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때까지는 아이의 모든 행동이 용납이 되고, 학습에서 어려워하는 부분이 있어도 너무 뒤처지지 않게만 보완해 주겠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중등 학부모가 되는 순간 그 걱정의 무게가 점점 더 커지게 된다. 아이도 성적과 상관없이 자존감이 높았는데 슬슬 자신감을 잃고 학습을 포기하는 모습을 보이는 시기가 중학교 때이다.
아이들이 초등학생이었다가 중학생이 되는 건 졸업이 빠른 학교라면 2개월, 졸업이 늦은 학교라면 채 한 달이 되지 않건만 그 아이들을 대하는 주변 사람의 태도도 바뀌고 요구하는 것들도 달라진다.
아이가 중학교 입학을 앞둔 학부모라면 막연한 걱정을 하게 될 것이다. 이제부터 아이 학습에 좀 더 신경을 쓰고 전과목에 대해서 보충이 필요하진 않을까 고민하게 되고, 입시며 교육제도에 대해서 잘 몰랐던 학부모도 이제라도 정보를 찾아보고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고민할 것이다. 그러니 학부모도 마음이 바쁘고 우리 아이를 이제 다른 기준으로 판단하기 시작한다. 아이들은 빠르면 초등 고학년 때부터 늦으면 중학생 때 사춘기에 접어들기 시작한다. 그러다 보니 아이 스스로 감정 기복이 심해지고 한마디 말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고 부모의 말을 점점 더 걸러 듣는다. 부모의 불안감이 커지니 아이의 학습에 관한 잔소리도 늘고, 아이에게 스스로를 책임질만한 자세와 학습태도를 요구하게 된다. 그렇게 아이와 갈등이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학부모들의 불안감의 이유는 중학교에 간다면 무엇이 중요한지, 아이가 적응하기 위한 준비가 잘 되었는지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중학교에 가기 전에 알고 미리 준비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 정리해보려 한다.
학원 알아보지 말고 공부 습관을 점검하자
중학생이 되고 아이가 뒤처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학부모들이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는 것은 중학교 대비에 걸맞은 학원을 찾아보는 것이다. 하지만 학원에 의존하는 출발점이 아이의 성장을 가장 크게 방해하는 요소가 된다는 것을 이 시기의 학부모가 꼭 알았으면 좋겠다.
중고등학생들과 학습코칭을 진행할 때 가장 답답한 것이 아이들이 혼자 공부할 줄을 모른다는 것이다. 이 혼자 공부한다는 것이 모든 과목을 혼자서 해낸다는 의미는 아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교재만 가지고 공부할 줄을 모른다는 것이다. 사실 대부분의 교과서나 문제집은 설명이 친절한 편이다. 그래서 가만히 집중해서 그 말 뜻만 풀어서 읽어봐도 상당수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이 공부하는 것을 점검해 보면, 교재에 쓰여 있는 말을 그대로 질문해도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하고 그 내용을 읽었음에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도대체 글을 읽을 줄 아는 아이들이 왜 그러는 걸까?
그 이유는 아이들이 강의식 학습에 적응되어 있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부터 학습을 할 때 누군가가 설명해 주는 것으로 개념을 익히는 것이 당연해진 것이다. 스스로 읽고 생각하고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첫 개념은 무조건 누군가가 설명해 주는 것을 통해 익히는 것이라고 학습되어버린 것이다. 그것이 어려서부터 학원에서 수업을 들었던 아이들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실제로 플랜을 짜고 교재를 통해 스스로 학습하는 훈련이 잘 되는 아이들은 초등학교 때 학원을 다니지 않은 경우가 많다. 가장 시간을 많이 들인 사교육이 학습지 정도였다. 그리고 학교 수업을 통해 배우고 관련된 문제집 정도를 혼자서 풀어봤던 아이들, 그 아이들은 중학교 고등학교에 가서도 특별히 어려움을 느끼는 한 두 과목을 제외하고는 모두 스스로 공부할 수 있다.
