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치의 일주일
여행의 시작
IDG의 일정이 모두 끝났다. 마지막 일정으로 은하코치님과 바사박물관, 노벨박물관이 있는 감라스탄, 슬러센(Slussen)의 카페, 그리고 마지막 날 오전 스톡홀름 시청까지 방문한 후, 스톡홀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친구를 만나러 간 말뫼
다음 목적지가 스웨덴 남쪽 끝에 위치한 도시인 말뫼가 된 것은 친구들 덕분이다. 스톡홀름에서 기차로 여섯 시간을 달려 말뫼에 도착했다. 기차에 내려 출구로 나가는 길, 플랫폼 끝 쪽에 반가운 얼굴들이 있다. 야나와 이리스, 그리고 이리스 옆에 서있는 처음 보는 얼굴은 약혼자 요한이다. 지난 3월 한국에서 지내던 야나와 이리스를 처음 만났고, 스웨덴으로 돌아간 이후에는 이메일과 메신저로 연락을 나누며 지냈다. 그러다 스웨덴에서 다시 만나니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기차역에 도착하니 이미 저녁 시간이라 근처의 펍으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 처음 시도하는 음식들을 시켜 먹으면서 서로의 근황을 나눴고, 이리스와 요한의 약혼을 축하했다.
말뫼에서는 야나네 집에서 지내게 되었는데, 소파베드를 펴서 내가 잘 자리를 마련해 주고, 이것저것 챙겨주는 야나의 다정함 덕분에 일박을 하고 덴마트로 넘어가려던 계획은 하루 더 머무는 것으로 바뀌었다. 다음 날 오전에는 각자 일을 좀 하다가 나가서 점심을 먹고, 산책을 했다. 야나는 조금 지쳐있던 상태였는데 내가 방문해서 기운이 났다며 고마워했다. 나는 야나의 따뜻하고 다정한 환대가 참 고마웠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한층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다. 야나가 좋아하는 일본 라멘집에서 저녁을 먹고, 하루를 마무리했다.
코펜하겐에서는 알빈과 해리엇을
다음 날 아침에는 말뫼에 있는 야나네 집에서 덴마크 코펜하겐으로 기차를 타고 출발했다. 약속시간 한 시간 반 전에 나섰는데 국경을 넘어가는 길이 짧아서 신기했다. 실제로 말뫼에 살며 코펜하겐으로 출퇴근을 하는 친구도 보았다. 나는 코펜하겐에서 알빈과 해리엇을 만났다. IDG 서밋에서 만난 젠이 알빈도 코액티브 코치라며 소개해줬고, 마침 서밋이 끝난 후 덴마크 여행을 계획하고 있던 알빈과 일정이 맞아 만나기로 한 것이다. 여기에 서밋에서는 많은 사람들 틈에 아쉽게 만나지는 못했지만 온라인으로 인연이 된 해리엇이 코펜하겐에 살고 있다고 해서 일정을 맞춰 함께 보게 되었다.
해리엇의 집 근처에서 만나 동네를 산책했는데 덴마크 특유의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차 한잔을 들고 대화를 나누며 걸었다. 각자 IDG에 어떻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 직접 경험한 IDG 서밋은 어땠는지 각자의 생각을 나눴다. 또 해리엇은 코펜하겐에 이주해 몇 년째 살고 있는 지역주민으로 코펜하겐의 여러 부분을 설명해 주었다. 해리엇과는 얼굴도 처음 보고, 처음 대화를 하는 거였지만 공통된 주제가 있어서인지 대화는 끊어지지 않았다. 해리엇은 미팅이 있어 먼저 돌아가고, 알빈과 코펜하겐을 탐험하는 관광객의 느낌으로 좀 더 걸었다. 걷는 중간에 덴마크 왕립도서관이 있어 들어가 보기도 하고, 또 늦은 점심도 함께 하며 이야기를 더 나눌 수 있었다.
알래를 만나러 베니스와 파도바로
나의 원래 일정은 스톡홀름에 있다가 파도바에서 알래를 만나는 것. 그리고 귀국하는 것이 다였다. 결국 전체 일정이 늘어나며 중간에 더 많은 곳을 방문하게 되었지만 말이다. 코칭을 함께 연습하는 것이 계기가 되어 이년 넘게 주기적으로 안부를 묻고 서로의 성장을 응원하고 있는 알래. 코로나 시기에 유튜브로 그녀의 결혼식 생중계도 함께한 사이지만 실제로 만나는 것은 처음이다. 알래를 만나러 코펜하겐에서 베니스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서로의 연약한 부분까지 드러내곤 했던 사이라 혹시 만나면 울게 되지는 않을까 생각했는데, 첫 만남의 모습을 영상으로 담으려던 내가 눈앞에 있는 알래를 알아보지 못하고 휴대폰에서 온 신경을 쏟은 탓에 감동적인 장면은 연출되지 않았다. 하지만 알래는 이탈리아 여인답게 포옹과 키스로 진하게 나를 반겨주었다.
