남들을 너무 의식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영어를 공부하는 이유를 남이 아닌, 내 안에서 찾아야 한다. 내 안의 목표를 향해 천천히 그리고 오래 영어를 즐기다 보면 어느 순간 영어가 편해지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