그렇게 교재를 통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아이들은 모든 과목을 학원에 다녀야 하는 아이들보다 실제로 내신 시험 대비 시간이 몇 배는 단축된다. 그래서 같은 시간을 가지고도 더 많은 과목을 더 여러 번 반복하고 충분히 대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아이들이 학습을 할 때 학교에서 수업을 듣는 것 이외에 자꾸 인터넷 강의나 학원을 통해 누군가가 풀어서 설명해 주는 것을 듣고 이해하는 것이 익숙해지게 해서는 안된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학교 수업을 중심으로 하는 예습, 복습 훈련이다.
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착각하는 것이 예습이라고 하면 먼저 그 내용을 학습하거나 해당 내용의 문제집을 풀어서 대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바른 예습은 수업 전에 1~2분이면 충분하다. 예습은 먼저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을 준비하는 것이다. 학습을 본격적으로 하기 전에 잘 학습하기 위해 준비하는 단계인 것이다.
바른 예습은 수업할 교재를 미리 한번 훑어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 단원의 학습 목표 정도를 확인하고 큼직하게 쓰인 키워드들을 훑어본 후 수업 내용을 예측해 보는 것이다. 그렇게 예측을 하면서 수업에 대한 기대감도 갖게 되고 수업 전에 미리 머릿속에서 그와 관련된 생각을 떠올리고 질문을 떠올리는 것으로 수업 집중도를 높일 수 있게 준비하는 것이다. 그런 예습을 하면 수업 시간 내내 먼저 떠올린 질문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경청하고 교재를 추가로 읽어보면서 답을 찾고자 하기 때문에 수업시간을 최대로 활용할 수 있다. 먼저 선행을 밟는 예습은 수업 시간을 낭비하는 시간으로 만들고 공부 흥미를 떨어트린다.
그리고 수업한 후 그 수업 내용에 대해서 다시 떠올려 보고 잘 이해했는지 스스로 판단하고 문제집 등을 통해 확인하는 과정이 복습이다. 그래서 중학교에 가기 전 미리부터 학교 수업 내용에 대해 예습하고, 수업 시간에 집중해서 들으면서 필기하고, 수업 후에 그 내용을 다시 읽어보고 주중에 한 번 정도 해당 과목의 문제집을 풀면서 자신이 잘 이해했는지 점검하는 정도로 공부습관을 들이자. 그렇게 훈련하면 중학교에 가서도 꼭 필요한 한 두 과목 외에는 혼자서 공부하고 시험대비를 충분히 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 공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고 자아효능감이 높아지는 것이다.
그러니 중학교를 대비하기 위해서 학원을 알아보지 말고 공부습관을 점검하고 바른 공부습관을 연습할 수 있게 도와주고 충분히 의미부여를 해주자. 더 쉽고 빠르고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데, 돈과 시간을 들여서 학습 능력을 떨어트리는 방식을 택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아이들도 일주일에 5~6시간을 학원에 가는 것보다 일주일에 1시간만 스스로 공부하는 것을 더 선호할 것이다. 그렇게 좀 더 편하고 효율적으로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가 될 수 있다.
자유학기제는 독 묻은 사과
예비 중등 학부모들이 가장 궁금한 것이 자유학기제 혹은 자유학년제일 것이다. 요즘은 대부분 학교에서 1학년 1년 동안 시행하니 자유학년제로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이 제도의 취지는 막 중학교에 입학한 아이들이 천천히 중학교 학업에 적응하는 동안 진로활동 등 미래를 위해 체험하고 생각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 의미는 좋아 보이나 실제적으로 현장에서 코칭을 진행하며 너무 문제가 많은 제도라는 생각이 든다.
취지와는 다르게 실제 아이들에게 자유학년제는 형식적인 진로검사와 체험활동을 하고, 많은 과제가 주어지지만 시험은 없어서 공부는 안 해도 되는 시간이다. 이 시간이 하필 중학교 1학년이라는 중요한 시기를 어영부영 흘려보내게 한다. 실제로 자유학년제 시행 이후로 중2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떨어지고 있고, 학업 능력 미달인 학생들이 더 많아지고 있다.
