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 홀리데이의 스토아 수업을 읽고
지난주 월요일부터 읽기 시작했던 라이언 홀리데이의 스토아 수업을 오늘 완독했어요.
이 책은 스토아철학의 창시자로 알려진 제논에서부터 로마제국의 전성기를 연 오현제의 마지막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까지 고대의 스토아 철학자의 삶을 소개합니다. 스토아 철학자들의 계보와 그들이 걸어온 길, 삶의 위기의 순간에서 그들이 내린 선택 그리고 우리 모두가 직면해야 하는 최후 즉, 죽음을 보며 참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 저 판단과 결정이 과연 옳았을까?
- 이 이야기를 통해 내가 뭘 배울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며 책을 읽었는데요, 이러한 질문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바로 [이것을 어떻게 내 삶에 적용할 수 있을까]하는 문제였습니다.
철학은 '실천'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수많은 철학자의 이름을 아는 것, 그들이 주장을 암기하는 것이 철학이 아니라 그들의 신념과 태도를 어떻게 내 삶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 철학이라는 말은 수많은 스토아 철학자들뿐만 아니라 제가 감명 깊게 읽었던 [탁월한 사유의 시선]의 저자인 최진석 교수님이이 강조하는 것입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많은 철학자들 중에서 특히 에픽테토스와 마르쿠스의 이야기가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에픽테토스는 노예 출신이었습니다. 당시 법에 따라 30세까지 노예의 신분을 벗어날 수 없었고 고약한 주인을 만나 평생 다리를 저는 장애를 가지게 됩니다. 에픽테토스는 30살이 되어 해방이 된 후 무소니우스의 제자가 되었고 이후 스토아 철학에 많은 영향을 주고받게 됩니다.
그는 누구보다 '자유'에 대해 고민하고 갈망했을 것입니다. 그는 '자유 의지'를 가진 사람은 그 누구에게도 예속되어 있지 않다고 말하며 비록 육체적으로는 노예로 결박되어 있지만 자신의 자유 의지가 있는 한 자신을 그 누구도 소유하거나 마음대로 할 수 없다고 믿었습니다.
에픽테토스는 스토아 철학을 공부하며, 인간이 해결해야 하는 인생의 최고 과제가 통제할 수 있는 일과 선택하고 통제할 수 있는 일을 식별하고 분류하는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우리가 우리 손에 달린 것과 달려 있지 않은 것을 구분하게 되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자는 결론에 다다를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을 읽으며 저는 에픽테토스의 관점이 불교의 진리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느꼈고 역시 진리는 모두 하나고 연결되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세상을 직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일어난 일 자체는 우리가 선택할 수 없지만 그에 대한 태도와 감정, 생각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습니다. 에픽테토스는 우리를 화나게 하는 것은 사건 그 자체가 아닌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판단과 감정이라고 말합니다. '사물을 바라보는 눈'이야말로 우리가 경험하는 현실을 결정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는 인내심과 평정심을 중요한 가치로 여겼고 이를 평생 자신의 삶에서 실행하려 애썼습니다. 그는 어떤 사람이 되겠다고 말만 하지 말고, 그런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철학을 설명하려 들지 말고 나의 일부가 되게 하라."는 그의 말은 단순히 '덕'을 이해하는 것이 아닌 실천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철인 황제로 불린 최초의 황제이며 스토아 철학적 성찰이 담긴 일기 [명상록]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그가 황제가 될 운명이 되었을 때 기뻐하지 않고 오히려 굉장히 침울해 했다고 합니다. 철학자나 작가라는 꿈꾸던 직업이 있었기 때문도 그렇지만, 그전의 황제들이 권력을 가지고 난 후 어떻게 망가지는지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그러한 황제들이 되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합니다.
그의 인생관과 리더십 철학은 단순했습니다.
"옳은 일을 하라. 나머지는 중요하지 않다. 어떤 사람이 선한 사람인지 이야기하는 데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스스로 선한 사람이 되어라."라는 것인데요 이는 그가 평생 지녔던 태도이기도 합니다.
마르쿠스는 스토아 철학을 단순히 인내와 절제의 철학이 아닌 자신을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 고난을 적극적으로 극복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지름길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스토아 철학을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까요? 마르쿠스는 자신이 현재 맡은 역할을 충실하게 하는 게 철학을 가장 잘 실천하는 방법이라고 말합니다. 우리의 역할과 소임을 다하는 것은 우리가 일상에서 덕과 철학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에픽테토스와 마르쿠스의 공통점은 스토아 철학을 평생 실천하려 애썼다는 점입니다.
스토아 수업 마지막 챕터에서 저자는 말합니다.
에픽테토스는 말했다.
"살아가면서 그 어떤 실수도 안 할 수 있는가? 그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실수를 피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누구나 될 수 있다."
이게 바로 스토아 철학의 핵심 메시지다.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려는 끈기,
마음을 다스리는 평정심,
실수를 줄이려고 하는 마음가짐,
완벽하진 않더라도 계속 발전하고 더 나은 사람,
더 좋은 사람이 되려는 강한 의지,
이런 말들로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스토아 철학자의 삶을 설명할 수 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저의 삶에서 덕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되며 늘 옳은 결정을 하지는 못하더라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됩니다.
스토아 철학을 더 잘 이해하고 싶은 분, 고통으로 가득한 삶에서 고통이 없기를 기도하는 것이 아닌 그 고통을 이겨 낼 힘을 얻길, 그걸 통해 성장하길 갈망하는 삶을 살고 싶은 분들께 라이언 홀리데이의 [스토아 수업]을 추천합니다.
[더 읽어보면 좋을 글]
인간의 '행동' 뒤에 숨은 심리학 | 『사회심리학』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