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학부모를 위한 맞춤 코칭 - 3
본래 이 글의 제목은 초등 학부모가 되기 전에 알아두면 좋을 것들이었다. 앞 서 써 내려간 고등 학부모, 중등 학부모가 되기 전에 알아두면 좋을 것들과 이어진 시리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글을 쓰려고 보니 초등학생이 되기 전 아이들은 사랑을 충분히 받고 신나게 지내면 된다. 그때부터 초등학생이 될 걸 준비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물론 기본적인 한글 훈련은 요즘 초등학교 입학 전에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이 글은 초등학생이 되기 전보다 현재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제목을 바꾸었다. 초등학교 기간은 6년이고 초등학교 1학년 아이와 6학년 아이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난다. 그 시기를 보낼 때 아이들의 중요한 습관이 자리 잡혀 간다. 그래서 어린아이들을 만났을 때, 그 아이들의 교육에 대해서 고민하는 학부모와 상담했을 때 중요하게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토대로 이 주제를 정리해 보려 한다.
대부분의 코칭 상담에서 아이의 자율성과 의견을 존중하고 부모가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주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초등학생 시기는 좀 다르다. 아직 아이들은 무엇이 더 옳고 무엇이 더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선택인지 구분하지 못하고 순간의 감정에 충실하다. 그런 아이들이 모든 것을 스스로 선택하게 하는 것은 일종의 방임이 된다. 그래서 이 시기만큼은 부모의 적절한 개입과 중심잡기가 꼭 필요하다.
모든 학부모들이 부러워하는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 그런 아이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시기가 초등학생 때이다. 노파심에 먼저 강조하자면, 부모가 어떤 공부를 할지 타이트하게 스케줄을 짜서 돌리는 것은 원하는 것과 정반대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앞서 다른 시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강조했지만 어려서부터 많은 수업과 강의에 노출되는 것은 주도적인 학습 능력을 떨어트리고 학업 흥미도 떨어트린다. 종국엔 그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이고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그럼 이때 부모가 중심을 잡고 아이를 이끌어 주어야 하는 부분은 무엇일까?
핵심은 아이의 자기조절능력(자기통제력)을 키워주는 것이다. 아이의 자기조절능력을 키워주는 것에 대해서는 따로 책이 있을 정도로 다양한 방법이 있다. 여기서는 아주 단순한 한 가지만 강조하고 싶다. 적어도 아이가 그날 스스로 하기로 한 일에 대해서는 꼭 끝내도록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과한 스케줄을 주고 지키게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 그날그날 할 일을 정하고 그것만큼은 꼭 완수할 수 있게 체크해 주는 것이다. 다만 어느 시간에 어떻게 할지를 부모가 모두 결정해서 통보하는 것이 아니라 꼭 해야 할 일에 대해서 함께 정하고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아이 스스로 결정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일이 완수가 됐는지 아닌지를 지속적으로 체크해 주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처음부터 그 일을 제대로 해낼 거라고 기대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같이 의논해서 꼭 해야 할 것에 대해 처음엔 한 가지 정도 정하고 언제 점검할지를 알려주는 정도로 시작하고, 아이가 계속해서 그 일을 하지 않는다면 중간에 한 번 정도 할 일이 있음을 인지시켜 주는 것이다. 아이가 하지 못했더라도 개선해야 함을 일러주고 크게 혼내거나 화를 내는 것은 좋지 않다. 아이가 잘 해내든 아니든 점검은 매일 꼭 하고 절대 아이가 잘하지 않는다고 부모가 중도에 포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일을 하기로 했다면 하고 점검하는 과정이 당연하도록 반복하는 것이다.
실제로 코칭을 할 때도 아이들과 함께 계획을 세우지만 잘 지켜지지 않을 때가 많다. 그래도 절대 화내거나 혼내지 않는다. 왜 하지 못했는지 이유를 물어보고 어떻게 보완할지 아이에게 다시 질문하고 그 내용을 적어둔다. 그리고 다음 시간엔 또 같은 것을 확인하고 아이가 할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반복하고 기다려준다. 한 번 했다고 끝나는 것도 아니고 매시간마다 계획과 할 일에 대해서는 점검하고 체크한다. 그리고 점검의 과정이 아이를 압박하고 감시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해야 할 부분을 도와주는 것으로 인식하게 하고, 아이가 그것을 점검받는 것에 대해서 과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주의한다. 결국 그게 습관이 되기까지 코치가 할 일은 끈질기게 기다리며 반복하는 것이다.
보통 중고등학생은 이 과정을 일주일에 한 번씩 코칭을 하면서 반복하지만 대부분의 초등학생은 그렇게 자기조절능력이 좋지 못하다. 그래서 아주 단순하고 쉬운 일이나 숙제부터 부모가 매일 지속적으로 점검해 주는 것이 좋다. 그것만 제대로 해낼 줄 알아도 기본적인 학습관리와 생활관리가 가능해진다.
