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치의 일주일
다음에는 언제 오냐는 물음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한동안은 집에 갈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난방이 잘 되는 따뜻한 실내에서 지내는 것, 편안한 내 방 침대에서 잠을 자는 것, 찰기가 있는 쌀로 지은 밥을 먹는 것. 거리의 심각한 매연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것.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적응해서 잘 지내고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익숙한 것들이 그리웠다. 그래서 일주일 전쯤, 친구들이 떠나는 날이 다가오니 신나 보인다고 말했을 때 나도 수긍을 했다.
하지만 막상 떠나려니 헤어짐은 가볍지 않다. 6개월 만에 다시 간 나를 기억하고 달려와 안겼던 동네 아이들. 나의 네팔 생활에서 큰 기쁨이었던 아이들. 전날에는 이웃 아이들과 축구를 하다 주인집 유리창을 깨는 사고를 쳤는데 아이들에게는 그것마저 신나는 이벤트가 되었다. 그런 추억들을 함께 나누며 정이 든 아이들은 내가 떠나기 전 작별인사를 하고 싶다고 했고, 떠나오는 날 아침에는 짐을 싸느라 바빴는데 아이들이 학교 가는 소리에 내려와서 손들 흔들며 작별인사를 했다.
S 커플은 곧 호주로 유학을 떠나서 친구들과 작별 파티를 열었고, 마침 내가 떠나기 전날이라 초대받아 다녀왔다. 덕분에 그동안 다들 바빠서 얼굴을 보지 못한 친구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내가 다음날 출국인 것을 알리니 모두 다음에 언제 오냐는 질문을 던진다. 나는 잘 모르겠다고 말끝을 흐린다.
며칠 전에는 내가 떠나니 밥을 사겠다고, 이제 언제 올지 모른다고 덧붙였다가, B가 서운하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올해 세 번의 일정은 연초에 모두 계획된 것이었지만 내년에는 이 프로젝트를 떠나게 되면서 정말 언제 다시 돌아올지 모르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무의식 중에 애정을 다 쏟지 않는 것일까. 복잡한 마음이다.
하나의 문을 닫으며
떠나기 전날 함께 일을 한 친구들과 밥을 먹고, 꽃다발을 선물하고 함께 사진을 찍었다. 우리는 그동안 했던 서로의 수고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이제는 내가 이 프로젝트를 떠나기로 결정하며, 거의 삼 년 가까이 이어온 인연과 시간들에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다. 물론 우리의 인연은 다른 형태로 계속 이어질 것을 알지만 지금의 모습은 일단 문을 닫는다. 지난 여정은 크고 작은 성취들도 물론 있지만, 여러 아쉬움도 있다.
지난 한 달을 돌아보니, 한 달은 짧은 시간이 아니었는데 저마다의 일로 바쁜 친구들과 꼭 처리해야 하는 일 외에는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한 것이 아쉽다. 가지고 왔던 목표보다 미치지 못한 것 같은 일의 성과도 아쉽고, 아직 해결되지 못한 일을 두고 가는 것도 마음이 무겁다. 하지만 이제는 내려놓아야 할 때임을 안다. 그저 함께 한 시간들에 감사를, 앞으로의 여정에 응원과 축복을 보낸다.
집으로
공항에 오고 비행기를 타는 것이 더 이상 설레는 일이 되지는 않았지만, 집으로 가는 비행기를 올려다보며 무언가 뭉클한 마음이 들어 사진을 찍게 되었다.
‘드디어 집에 가는구나.’
돌아가는 비행기를 보니 이제 집으로 갈 시간이라는 것이 실감이 난다. 올해는 특히 해외에 나가는 일이 많았고, 꽤 오랜 시간 밖에서 지냈는데 이제는 정말 집으로 돌아가 일상을 살아낼 시간이 온 것이다.
비행기 안에서 보는 운항정보에서 점점 제주가 가까워진다. 인천공항에 내려 집으로 가는 시간도 머지않았다. 몸도 마음도 집으로 가고 있다.
*이 글은 2024년 12월 3주 차를 회고하며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