나는 알래의 집 근처 호텔에 머무르며 베니스와 파도바를 알래와 함께 여행했다. 내가 간다고 하니 3일간 일정을 빼두었던 알래.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안다. 베니스를 여행하기 전, 알래는 틱톡에서 이탈리아 소매치기에 대한 영상을 여러 번 보여주며 나를 교육시켰다. 그리고 내 소지품까지 자신의 가방에 넣고, 우리는 비 오는 날의 베니스 여행을 시작했다.
말뫼에서 야나가 가지고 가라며 준 우산을 들고, 베니스의 골목을 걸었다. 알래가 다녔던 대학에도 가보고, 수공예품을 파는 상점에도 들어가 보고, 간단하게 점심을 먹으며 베니스의 이곳저곳을 탐험했다. 그러다 알래가 추천하는 어떤 전시를 보게 되었는데 여러 개의 질문에 대답하며 각자의 강점을 찾고, 그것과 관련된 액티비티를 하는 체험형 전시였다. 현지인의 추천이 아니었다면 모르고 지나쳤을 곳인데 어쩜 코치인 우리에게 딱 맞는 장소였던 곳이다. 마지막 활동으로는 각자의 강점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은 포토부스가 있어서 알래와 꽤 재밌어하며 추억을 남겼다.
관광객이 많던 베니스에 비해 훨씬 작은 소도시 느낌이 물씬 나는 파도바에서는 알래가 평소 소개해주고 싶다는 후배인 줄리아와 함께 만났다. 코치인 줄리아 또한 지속가능성과 내면개발에 관심이 많아 함께 IDG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우리 셋이 이탈리아의 한 섬에서 리트릿 프로그램을 기획해 볼까?"
라며 즐거운 상상을 펼쳐보기도 했다. 상상이 아닌 정말 실현시키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그렇게 즐거웠던 만남들을 뒤로하고, 파도바에서 멀지 않은 피렌체로 가는 열차를 탔다.
피렌체에서는 엠마와 함께
피렌체에서는 올해 특히 많은 시간을 함께 했던 동료인 엠마가 휴가를 와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를 여행하는 일정으로 휴가를 왔는데 마침 나와 겹치는 날이 있는 것이다. 숙소에 짐을 놓고, 두오모 앞에서 보자는 약속을 했다. 그렇게 타지에서 서로를 발견하는데 얼마나 기쁘고 반갑던지.
혼자라면 어려웠을 티본스테이크를 같이 먹으러 가고, 아르노강이 내려다보이는 레스토랑에서 와인과 프로슈토로 점심을 함께 먹었다. 파도바 이후의 여행 계획은 세우지 않은 무계획 여행자인 나와 달리, 엠마는 정해진 휴가 기간을 알차게 보내는 계획형 여행자였다. 나는 로마로 떠나는 엠마가 머물던 방으로 숙소를 옮겼고, 엠마가 준 티켓으로 두오모가 바로 보이는 종탑에 올랐다. 또 엠마가 추천한 뷰가 좋은 카페에 가서 커피 한잔을 시켜놓고 햇살을 받으며 두오모를 한참 바라보기도 했다. 그녀가 없었다면 나의 여행은 꽤나 달라졌을 것이다.
아름다운 것들 사이 여유가 없어지는 마음의 공간
아름다운 것이 참 많은 피렌체였지만 이때부터 나는 조금 지쳤는지도 모르겠다. 매일같이 숙소를 옮기는 일상, 가끔씩 비가 내리던 날씨, 날이 추웠던 스톡홀름에서 들고 온 부피가 나가는 겨울 점퍼, 큰 캐리어는 스톡홀름의 친구집에 맡기고 와서 앞뒤로 맨 배낭 두 개에는 그 어떤 작은 짐도 더 넣을 수가 없었다. 피렌체는 아름다운 물건들이 넘치는 곳이었지만 그 작은 기념품 하나 넣을 여유 공간이 없었다. 아마 마음의 여유도 조금씩 줄어들고 있었을 것이다.
다시 스톡홀름으로 돌아가는 일정을 정해야 하는데 성수기인지 관광객은 무척이나 많았고, 항공료는 코펜하겐에서 베니스에 올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고공행진을 하고 있었다. 마음의 흐름에 맡기는 여행을 하겠다고 파도바 이후 여행 계획을 세우지 않은 나는 미리 예약을 하지 않은 덕에 앞으로 나갈 지출이 크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그렇게 며칠 남지 않은 이탈리아 일정의 다음 도시를 정해야 할 때, 나는 피사와 로마 중에서 고민을 했다. 그나마 피사에서 스톡홀름 가는 비행기표를 구할 수 있었고, 피렌체에서 피사는 둘 다 토스카나주로 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친구들이 로마를 가라고, 소도시인 피사와 비교할 수 없이 로마는 아름답다고, 이탈리아를 몇 번 와봤으면서 로마에 안 가본 것은 후회할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거기에 먼저 로마에 간 엠마가 머물고 있는 숙소를 예약해 주면서 나는 로마행을 결정하게 되었다.
이 글은 10월 넷째 주를 회고하며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