초등 저학년 아이들을 만나서 과목 수업을 하거나 코칭을 할 때는 가장 중요한 것이 학습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게 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공부를 좋아하게 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그 과목을 공부하는 과정에서 작더라도 성취감을 느끼고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재미를 느끼게 하는 것은 조금만 노력하면 가능한 부분이다.
그래서 초등학습에서는 절대 진도를 앞세우면 안 된다. 아이가 자신감을 가질 만큼 쉬운 부분부터 시작해서 점점 난이도가 올라가면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리고 과할 정도로 스스로 잘한다는 인식을 받게 칭찬을 쏟아부어 주는 것이 좋다. 그래야 조금 어려운 과정을 만나도 스스로 '나는 잘하는 아이니까 이 것도 가능할 거야'라고 믿게 된다.
부모가 아이를 직접 가르치는 것의 가장 큰 문제점은 아이가 모르고 못하는 것에 대해서 감정적으로 동요하는 것이다. 몇 번 반복한 내용을 아이가 잘하지 못할 때 부모는 걱정과 답답함이 섞여 화를 내게 된다. 아이의 생활 습관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훈육할 필요가 있겠지만, 학습능력에 관한 부분에 대해서는 절대로 아이가 잘못했다는 생각을 갖게 해서는 안된다. 자기가 공부를 잘 못해서, 이 과목 이해 능력이 떨어져서, 잘 못 풀어서 부모가 화를 낸다고 생각하는 순간 아이는 자신감이 뚝 떨어지고 그 부분에 대해 흥미가 완전히 사라진다.
많은 아이들을 가르칠 때 부모님께 꼭 이야기하는 것이 있다. 아이가 이 내용을 알았다가 다음엔 잊어버리는 건 당연한 것이고 배웠던 걸 반복적으로 잊고 다시 학습하는 과정에서 잊히지 않는 지식이 된다는 것이다. 새로 배운 지식은 원래 알던 지식에 연결되어 기억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어린아이일수록 새로 배운 내용을 기억하기가 어렵다. 연결할 수 있는 기본 지식이 그만큼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 들은 내용들로 자신의 기본 지식을 쌓아가야 하니 그 과정에서 여러 번 잊고 다시 습득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것을 이해하고 아이가 학습에 있어서만큼은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지 않도록 어려워하는 아이를 다그치는 것만큼은 절대 하지 않기를 당부하고 싶다.
초등학생 때 어떤 과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지 않는 것만으로도 언제든 필요할 때 그 과목을 학습할 수 있는 기본 능력이 있다고 생각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린 시절에 인식된 한계는 평생을 좌우할 수도 있다. 그러니 초등학교 때 너무 어려운 단계까지 진도를 욕심내지 않고 지금 배우고 있는 내용에 대해서 쉽게 생각하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선행보다 복습에 중심을 두자.
초등학생은 아직 부모의 수준에서 봤을 때 적절한 대화 상대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학습 환경에서 아이와 가장 많은 대화를 할 수 있는 시기가 초등학교를 다닐 때 일 것이다. 이때 부모와 대화하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은 아이는 갈수록 중요한 일에 대해서도 부모와 대화하지 않게 된다. 그러니 이 시기에 아이와 충분한 대화 시간을 갖자. 대화만으로도 아이의 사고력과 창의력이 자라날 수 있다.
요즘은 대부분의 아이들이 형제자매가 한 명 있거나 외동이다. 부모가 아니면 집에서 대화할 수 있는 상대가 없다. 친구들도 대부분 학원에서 만나기 때문에 따로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없다. 수다를 떠는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자신이 바라본 주변 환경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이다. 그것이 자기 내면을 바라보고 사회에 대한 자신만의 사고방식을 만들어주는 중요한 과정인 것이다.
아이에게 다양한 주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고 부모의 의견을 경청하고 자신의 생각과 비교하고 정리하도록 한다면 대화 시간이 그 어떤 학습 시간보다 아이의 능력을 키워주는 시간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날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어떤 내용을 배웠는지 질문하고 아이가 작은 내용만 기억하고 설명해도 새로운 내용을 듣는 것처럼 크게 호응해주고 아이를 칭찬해 주자. 아이는 자연스럽게 그날의 학교 수업을 복습하고 학습에 대한 흥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사실 학생들을 수업하는 코치들이 가장 피하고 싶어 하는 수업이 초등학생 수업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고 감정 조절도 안 되는 아이들을 데리고 수업하는 것이 어려운 미적분을 푸는 것보다 훨씬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등 학부모가 아이 생활습관을 관리하고 학습을 점검해주고 대화하는 것은 그 어떤 학부모의 미션보다 어려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이 시기가 아니면 바로잡기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다. 이 중요한 시기의 아이를 위해서 끊임없이 학습하고 노력하는 학부모들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