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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청로 로데 Dec 08. 2020

P15 -아름답지만 힘겨운

줄리 샐러먼의 <수녀와 가문비나무 이야기>

<수녀와 가문비나무 이야기>는 앤터니 수녀의 이야기. '수녀'라는 익숙한 단어와 귀족처럼 정장을 차려입은 듯한 '가문비나무'의 조합이 12월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더 편안했다.


수녀와 가문비나무 이야기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번쯤 들었음직한 이야기에 ‘가장 소중한 것을 내어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내포하고 독자에게 다가오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독자의 질문에 가깝다.)

오히려 앤터니 수녀가 던지는 질문은 “오늘은 무엇이 저기서 날 기다리고 있을까?”였다. 그녀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오늘을 향해 마음을 열고 기다리는 인물이다. 무작정 ‘무슨 일이 일어나겠지’라는 불확실성에 자신을 내맡기기보다 ‘기대감’을 갖고서 자신에게 올 시간, 자신의 운명을 맞이하는 사람이다. 그녀에게 다가온 운명은 평범함을 자꾸만 벗어나는 길로 그녀를 안내한다.

(아무나 ‘수녀’가 되지 않듯 아무나 ‘그녀처럼’ 수녀가 되지 않는다. 이야기는 확률의 문제가 아니라 한 여자 아이의 일생에 관한 이야기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안나(앤터니 수녀의 어린 시절 본명)는 어린이집에서 1년 여 동안 생활하다가 여섯 살에 <전나무숲 시내>라는 수녀원으로 들어가게 된다. 안나는 그녀를 보호해줄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사라진 운명을 맞이하는 모습을 통해, ‘인생은 자신이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들려주는 것 같다.

 자신의 이야기에 등장하게 된 가문비나무는 그녀의 마음을 설명하고 보여줄 수 있는 존재이다. 가문비나무는 안나의 말동무이자 믿고 기대어 쉴 수 있는 곳이며 오늘 무엇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지에 대한 대답이자 기대이다.   


사진출처. 다음백과

  

굳이 ‘노르웨이 가문비나무’를 선택하는 이유에 대해서,

:긴 설명이 필요한가? ‘노르웨이 가문비나무는 콜로라도의 것과 다르다.’ 이 짧은 설명으로 독자로서 나는 다른 지역의 나무에 한눈팔지 않고 ‘노르웨이 가문비나무’에 시선을 집중하게 된다.    

 

“완벽이란 무엇인가?”

:록펠러 센터의 수석 정원사 제시 킹이 던지는 “완벽이란 무엇인가”의 질문에서 핵심 메시지는, 객관적으로 완벽함을 갖추어도 최종적인 평가를 그 스스로가 내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위로 곧게 올라간 기둥과 촘촘한 가지들, 외형적으로 풍기는 우아함과 힘차게 하늘로 올라간 강인함, 꺾이지 않는 유연함을 갖춘 가문비나무를 ‘완벽’하다고 평가하지만, 가문비나무의 완벽함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건 정원사 제시 킹이다. 여기서 제시 킹의 시선은 가문비나무의 쓰임새에 더 큰 가치를 매기는 반면, 앤터니 수녀는 수녀원 뒷산에서 처음 본 가문비나무의 존재(있음)에 가치를 매긴다는 차이를 보여준다.    


‘가장 소중한 것이 된다.’라는 명제를 증명할 수 있는 건 어떤 것이 있을까요?

- ‘만남’ 수녀원으로 들어간 안나(앤터니 수녀)는 ‘전나무숲 시내’ 뒷산으로 올라갔을 때 빈터에 아름드리나무들이 둘러싸인 곳에서 6살 안 나와 비슷한 키의 작은 나무를 만난다. ‘나눔’ 바람결에 찰랑찰랑 움직이는 나무의 흔들림을 친해진 증거라고 생각하고 소녀는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한다. ‘시간’ 안나가 수녀원으로 들어가서 가문비나무를 만난 이후, 그녀는 가문비나무와 긴 시간 함께 보냈다. 나무는 뽑히거나 꺾이지 않는 한 선 자리에서 생을 마감할 수 있다. 변함없는 우정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대상인 가문비나무를 ‘발견’하면서 주인공은 자기의 시간(인생)에 가문비나무가 머무르는 것을 허용한다.     


“도시는 우리의 보석이란다. - 아름답지만 힘겨운”


안나의 아버지는 뉴욕 록펠러 센터에 크리스마스트리(가문비나무) 꼭대기에 걸린 별을 보면서 얘기했었다.

그리고...

앤터니 수녀가 가꿔온 가문비나무 꼭대기에 별을 본 순간,

그녀는 아버지가 들려주셨던 말뜻을 이해하게 된다.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존재가 되는 건 힘겨운 일이기도 하다는 것. 크리스마스에 사람들은 아름다운 것을 찾고 있었죠. 자신을 내어놓는 존재 안에 ‘아름답지만 힘겨운’ 것이 살아있음을 발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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