학부모들에게 자유학기제는 본격적인 중학교 학업을 위한 유예기간처럼 여겨지는 것 같다. 하지만 이때 아이들의 학습 습관이 무너지고 중학교 주요 과목들의 기초 학업 수준이 떨어지게 된다. 그 상태로 중학교 2학년에 가면 갑작스러운 시험과 학습 난이도에 당황하고 그 결과 때문에 학업 자신감을 잃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자유학기제는 학생과 학부모가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학업 격차를 너무 크게 벌려놓는다. 그래서 겉으로는 예쁘게 포장된 사과 같지만 이 시기에 잘못하면 독을 먹고 아이들의 학습 의지가 죽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코칭을 진행할 때 중1 시기에는 학교에서 시험을 보지 않아도 학교 수업에 대한 예습 복습 훈련을 하고 간이 테스트지를 통해서라도 중간고사 기말고사 개념을 이해하고 연습할 수 있게 하는 편이다. 적어도 중2 때 맞이하는 시험이 당황스럽지 않게 미리 연습해 보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자유학기제를 미리 예측하고 대비한다면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아직 바른 공부습관을 위한 예습 복습 훈련이 되어있지 않다면 시험 부담감 없이 훈련할 수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시험이 없더라도 중고등학교 1년 생활 패턴을 익히고 연습할 수도 있다. 그러니 자유학기제라는 독 묻은 사과에서 독을 잘 닦아내고 사과만 먹을 수 있게 미리 알아두고 대비할 계획을 세우도록 하자.
문해력은 모든 능력의 기본!
문해력에 대한 이야기는 근래에 자주 회자되고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어서 학부모들도 많이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학습의 기본적인 능력은 읽고 이해하는 것이므로 문해력이 학습의 핵심 요소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글을 읽고 그 의미를 아는 것은 모든 학습의 가장 기초단계이다. 위에서 아이들이 강의식 공부에 익숙해서 교재를 직접 보고 이해하는 능력이 떨어진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똑같이 학원을 많이 다녀도 책을 많이 읽고 자신의 생각을 글로 쓰는 훈련을 했던 아이들은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이 좋은 편이다. 여기서 문해력의 차이가 드러나는 것이다.
강의식 공부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교재를 보고 공부할 의지와 의욕이 없어 교재만으로 공부할 때 집중이 되지 않는다. 반면 문해력이 부족한 아이들은 의지를 가지고 교재를 보고 읽어도 무슨 뜻인지 이해를 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문해력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기본적으로는 많은 어휘를 접해야 하니 독서를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그냥 책을 읽으라고 하면 잘 읽지 않는다. 중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는 학업에 밀려 더욱더 책을 읽을 시간이 줄어든다. 학부모도 시험공부와 책 읽기 중에는 시험공부를 시킬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책을 가장 많이 읽는 시기가 초등학생 때인 것 같다. 그때 책과 가까워지도록 서점 나들이를 추천한다. 각 분야별로 나뉘어 있는 책들을 구경하고 마음껏 만져보고 몇 줄이라도 훑어보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재미있을 것 같은 책을 분야와 종류를 막론하고 읽게 해주는 것이 좋다. 소설책, 특히 추리소설이나 판타지 소설에 빠져 있으면 독서를 막는 경우가 있는데 그 책들에 쓰인 다양한 어휘와 문체도 아이들에게 도움이 된다. 그러니 어떤 분야든 재미를 붙이고 책을 읽게 해주는 것이 좋다.
그리고 읽었다면 쓰고 표현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짧은 독서라도 그에 관한 독후활동으로 의견을 내게 한다거나 몇 줄이라도 자기 생각을 적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글을 읽고 이해하고 생각하고 정리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문해력이 좋은 아이들은 중고등학교 시험뿐만 아니라 수능 시험에서도 크게 유리하다. 수능시험은 대학에서 수학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이기 때문에 과목을 막론하고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좋을수록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그러니 중학생이 되기 전에 가장 많이 훈련해야 하는 부분이라면 바로 이 문해력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글을 쓰고 보니 학원은 못 보내게 하면서 공부 습관이며 예습 복습이며 책 읽기까지 훨씬 더 어려운 과제를 학부모들에게 낸 느낌이다. 여기 적혀 있는 내용들을 그대로 다 할 수 있는 학부모가 얼마나 되겠는가? 그래서 알아두면 좋은 정보로 읽어보고 이 중에 한 가지라도 기억이 났을 때 해보면 좋을 것 같다고 슬그머니 발을 빼고 싶다. 막연하게 불안감을 키우고 이것저것 시도하는 학부모들에게 이 글이 좋은 참고 사항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