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의도적으로 '관점'을 바꾸는 것이 중요한 이유

중요한 것은 '상황'이 아닌 '관점'이다 

"아, 그러니까 상황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군요" 


4번째 상담이 진행되던 날, 요즘 내 기분이 어떤지에 대해 한참을 듣던 의사가 나에게 말했다. 비난하는 듯한 말투는 아니었다. 그는 그저 궁금하다는 듯 묻는 것 같았다. 


의사의 저 말이 불쾌하게 느껴지지 않았는데 이상하게도 종일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꼬리를 물던 생각 끝에 이런 의문이 생겼다. 

'내가 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건가? 지금 내 상황이 바뀌지 않아도 행복과 만족을 느낄 수 있다는 뜻인가?' 



우울증이 나를 가장 심하게 괴롭혔을 때 나는 완전히 부정적이고 시니컬한 프레임으로 세상을 보고 있었다. 우울증은 사고와 생각을 왜곡시킨다.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게 하고 출구나 해결책을 생각하지 못하게 만든다. 세상은 잿빛이고 돌파구는 안 보인다. 그리고 그러한 상황이 영원히 지속될 것 같다는 인지적 왜곡을 가져온다. 사실 영원히 지속되는 고통도 기쁨도 없는데 말이다. 철저히 혼자의 싸움을 한다고 느낀다. 주변에 나를 걱정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존재 자체가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 



나는 답답한 마음이 들었고 머릿속을 맴도는 저 의문을 빨리 해소하고 싶었다. 

책을 꺼내 들었다. 마음과 관련된 책을 잡히는 대로 읽어댔다. 브레네 브라운의 마음 가면, 마이클 A. 싱어의 상처받지 않는 영혼, 김주환의 내면소통 등. 다양한 책들을 읽어 내려가니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이 있었다. 어떤 신념과 태도로 세상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나의 기분과 생각과 태도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것이 바로 '프레임' 혹은 '패러다임'이라는 장치다. 



자기 계발 책에서도 하나같이 저 '프레임'에 대해 강조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나의 삶을 망가뜨리는 이 삶을 부정적으로 보는 관점을 바꾸기 위해서는 나의 프레임 자체를 교체하는 대공사에 들어가야 된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자,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지? 


방법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간단했다. 

'나는 행복하다.'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다.'

'내가 가진 모든 것에 감사한다.' 

'정말 기대되는 하루가 시작되었다.' 같은 말들을 의도적으로 내뱉는 것이었다. 


최대한 많이 하면 좋다고 했다. 이지카운터라는 어플을 깔고 하루에 딱 100번, '나는 행복하다'를 말하자라는 목표를 설정했다. 힘든 것보다 어색해서 미칠 것 같았다. 한 60번 정도 하면 소위 말하는 현타가 온다. 

'이게 지금 뭐 하는 짓이지.' 


그렇게 한 주, 또 한 주가 지났다. 처음보다는 조금 덜 어색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 4주 정도가 되었을 때 신기한 경험을 했다. 아이를 데리러 학교로 향하는데 길가에 벚꽃이 만발해 있었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꽃을 구경했다. 

'와, 진짜 예쁘다. 완전 봄날씨네. 햇살이 있으니까 벚꽃이 더 예뻐 보인다.'

잠깐,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여기 이사를 온 지 2년이 넘었는데 작년에 나는 이 벚꽃을 본 적이 없다. 없던 벚꽃나무 수십 그루가 갑자기 내 집 앞에 심어진 것은 아니었을 거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사실은 보고도 나의 뇌가 이 벚꽃을 아름답고 나를 잠시나마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라고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순간 소름이 돋았다. 



부정적인 프레임으로 세상을 볼 때는 나에게 감동을 주는, 일상의 아름다움을 보지 못했다. 나는 온통 짜증과 불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냥 별 것 아니라는 듯, 아니면 심지어 웃고 지나갈 수도 있는 모든 일이 나의 마음에 걸렸고 이내 화르르 불씨를 일으키며 내속을 까맣게 태웠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그러한 프레임으로 세상을 바라보지 않게 되었다. 마음이 훨씬 가볍고 편안해졌다. 


물론 저 말을 한 것 만으로 나의 프레임이 드라마틱하게 바뀐 것은 아닐 것이다. 약물치료와 꾸준한 운동을 병행했고 책을 읽고 글을 썼다. 하지만 긍정적인 말을 반복해서 자신에게 들려준 것이 나의 프레임을 바꾸고 우울을 극복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다. 우울과 부정적인 마음으로 힘들다면 내가 한 방법을 못 이기는 척 한 번 시도해 보길 추천한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부정적이고 왜곡된 프레임을 없애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외에도 우울증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되는 방법이 많다. 하지만 시도해 보지 않는다면 어떤 것이 효과가 있을지 알 수 없다. 따라서 나에게 잘 맞는 것을 찾아보려는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힘이 들 것이다. 당장 일어날 힘도, 마신 컵 하나 치울 힘도 없는데 뭔가를 하라고 하는 말들이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그럴 때 자신에게 이렇게 말해보자. 

'나 자신을 돌보자. 우울의 바다에 빠져 죽게 두지 말고 한 번 방법을 찾아보자. 내가 손을 내밀어 나를 건져 올려야 한다. 나를 구원할 수 있는 것은 자신뿐이니까.' 

약간의 의지와 힘이 생긴 것을 느낀다면,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단위의 시도를 시작해 보길 바란다. 


다양한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우울 개선에 도움이 되는 방법을 적용한다고 바로 좋아지지 않을 수는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내가 나의 관점을 선택할 있다는 것과 나에게 맞는 그 방법을 반복해서 실행해 본다면 이전보다 훨씬 호전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관점'의 전환이 우선이다. 행동은 우리가 관점을 변화시켰을 때 비로소 착수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도움이 되는 관점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실제로 이러한 관점으로 세상을 볼 수 있도록 스스로에게 꾸준히 말해줘야 한다. 글로 쓰는 것도, 말로 하는 것도, 다 좋다. 우리 뇌의 망상활성계는 키워드를 입력하는 즉시 거기에 맞는 답을 찾아내려 애쓴다. 이제부터 의도적으로 '행복' '감사' '운' '축복'의 키워드를 입력해 보라. 조금씩 긍정적인 관점으로 세상을 보게 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두려움에 압도당하지 않는 방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