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내 기억에서 가장 획기적이었던 라면이 하나 출시됐다. 물론 시기상 꼬꼬면은 아니다. 이름하여, 머그면. 농심에서 생산됐다. 한끼라면이라고 하기엔 적은 양이었지만,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내겐 든든한 간식이자 한끼 식사였다.
일반라면도 아니고 컵라면도 아닌 것이 전혀 새로운 개념의 라면이었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머그컵' 에 뜨거운 물을 부어 라면을 먹는 개념이었는데, 머그컵과 함께 상품화를 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간식으로 적당한 양과 위생적이기까지해서 특히 학생들에게 꾸준히 판매되었던 것 같다. 이름도 잘 지었다. '머그컵'의 머그와 '먹으면' 의 유사발음을 활용한 이름이었다.
나는 머그면을 참 좋아했다. 부모님이 안계실때면, 늘 간편한 머그면을 자주 끓여먹었는데 초등학생이 만들어 먹기에도 참 간편했던 기억이 있다.
상품캐릭터도 너구리 모양의 말린 어묵이 들어 있어 아이들이 좋아했다. 마침 농심에서 '너구리' 라면도 판매하고 있던 시점이라 아마 농심을 먹여살렸던 쌍두마차가 아니었을까 싶다. 당시 또 다른 회사의 라면으로는 오른손으로 비비고, 왼손으로 비비던 비빔면이 있었으나 어린 나이에 그것이 왜 그리 맵던지... 그 이유로 나는 자연스럽게 머그면에 손이 더 많이 갔던 것 같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머그면이 사라졌다. 아마다 반짝 히트 상품이지 않았을까. 상품이 처음 출시될 땐 주목을 받았으나 결국은 나만 좋아했었던 거다. 게다가 일본 카피제품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소비자 인식도 나빠진 것도 한 역할을 했을 것이다.
엄마가 직장에서 늦게 오던 날, 내 출출한 허기를 달래주던 머그면, 이제는 볼 수 없는 머그면, 고사리 같은 손으로 혼자 쓸쓸히 끓여먹던 내 어린 시절의 라면.
당신에게 '머그면'은 어떤 기억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