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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청로 로데 May 22. 2021

1.4 학교에서 찾은 추억의 일부

고래마을 옆 학교 이야기 1

  

고래마을에 고래를 형상화한 조형물


‘거대한 고래의 몸집을 대들보처럼 받쳐주던 그 뼈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우리 학교 정문 좌우편에 설치된 고래 뼈가 자랑스럽기도 했지만, 왜 내가 다녔학교 정문에는 고래 뼈로 된 설치물이 있었는지 이상했다. 어느 날은 뼈를 보면서 '고래가 죽었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저렇게 길고 큰 뼈를 갖고 있던 고래였다면 고래잡이 선원들도 무섭긴 했을 거야.'




AM 7:30 집을 나선다.

대일 마을 삼거리 건널목 오른편 꼭짓점인 우리 집 시계방에서 좌우를 살피며 건너는 것으로 등교 시작.    





부모의 제1 사명:

“자식들 아침은 꼭 먹여야 한다.”


‘매일 아침 우리 엄마는 어떤 밥상을 차리셨던가?’

(이제야 그 시절 우리 집 아침 밥상 위에 올랐던 찬들이 궁금하다.)    


뭐든 잘 먹는 첫째 동생은 흰 무덤처럼 숟가락에 밥 올리고 어린 젓가락으로 반찬 집어가며 먹었을 것이고, 유치원생 막내 동생은 엄마가 숟가락에 곱게 얹어주는 음식을 먹었겠지.     


옆집에서도 애들 밥 먹이는 일.

도로 건넛집에서도 애들 밥 먹이는 일.

시장 초입 가게들마다 자식들 있는 집마다 밥 먹으라고 야단법석인 엄마들 목소리가 동네에 울리면 새 아침이 밝았다는 증거였다.


    

자식들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음식 빼고 모든 걸 챙겨야 했던 부모님은 자식들이 빠져나가고 적막해진 집에서 조금은 편히 쉬셨겠지?’ 

(‘혼자만의 공간과 시간을 부모에게 허락해야 아이도 행복하겠다.’ 생각할 나이가 되니 그때 내 부모님께도 그것이 허락되었는지 궁금하다.)        







아이의 잡념 1. 2......


나는 총총걸음으로 앞을 향해 걸어가는데, 머릿 속으로는 몸만 빠져나와 덩그러니 방구석에 뭉쳐진 이불속 생각에 샛길로 세고 싶다.

(오늘도 무사히. 엄마의 불호령을 듣고 싶지 않으면 오늘도 눈 딱 감고 전진. 학교 앞으로!)     


...... 학교 수업을 아침 일찍 시작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어느 날 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아침에는 머리 회전이 잘 되는 시간이라서 그렇지~.” ‘아~ 그렇구나. 아버지 감사합니다. 궁금한 거 하나 해결됐다.’)    




가파른 언덕은 우리 집 가게에서 바라보면 큰 산처럼 마을을 덮칠 듯이 서 있었다.

그 언덕길을 피타고라스 정리를 공부하지 않은 아이들이 길을 만든다.




“학교까지 제일 빨리 가는 길은 이거지!”   

 

어느 집 담벼락 옆 샛길을 따라 올라가면 다져진 흙 계단이 있는 길 하나.


건널목을 건너자마자 경사진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길 하나. 


(하지만 여기가 초행길이라면 이 길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집이 너무 많아 가끔 막다른 길에서 되돌아 나와야 하고, 게다가 너무 꼬불꼬불해서 길을 찾는 건지 길 찾기 놀이를 하는 건지 헷갈린다.)       

 


고래마을



학교 가는  1:

집에서 학교까지 직선거리는 없다.


‘그래서 아이들이 그 언덕을 그렇게 어지러이 걸었나 보다.’  


  

어느 집 뒤뜰이었을 대나무 숲을 지나고,

앙고라토끼털을 팔아 생필품을 얻을 요량으로 토끼들을 키우던 동급생 친구의 집이 보인다.


복닥(제주 방언. 폭신하게 부풀어 올라 따뜻해 보이는 모양을 가리키는 형용) 털로 감싸여 통통하게 살이 오르는 토끼들을 구경하려고 다가섰던 나는 토끼랑 눈이 마주치고는 갑자기 토끼가 무서워졌다.

토끼 눈이 빨간색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던 나는 토끼 주인에게 ‘잘 봤습니다.’라는 인사를 뒤로하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얼른 이곳에서 멀어지자.’ 그것은 두려움으로부터 멀어지는 최선의 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조랑조랑 걷다 보면 수업 종을 치기 전에 학교에 들어가겠지?!’    


저수지 근처를 지나갈 때는 걸음이 빨라진다.


남동생은 나한테 ‘뭐가 무서운데?’라고.


 하지만,


나는 ‘움직임이 없는 잔잔한 호수 속에서 무언가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아서 그렇지...’라고 대답한다.        



학교 초입 (후문)

내가 걸어서 들어가는 문은 후문이다.

시멘트 블록으로 초등학년 3학년 정도 아이의 키 높이 담장 옆으로 뽕나무가 있었다.        






학교 가는 길 2:

'오백 원' 아니고 '오십 '


초등학생들 버스비가 20원에서 30, 40원을 찍고 50원이 될 즈음.


아버지는 “오늘은 버스를 타고 학교 가라.” 라고 하시며 150원을 내 손에 쥐어 주셨다.  

   

버스를 타고 목적지인 학교 정거장에서 내려 조금만 걸으면 학교 정문이 보인다.

걸어서 등교할 때는 지나치지 않던 정문을 통과하면 왠일인지 당당해진다. 정문 옆에 박혀 서있는 고래의 갈빗뼈 좌우 한쌍이 학교의 상징인 것 같다.  


하지만, 그 상징물이 품은 뜻은 단순하다.

'학교 가까이 포구가 있다.'.

학교는 장생포 포구를 찾는 이들의 이정표로도 가능하다.


아래로  장생포항이 내려다보이는 언덕배기에 있는 힉교.

 학교 담벼락 아래로  고래잡는 포경선들이 항구를 가득 메우고 있는게 보인다.

 

'이런 광경을 매일 볼 수 있는 학교는 이곳이 유일하지 않을까?'




‘아버지, 예행연습도 없이 바로 현장 체험인가요?’

(아버지는 가끔 뜬금없이 무언가를 시키셨다.)


무엇이든 처음 하는 일에 대해서 아이들이 겁을 먹는다는 사실을 모르셨을 아버지의 원대로 나는 버스를 타고 학교를 갔다.    

 


‘걸으면 40분. 타면 10분’

(그동안 이렇게 간단한 길을 두고도 돈을 아끼셨던 이유를 묻고 싶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알게 된 사실.


“내년에 중학교 입학하면 버스로 통학해야 하니까. 버스 타는 법을 익혀놔야 안 되겠나.”

(아버지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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